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일 개봉한 영화 ‘해빙’(감독 이수연)은 우연히 살인의 비밀에 휘말려 점점 두려움에 휩싸여가는 내과 의사 승훈(조진웅 분)과 의심스러운 주변 인물 간의 팽팽한 관계를 담아낸 작품이다.
극 중 김대명은 친절한 집주인 성근을 연기한다. 성근은 지나칠 정도로 친절하고 다정다감하지만 어째서인지 섬뜩함을 지울 수 없는 인물. 배우 김대명을 더욱 세분화하고 여러 각도에서 살피는 캐릭터다. 한 작품 안에서 여러 차례 변주와 변화를 거치는 건 어떤 경험이었을지 이야기를 나눠보았다.
- 어쩌다 보니 그렇게 됐다. 영화를 하면서 센 역할을 많이 맡았다. 사이코패스나 테러범까지. 드라마로는 조금 밝은 역할들을 해온 것 같다.
일종의 전략인가?
- 그런 건 아니다. 작품을 두고 ‘하고 싶다’는 마음이 들면 출연하는데, ‘미생’의 경우는 보통 사람을 잘 표현하고 싶었고, ‘마음의 소리’는 대중들에게 웃음을 주고 싶었다. 그리고 ‘해빙’은 시나리오가 너무 재밌어서 배우로서 꼭 해보고 싶었던 작품이었다. 밀도 있고 면밀한 차이를 두고 이야기를 끌고 가는 것이 흥미로웠다.
감독님께서 캐스팅의 이유로 목소리를 꼽았다. 다정다감한 목소리지만 여러 상황에서 다르게 느껴지는 게 포인트다
- 완전히 나쁜 사람처럼 보이는 건 좋아하지 않는다. 거기다 ‘해빙’ 속, 성근의 경우에는 주위에 있는 누구나를 표현하고 싶었다. 먼 나라 이야기가 아닌 것처럼 주변 사람들처럼 느껴지도록 말이다.
대중적으로는 따듯한 이미지, 작품적으로는 섬뜩한 이미지들을 선호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 선호하는 건 아니다. 쫓아가는 것도 아니다. 그냥 작품을 보고 재밌으면 선택하는 편이다.
성근은 답을 정해두고 연기할 수 없는 캐릭터였다. 인물마다 시점마다 캐릭터에 변화가 커지기 때문이다
- 어떤 정답을 피해가려고 하기보다는 ‘성근이 왜 이런 행동을 하는지’가 더 중요했다. 감독님과 많은 이야기를 나눴고 짜임새 있게 연기하고자 했다. 수가 달라지면 어디로 갈지 모르는 작품이기 때문에 예민하게 작업을 했던 것 같다.
조진웅은 인물 적인 측면에서 즉흥적인 연기도 많이 했다는데, 김대명은 어떤 편이었나?
- 저는 애드리브를 즐기는 편이 아니다. 감독님과 대화하고 리허설대로 연기하는 편이다.
앞서 말했듯 성근 캐릭터는 트릭이 있는 캐릭터다
- 그런 고민을 했다. 내가 바라보는 시선과 그가 바라보는 시선은 한끗 차이라고. 성근은 결과적은 결과적으로 아버지의 행동들을 몰랐다고 생각한다. 의심만 해왔던 거고 마지막 블랙박스로 모든 것이 드러난다고 생각했다.
성근을 연기할 때 고개보다 시선이 먼저 돌아가는 연기를 펼쳤다고 했다. 그런 것에서 오는 차이는 무엇인가?
- 끊임없이 폭력을 행하는 게 아니라 신경을 긁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고개를 확 돌리는 것과 미세하게 눈이 돌아가는 건 엄연히 다르지 않나. 그 지점에 고민이 많았다. 어떻게 하면 작게 끊임없이 상대를 줄편하게 할 수 있을까.
감정선에 어려움도 많았겠다
- 아내가 친정집으로 떠나고 성근이 승훈을 만나는 장면을 찍을 때 가장 많이 고민했다. 시간상으로는 그날 저녁이 성근이 모든 상황을 안 뒤 승훈을 만나는 장면이었다. 철저히 감출 것인가 드러낼 것인가에 고민이 컸다.
이처럼 자신을 몰아붙이는 캐릭터들을 끝내고 나면 어떤가?
- 멍 때린다. 하하하. 그냥 가만히 지내는 편이다. 동네를 산책하거나.
이쯤 되면 주연에도 욕심이 날 법한데, 천천히 꾸준하게 작품을 하는 것 같다
- 저는 원톱 욕심이 없다. 크든 작든 쓸모 있는 배우이고 싶다. 할 수 있는 게 연기밖에 없어서, 상대에게 쓸모 있는 무언가를 주고 싶다. 관객이 울고 싶으면 울게 해주고, 웃고 싶으면 웃게 해주는 거다. 쓸모 있는 배우가 되는 건 어려운 일인 것 같다.
연기자로서의 목표 또한 그런 부분이겠다
- 주위의 누군가로 있길 바란다. 아무 부담 없이 ‘저런 것도 할 수 있구나!’ 받아들일 수 있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