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채명석 기자 = 한국 연구개발(R&D) 투자 상위 50대 기업의 매출액 대비 R&D 투자율이 미국, 일본, 독일, 영국, 프랑스 중 가장 낮다는 분석이 나왔다.
한국경제연구원(원장 권태신, 이하 한경연)은 6일 발표한 ‘우리나라 R&D 활동과 조세지원제도의 문제점’ 보고서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같은 해 우리나라 R&D 투자 상위 50대 기업의 평균 투자금액은 5억1910만 달러로 미국(39억3520만 달러)의 8분의 1, 일본(16억1760만 달러)의 3분의 1, 독일(11억6380만 달러)의 2분의 1 수준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영국은 5억8420만 달러, 프랑스는 5억7530만 달러였다.
황인학 한경연 선임연구위원은 “삼성전자, LG전자 등 일부 대기업을 제외하면 우리나라 기업들의 R&D 활동을 통한 혁신노력이 글로벌 경쟁기업에 비해 미흡함을 시사하는 결과”라고 말했다.
한편 2015년 R&D 투자를 기준으로 투자액이 가장 많은 기업은 국가별로 독일 폭스바겐(128억7300만 달러), 미국 알파벳(122억8200만 달러), 한국 삼성전자(122억2900만 달러), 일본 토요타(83억5700만 달러), 영국 아스트라제네카(59억9700만 달러), 프랑스 사노피(55억1900만 달러)였다.
각 국의 R&D 투자 상위 10대 기업 중 R&D 투자 집약도가 가장 높은 기업은 영국 아스트라제네카(24.3%), 미국 인텔(21.9%), 일본 다케다(21.1%), 프랑스 알카텔(16.7%), 독일 머크(14.0%), 한국 SK하이닉스(8.6%)였다.
보고서는 한국의 경우 과거 20년 전만해도 대기업 R&D 투자에 대한 세액공제를 당기분 방식을 기준으로 기본 5%에서 최대 10%까지 공제했으나, 2014년과 2016년의 두 차례에 걸쳐 세액공제 한도를 줄이면서 1%∼3%로 대폭 축소됐다고 설명했다.
황 선임연구위원은 “정부가 계속해서 R&D 조세지원을 축소하는 데에는 우리나라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총 R&D 비중(약 4.2%)이 세계에서 가장 높고, GDP 대비 R&D 조세지원 규모도 프랑스 다음으로 가장 높다는 통계와 관련이 있다”며, “하지만 실제로 민간 R&D 투자에 대한 조세지원 규모는 우리나라가 가장 높은 편이 아니다”고 주장했다.
한경연에 따르면 한국의 2013년 민간 R&D 투자 대비 조세지원 비율은 7.4%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미국(3.6%)과 일본(4.9%)보다 다소 높지만 캐나다(21.2%)와 프랑스(17.9%), 네덜란드(13.8%), 영국(9.4%)에 비해 낮은 수준으로 나타났다.
황 선임연구위원은 “GDP 기준 통계에 근거해 민간 R&D 규모와 조세지원이 충분하다고 판단하는 것은 통계적 착시이며 우리나라가 선진 경쟁국 대비 R&D 조세지원을 줄일 이유가 없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영국의 경우 당기분 기준으로 대기업의 적격 연구개발비에 대해 10% 세액을 공제하고 있는데 반해, 우리나라는 기본 1%에서 최고 3%까지 세액공제를 하고 있다.
황 선임연구위원은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대비하기 위해 세계 각국이 민간기업의 혁신 역량을 높이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나라만 민간 R&D 조세지원을 줄여나가는 것은 역주행 정책이며 장기적으로 심각한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면서 “R&D 조세 지원은 최소한 선진 경쟁국 수준으로 충분히 확대해 민간혁신역량을 높일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