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최신형 기자 =‘경제 민주화’ 상징 김종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7일 끝내 탈당을 택했다. 김 전 대표는 이날 국회 의원회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국회의원직 자체에 아무 의미를 부여할 수가 없다”며 민주당과의 결별을 선언했다.
김 전 대표는 지난해 4·13 국회의원 총선거(총선) 당시 ‘셀프 공천’ 논란 속에서도 민주당을 제1당으로 승격시켰지만, 불과 14개월 만에 ‘의원 배지’를 스스로 벗어던졌다. 이로써 문재인 전 민주당 대표의 삼고초려로 민주당호(號)에 승선했던 김 전 대표는 ‘87년·97년 체제’의 갈림길에 선 19대 대선을 앞두고 민주당과의 연을 끊게 됐다.
◆‘非文 키맨’ 金, 상법 개정안 무산 분노…文 “안타깝다”
김 의원 탈당은 2월 임시국회 마지막 본회의인 지난 2일 자신이 주도한 상법 개정안이 무산되면서 급물살을 탔다. 다음 날인 3일부터는 의원회관 정리에 들어간 뒤 자신의 후원금 계좌를 폐쇄하고 동료 의원들에게 200만 원씩 나눠줬다.
애초 탈당의 분수령으로 지목됐던 독일 귀국(지난달 21일) 직후까지만 해도 김 전 대표는 탈당에 선을 그었다. 이전에도 탈당설이 끊이지 않았지만, ‘문재인 대항마’로 부상한 안희정 충남도지사 지지 가능성도 열어뒀다.
그러나 그는 최종적으로 탈당을 택했다. 상법 개정안 무산 직후 측근들에게 당 주류인 친문(친문재인)계의 ‘미온적 태도’에 강한 분노를 표했다. 당내 개헌파 의원들에게 쏟아진 ‘문자 폭탄’도 탈당 선택에 한몫했다.
김 의원은 이날 “할 일이 없어서 탈당하는 것”이라며 “아무 할 일도 없으면서 괜히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는 자체가 옳지 않은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탈당 시기는 특정하지 않았다.
김 전 대표는 ‘의원직으로 경제민주화를 추진하기 어렵다는 뜻이냐’라는 질문에 “이번 임시국회를 보면 잘 아실 것 아니냐”라며 “모든 당이 지금 개혁입법을 외치고 있지만, 개혁입법이 하나도 진척되지 않는 것이 현실”이라고 질타했다. 킹메이커 역할론이 제기됐던 김 전 대표가 ‘킹’ 도전 가능성을 예고한 대목이다.
◆金, 탈당 전 孫과 회동…‘개헌·안보·경제’ 反文연대 구축
김 대표는 탈당 선언 직후 첫 행보로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열린 한국중견기업연합회 초청 강연에 참석, ‘새로운 한국 경제의 길’이란 주제를 통해 경제민주화를 강조하며 광폭 행보에 나섰다.
다만 김 전 대표의 대선판 직접 등판 여부는 미지수다. 탈당을 선언한 김 전 대표는 곧바로 특정 정당에 입당하기보다는 제3지대에서 대선 판을 관망한 뒤 반문 세력을 규합, ‘문재인 대세론’ 허물기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김 전 대표가 탈당 선언 날 향후 거취에 대해 “어느 당으로 들어가거나 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국민 통합을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한 것도 이런 맥락이다.
전계완 정치평론가는 이날 본지와 통화에서 김 전 대표의 ‘킹’ 도전 가능성에 대해 “여타의 대선 주자들의 동의를 받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킹 목표는 ‘달콤한 독’이 될 수 있다. 킹메이커를 해야만 제3지대 판이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당분간 김 전 대표는 헌법재판소의 박근혜 대통령 탄핵 선고를 기점으로 촉발할 ‘정치적 변곡점’마다 구심점 역할을 하면서 반패권 빅텐트의 구심점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는 탈당 선언 직전 국민의당에 입당한 손학규 전 대표와 서울 시내에서 회동하고 비문(비문재인) 연대를 논의했다.
손 전 대표는 같은 날 국회 정론관에서 공공부문 개혁정책을 발표한 뒤 기자들과 만나 김 전 대표와 조찬회동에 대해 “(김 전 대표가) 민주당과 개혁세력의 양자 대결을 만드는 데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정우택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이날 “김 전 대표는 굉장한 강점을 가졌다”며 러브콜을 보냈다.
김종인발 정계개편의 명분은 ‘반 패권’이 될 것으로 보인다. 속내는 ‘반문 강화’다. 이에 따라 △이원집정부제를 고리로 한 개헌 △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사드·THAAD) △경제민주화 등을 매개로 반문 세력을 규합하는 전략으로 ‘문재인 대세론’에 맞설 것으로 보인다. 김 전 대표 탈당 이후 당내 비문 의원 일부는 탈당을 놓고 고심에 돌입했다.
배종찬 리서치앤리서치 본부장은 “김 전 대표가 개헌과 사드, 경제민주화를 고리로 연대에 나설 경우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은 물론, 자유한국당 비박(비박근혜)세력으로 연대 전선이 넓어질 것”이라며 “결국 ‘문재인대 반 문재인’간의 51대 49 싸움이 재연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