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박상훈 기자 ="브라보!" "브라바!" 지난 2일 저녁 한중 우호음악회 'Spring Big Concert'가 펼쳐진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는 관객들의 환호가 연이어 터져 나왔다. 3000여 좌석을 꽉 메운 관객들은 한중 양국의 내로라하는 성악가들의 감미로운 선율에 흠뻑 취했고, 매 무대가 끝날 때마다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이날 공연은 성사된 것 자체만으로도 화젯거리였다. 한국 내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에 반발한 중국 당국이 이미 예정돼 있던 콘서트·전시회 등의 행사를 줄줄이 취소하는가 하면 중국인들의 한국 관광을 전면 금지하는 조치를 내렸다는 소식까지 들려왔기 때문이다.
국적을 불문하고 가족 단위 관객이 공연장을 많이 찾은 것도 눈길을 끌었다.
조수연(45·서울 서초구)씨는 "아이들 개학·입학식 때문에 피곤하기도 했지만, 국내에서 한중 음악가들을 한자리에서 볼 수 있는 무대는 여기뿐이라 발걸음을 재촉했다"며 "아이들은 물론이고 어른들에게도 특별한 경험이 됐다"고 뿌듯해 했다.
평소 호쾌한 중국 음악에 관심이 많다는 김경수(42·인천 부평구)씨도 "그저 그런 성악가들을 불러 모은 음악회가 아니라 국제적 명성을 지닌 사람들을 초대했다는 점에서 이번 행사는 주목할 만하다"며 "중국만의 독특한 음악적 특성을 전파해주고 싶어 가족들을 총동원했다"고 웃었다.
중국인 유학생 쉬에화(25)씨는 "언니와 함께 한국 생활을 하고 있는데, 요즘 들어 부쩍 고향에 대한 향수를 느꼈다"며 "2시간여의 시간이 20분처럼 느껴질 정도로 완전히 몰입했다"고 관람소감을 밝혔다.
한중 우호 음악회는 관객은 물론이고 무대에 오른 성악가들에게도 남다른 의미로 다가왔다.
공연을 앞두고 대기실에서 잠시 만난 소프라노 박미혜 서울대 교수는 "음악적으로나 음악 외적으로 너무나도 소중한 행사"라고 눈을 크게 떴다.
박 교수는 "지난 몇 년간 '문화융성'이라는 이름이 거창하게 내 걸렸지만, 클래식 등 순수예술 무대는 점점 줄어든 게 사실"이라며 "그렇게 되면 결국 장기적으로 국가의 품격에도 손상이 간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중국과 우리나라의 성악가들에게는 이른바 '패밀리(family) 의식'이 있다"며 "서로의 언어는 다르지만, 국경을 초월해 교류하며 음악으로 하나가 된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그는 이날 공연을 같이 펼친 닝 리앙을 포함해 중국 측 출연자들과 막역하게 지내는 사이다.
그는 최근 악화일로를 걷고 있는 한중 관계가 무척 안타깝다며 마지막으로 꼭 당부할 말이 있다고 했다.
"아주경제가 한중 교류의 군불을 땠으니, 예술인들은 거기에 바람을 불어 넣어 더 활활 타오를 수 있도록 해야 하겠죠? 얼음같은 난국을 헤쳐나가기 위한 우리 모두의 노력이 정치권에도 전달돼 부디 좋은 방향으로 국면전환 되길 바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