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서울 을지로에 거처를 둔 KEB하나은행의 IB사업단은 여의도에 있는 하나금융투자 본점으로의 이전을 검토하고 있다.
올해 초 박승길 은행 IB사업단장(전무)이 금융투자 IB그룹장을 겸임하면서 실질적 통합의 필요성을 강조했기 때문이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현재 하나금융투자에서 관련 내용을 검토 중"이라며 "CIB 센터를 일원화해 시너지를 극대화하려는 취지"라고 말했다.
CIB는 기업금융과 IB를 연계하는 업무로, 금융권 매트릭스 체제의 대표적인 예다. 은행 내부의 기업금융 관련 부서나 증권 등 계열사의 IB조직을 연계해 통합 운영하는 방식이 일반적이다. 하나금융의 경우, 국내 CIB 형태를 가장 먼저 구축했지만 인적·물적 통합은 번번히 무산돼 왔다.
특히 신한금융은 2012년에 사업본부도 따로 배치했다. CIB는 여의도 신한금융투자 본점에, 프라이빗뱅킹(PB)과 자산관리(WM)는 남대문 신한은행 본점에 각각 뒀다. 당시 신한금융 CIB 인력은 은행 소속 150명, 금융투자 소속 100명으로 구성됐다.
KB금융은 올해 초 현대증권 인수 작업을 마무리하고 국민은행 IB본부 3개 부서(투자금융부·인프라금융부·구조화금융부) 인력 200여명을 여의도 KB금융타워로 옮기도록 했다. 지난해 12월 전귀상 은행 CIB그룹 부행장을 지주 CIB 총괄 부사장으로 임명한 것도 매트릭스 체제 구축의 일환이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인력의 전문성을 보장하고 그룹 내 계열사 간 협업이 이뤄지도록 했다"며 "계열사간 공적 다툼을 방지하기 위한 '통합 RM 시스템'을 마련했다"고 말했다.
CIB를 통한 경쟁력 강화는 새로운 먹거리와도 관련이 깊다. 복합 점포 운영으로 사회간접자본(SOC)이나 부동산과 관련된 대형 프로젝트 수행 시 계약 성사 및 자금 조달 등에서 협업을 기대할 수 있다.
아울러 정부도 금융지주회사의 매트릭스 체제를 적극 권장해 이 같은 추세는 더욱 확산될 전망이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1월 '금융지주회사 경쟁력 강화 방안'의 내용으로 임직원 겸직 사후보고 전환, 고객정보 공유, 업무통합 운영 등을 발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