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최신형 기자 =지난 석 달간 여의도를 덮쳤던 탄핵 열차가 종착지에 다다랐다. 헌정 사상 첫 여성 대통령·과반 득표 대통령·부녀 대통령의 타이틀을 얻었던 박근혜 전 대통령이 자연인 신분으로 돌아가면서 ‘국민이 권력이 이긴’ 민주주의 역사의 한 획을 그었지만, 갈 길은 멀다. 박 전 대통령의 탄핵은 ‘적폐 청산의 끝이 아닌 시작’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박 전 대통령의 탄핵이 적폐 청산의 신호탄으로 이어질지는 불투명하다. 탄핵 열차 이후 여의도 정국이 ‘대선 블랙홀’에 휩싸이면서 ‘장미 대선일’로 유력한 5월9일까지 국회가 올스톱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우려가 나온다.
12일 국회에 따르면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발발 이후 촛불시민의 염원이었던 최순실 일가 재산 몰수 관련법은 국회 본회의 문턱을 넘지 못하고 계류 중이다.
특정재산범죄수익 등의 환수 및 피해구제에 관한 법률안(박영선 의원)을 비롯해 △민주헌정침해행위자의 부정축적 재산 환수에 관한 특별법안(채이배 의원) △범죄수익은닉의 규제 및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일부 개정법률안(백혜련 의원) △대통령 등의 특정 중대범죄 처벌에 관한 특별법안(심재철 의원 등 10인) 등이 대표적이다.
그간 정치권은 앞다퉈 일명 ‘최순실 일가 재산 몰수법’을 발의했지만, 법안 추진에 소극적이라는 지적을 받았다.
제1당인 민주당은 국정농단 게이트가 한창인 지난 1월10일 개혁입법추진단 1차 회의에서 정치개혁(2개 법안), 재벌 개혁(8개 법안), 검찰 개혁(2개 법안), 언론 개혁(4개 법안), 민생 개혁(7개 법안) 등 21개를 개혁입법 우선 추진 법안으로 정했지만, 최순실 일가 재산 몰수 관련법은 빠졌다.
◆文, 세월호 특검 주장…정치권 움직임 주목
촛불정국을 이끌었던 ‘박근혜정권퇴진비상국민행동’(퇴진행동)은 국정 역사교과서 강행 저지를 비롯해 △백남기 특검 실시 △언론 장악 적폐 해결 △세월호 특별조사위원회 재구성 △사드 철회 △박근혜표 나쁜 노동정책 청산 등을 6대 긴급현안으로 정했다.
이 중 화약고는 ‘세월호’다. 유력한 대선주자인 문재인 전 민주당 대표는 지난 10일 헌법재판소의 탄핵 심판 인용 직후 진도 팽목항을 찾아 ‘세월호 특별검사’(특검) 가능성을 내비쳤다.
문 전 대표는 “‘세월호 7시간’ 부분은 검찰 수사를 통해, 미진하다면 특검 수사를 통해 충분히 규명돼야 한다”며 “헌재가 생명권 보호의무를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 사유로 삼지 않은 것은 세월호 7시간 의혹이 규명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이어 “특검이 연장되지 못하고 끝났고, 검찰 수사로 넘겨졌다”며 “야 3당은 새 특검을 통해 기존 특검의 활동이 이어지게 해야 한다는 입장”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세월호 특조위 2기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자유한국당은 물론, 바른정당 내부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나올 가능성도 커 정치권은 또다시 ‘적폐청산 관련’ 법을 놓고 정쟁에 빠질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