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검 "블랙리스트, 견해 다르면 '반민주' 탄압…권력형범죄"

2017-03-06 14: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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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이 지난 2월 4일 오후 서울 강남구 대치동 박영수 특별검사 사무실로 소환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아주경제 주진 기자 =특검은 문화계 '블랙리스트'가 단순히 이념적 정책 방향의 변화가 아닌 '정파적 이익'에 따른 탄압이라고 결론 내렸다.

문예작품의 성격을 떠나 정부·청와대 입장과 다른 견해를 사실상 '반민주' 세력으로 보고 지원을 차단했다는 것이다.

특검은 6일 수사결과 발표를 통해 이같이 밝히고, 대표적인 예로 순수문예지 '문학동네'를 들었다.

문학동네는 진보나 좌파라고 분류된 적이 없지만, 세월호 참사 관련 책을 발간한 이후 '좌편향' 출판사로 낙인 찍혔다는 것이다.

2014년 10월께 소설가·문학평론가·교수 등 12명이 참사의 아픔을 기술한 글을 모아 '눈먼 자들의 국가'를 발간했는데, 이후 입지가 크게 좁아졌다.

2014년 25종의 책이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의 세종도서에 올랐지만, 2015년에는 5종으로 감소했다.

정부가 우수 도서로 선정해 지원하는 목록이 1년 만에 대거 빠진 것이다.

이 과정에서 문학동네 등 문예지에 지원하던 10억원 규모의 문화예술위원회 산하 '우수 문예지 발간사업'은 아예 폐지됐다.

학생들이 포함된 선량한 국민의 희생을 추모하자는 의견만으로 탄압 대상이 된 점에서 블랙리스트는 단순히 '이념'의 이유가 아니라고 특검은 판단했다.

또 2천억원 규모의 국가 문화 보조금을 견해가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지원 배제해 창작의 자유를 침해하고 문화적 다양성을 잃게 해 문화예술인뿐만 아니라 국민에게 피해를 줬다고 봤다.

이는 정권에 대한 비판을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흔들려는 행위로 바라보는 시각에서 비롯돼 헌법의 본질적 가치에 위배되는 중대 범죄라는 판단이다.

블랙리스트 작성은 김기춘 전 비서실장과 조윤선 전 정무수석 등 대통령 비서실이 주도했다고 특검은 결론지었다.

2013년 9월부터 2016년 9월까지 정무수석 주관으로 '민간단체보조금 TF'를 운영하면서 문화·예술인 등에 대한 지원을 배제하도록 강요했다.

이에 지지부진한 공무원을 인사 조처하는 등 직업공무원제를 붕괴시키면서까지 문체부 공무원을 편파적 정파 성향 정치인들의 하수인으로 전락시키는 등 권력형 범죄의 성격을 지녔다고 특검은 규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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