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한준호 기자(스페인 바르셀로나)=MWC의 터줏대감 역할을 하던 삼성전자가 올해 행사에서 전략 스마트폰 갤럭시S8을 공개하지 않으면서 생긴 빈자리를 차지하기 위한 글로벌 ICT 업체들의 경쟁이 후끈 달아올랐다.
지난달 27일부터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 2017'이 2일 폐막했다.
◆ 시작부터 꼬인 삼성
해외언론들은 완벽하기로 정평이 났던 삼성의 행사에 이변이 생겼다고 입을 모은다. 행사 품질에 문제가 많았다는 지적이다. 삼성답지 못했다는 말도 나왔다.
행사장 입장 관리도 허술해 발화문제로 회수한 '갤럭시노트7'의 제품 폐기 과정의 환경문제를 지적하기 위해 시위를 벌인 '그린피스' 활동가가 무대 위에 올라 항의하는 장면도 연출됐다. 행사장 디스플레이의 오작동으로 행사 시간이 약 20분 지연됐지만, 보도자료는 정시에 배포돼 발표 전에 기자들이 제품 사양을 모두 알게 되는 '김빠진' 행사로 전락하고 말았다.
오는 29일 뉴욕에서 발표될 '갤럭시S8' 언팩 행사에서도 이와 비슷한 일이 발생하거나 제품이 기대에 못미친다면 삼성의 위상은 크게 꺾일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 화웨이, 스마트폰 시장의 새 주인공으로
이번 MWC 기간 중 가장 많은 주목을 받았던 업체는 화웨이다. MWC 전시장에 마련된 부스 규모도 압도적이었지만, 새 전략폰 'P10'이 지대한 관심을 받았다.
화웨이의 신제품을 취재하기 위해 전 세계 언론이 행사장을 찾았지만 일부 기자들은 초청장이 있었음에도 들어가지 못할 정도로 발 디딜 틈이 없었다는 후문이다.
이날 제품을 직접 소개한 리처드 유 화웨이 소비자부문 최고경영자(CEO)는 "우리제품은 아이폰7보다 배터리 성능이 좋아 29% 길게 사용할 수 있다"며 아이폰과 비교하는 제품 설명을 반복해 자신감을 드러냈다.
◆ 삼성과 애플의 모바일 주도권 어디로
애플이 스마트폰을 선보인지 올해로 10년. 스마트폰이 모바일 시장의 주인공 자리를 차지하면서 절대적인 영향력을 과시했던 삼성과 애플의 주도권은 스마트폰 시장의 성장 정체와 더불어 서서히 약해지고 있다.
시장조사회사 IDC에 따르면 2016년 전 세계 스마트폰 점유율에서 화웨이는 9.5%를 차지해 14.6%까지 하락한 애플과의 격차를 계속해서 좁히고 있다. 이제 2위권도 노려볼 만하다. 1위 삼성도 21.1%의 점유율에 그치면서 3년 연속 하락세다.
이번 MWC에서는 삼성과 애플의 빈자리를 차지하기 위한 신흥세력의 경쟁도 볼거리였다. 블랙베리와 모토로라가 새 스마트폰을 발표하고, 노키아도 새 스마트폰 3종을 들고 나왔다. 이들의 공통점은 아이폰의 등장 이후 몰락한 휴대폰 업체들이라는 점이다. 아이폰의 등장으로 몰락한 업체들이 아이폰 출시 10년이 되는 해에 화려한 부활을 꿈꾸며 새 스마트폰을 들고 나왔다. 시장이 관심이 이들에게 쏠리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