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김은경 기자 = "사드(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가 한·중 갈등을 극단으로 치닫게 한다면 심각한 충격을 받겠지만, 이는 과도한 우려다. 중국은 지금도 경제 협력을 위한 여지가 크고, 투자 매력도 여전하다."
이규엽 대성자산운용 대표는 13일 아주경제와 만나 이처럼 강조했다.
그러나 이규엽 대표는 이를 두고 과도한 우려라고 평가했다. 대부분의 제재가 소비재, 서비스 산업에 국한되고 있는 등 중국 경제에 직접적인 타격을 줄 수 있는 범위 내에선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이규엽 대표는 "사드 보복은 어느날 갑자기 중국이 조치를 취한 것이 아니라 어느 정도 예견된 상황이었다"며 "직접적인 피해 효과가 나타날 수 있는 관광, 면세점, 화장품 산업을 타깃으로 보복 조치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양국 관계가 지금보다 더 경색되면 중국 내에 있는 한국계 은행에 대한 제재를 가할 수도 있겠지만, 아직 금융권에서는 사드 문제로 피해를 입은 사례는 없었다"고 덧붙였다.
중국의 경제 구조를 볼 때 한국과의 경제 협력을 완전히 끊기는 어려워 보인다.
이규엽 대표는 "중국 입장에서도 올해 목표로 한 경제성장률 6.5%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한국과의 경제 협력이 필요하다"며 "중국은 한국으로부터 원자재와 자본재를 수입, 이를 가공시켜 선진국에 수출하고 있는 형태라 상호의존도가 높다"고 설명했다.
그는 여전히 성장 가능성이 높은 중국 금융시장 투자환경에 주목했다. 금융산업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만큼 그 이익을 공유할 수 있는 투자 기회도 많을 것으로 본 것이다.
실제 네덜란드 ING은행은 2005년 베이징은행에 2000만 달러(220억원)를 투자해 막대한 수익을 거뒀다. 베이징은행이 홍콩 증권시장에 상장됐고, ING은행의 평가이익은 현재 약 3조원에 달한다.
다만 중국에 진출한 한국 금융산업 규모는 아직 크지 않다. 지난 2014년 말 중국시장에 진출한 한국 금융산업의 자산규모는 1442억 위안으로 중국 전체 금융산업의 자산규모(186조5491억위안) 대비 0.77%에 불과했다.
이규엽 대표는 "2014년 말 중국에 진출한 외국 금융자산은 3조728억 위안으로 우리나라의 21배에 달한다"며 "중국 금융산업 성장에 따른 이익을 공유하고 있지만, 상대적으로 우리는 그러지 못했다"고 말했다.
대규모 인프라 투자가 중국 비즈니스에서 기회 요인으로 꼽힌다.
이규엽 대표는 "중국의 고도 성장이 가능했던 배경은 철도와 교통, 정보망"이라며 "이를 통해 오늘날의 화웨이, 알리바바가 탄생할 수 있었다"고 전했다. 그는 "중국은 오는 2025년까지 베이징을 기준으로 전국을 8시간 이내 생활권으로 좁혀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특히 중국은 수송비와 수송기간을 절약하기 위해 도로망을 대폭 확충할 전망이다.
이규엽 대표는 "불과 2년 전만 하더라도 지하철 공사가 진행 중인 곳은 2곳에 불과했다"며 "하지만 현재는 20곳으로 10배로 늘어났다"고 말했다.
그는 "지하철 한 개 노선을 만드는 데 평균 450억 위안(7조원)의 비용이 든다"며 "산업적인 기대 효과와 더불어 경기 부양 기대감 또한 높게 유지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중국은 올해도 인프라 투자를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 중국 사회과학원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의 인프라 투자는 전년 대비 9.5% 증가한 12조 위안을 기록했다. 올해는 이보다 더 늘어나 15조 위안을 웃돌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규엽 대표는 "중국은 지금 일대일로(一帶一路, 육해상 실크로드 경제벨트)를 추진해 여기에 모든 전력을 쏟고 성장을 견인하고 있다"며 "일대일로가 순조롭게 건설되기 위해서는 금융의 역할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일대일로 계획은 중국에서부터 아시아, 북아프리카, 중동, 유럽까지 걸쳐 교통·에너지·물류 부문 인프라 투자를 통해 경제적 유대관계를 강화하겠다는 구상을 담고 있다.
최근엔 중국의 일대일로 추진에 속도가 붙으면서 주변지역 국가와의 투자, 무역도 빠르게 늘고 있다. 중국이 여전히 큰 경제협력 잠재력을 가진 시장으로 꼽히는 이유다.
이규엽 대표는 "국내 금융시장은 여유자금이 풍부하지만, 안정적인 투자 기회가 적다"며 "이에 비해 중국은 해마다 6%대의 성장을 하고 있고, 상대적으로 투자 기회가 많다"고 전했다.
중국은 아시아투자은행(AIIB) 설립으로 해외에 투자할 수 있는 자금도 적지않다.
이규엽 대표는 "국내 금융도 선진국 부동산에 투자해 임대소득을 거두는 구조보다는 베트남, 미얀마 등 발전 가능성이 높은 아시아 국가에 투자해 장기적으로 안정적인 수익을 얻는 구조로 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우리나라 단독으로 이들 국가에 진출하는 것보다 중국과 경제 협력을 하는 등 지정학적인 이점을 활용하는 것도 방법"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