중국 정부의 사드 보복이 이어지면서 정부를 비롯한 국내 여행업계가 내세우는 관광객 유치 마케팅 키워드는 '시장 다변화'와 '고급상품 개발', '개별여행객'이다.
이는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관광공사가 2017년 사업 추진 계획으로 마련했던 사안이기도 하다. 하지만 중국 정부가 한국 관광 전면 금지령을 내리는 등 보복을 노골화하면서 관광업계가 큰 위기에 빠지자 이 사업들을 더욱 강화하는 모양새다.
정부는 중국인 관광객 감소가 현실화되자 일본과 동남아 등지로 시장을 다변화하는 한편 중국 VIP를 위한 고급 여행상품 개발 및 2030 개별여행객 '싼커'를 겨냥한 마케팅에 집중하고 있다. 여행사를 통하지 않는 싼커들을 위한 상품 개발에도 힘을 쏟고 있다.
중국 유명 음식점 홍보·평가 사이트를 통해 국내 유명 식당과 셰프 등을 소개하고 중국 유명 온라인 오픈마켓(쇼핑사이트) 내 방한상품 전용관을 개설해 여행사를 통하지 않고도 수월하게 들어올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올해 모두 225억원을 들여 '개별관광객 특화정책'을 집중적으로 추진할 계획이다. 개별관광객은 타국 여행사에 지급하는 송객수수료가 없고 1인당 객단가(구매액)까지 높아서 유통·관광업계 수익성에 큰 도움이 되는 덕이다.
이와 함께 지역 항공 노선을 늘리는 방안도 검토한다.
문체부는 이번 사태를 계기로 법무부, 국토부와 함께 업계의 요구사항 등을 파악해 대책 마련에 주력하는 한편 지역 항공 노선 확대 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사드 보복 조치로 위기에 빠진 관광업계를 살리기 위해 관광진흥개발기금 지원이라는 단기적 방안을 마련했다.
문체부는 피해를 본 관광업계에 일단 관광기금을 융자를 전제로 관광진흥개발기금 500억원을 긴급 지원한다. 구체적인 지원 규모는 피해 상황을 파악한 후 업계 의견을 수렴해 결정한다.
올해 총 5500억원의 관광진흥기금 융자예산 중 3000억원(시설자금 2650억원, 운영자금 350억원)을 상반기 집행할 예정이었지만 중국의 보복 조치가 노골화되면서 관광업계의 피해 규모가 커질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운영자금 500억원을 추가 지원하기로 했다.
이외에 최근 증가세로 돌아선 일본 관광객, 베트남과 필리핀 등 동남아 관광객, 무슬림 등지로 방한 시장 다변화를 통해 외국인 수요 늘리기에 주력할 방침이다.
지난해 12월 한·중 장관회의에서 중국 측이 약속했던 '한류비자'도 계획대로 추진한다.
문체부 관계자는 "한중관계는 호전될 수 있다. 우리는 관련 조치는 다 마련해둘 것"이라고 전했다.
한류비자는 3박4일 기준 300만원 이상의 고가 여행상품을 산 중국인 관광객에게 5년 동안 한국을 자유롭게 방문할 수 있는 복수비자를 발급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여행·호텔업계 역시 '시장 다변화'에 초점을 맞췄다.
서울 시내 주요 호텔들은 중국 관광객의 빈자리를 채우기 위해 인도와 동남아시아 고객을 모으기 위한 마케팅 전략 마련에 몰두하고 있다.
국내 여행사도 전략은 비슷하다.
국내 A 인바운드 여행사 담당자는 "중국 현지 여행사들이 정부 눈치를 많이 보는 터라 15일을 기점으로 여행사를 통한 인바운드 단체는 대부분 취소됐다."며 "제한적이긴 하지만 일본이나 동남아 등 다른 시장 영업을 강화하며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전했다.
광화문 A 호텔 관계자는 "기업의 '인센티브 투어'(포상휴가) 고객은 물론 유럽·미국·홍콩 등의 국제회의·컨벤션·전시행사 같은 마이스(MICE) 분야 유치 마케팅도 한층 강화할 방침"이라고 전했다.
이와 관련, 업계의 한 관계자는 "관광진흥기금을 융자하거나 시장을 다변화하는 방안도 좋지만 정부와 민간이 협력해 정책을 넘어 싼커들이 스스로 찾아오게끔 하는 실질적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