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영무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1일 '가계부채 리스크 변화하고 있다'라는 보고서에서 "가계의 대출수요 자체가 줄지 않는 상황에서 대출규제를 강화하거나 적용 대상 금융기관의 범위를 확대하는 것만으로는 가계부채 증가세를 억제하기 어려워 보인다"고 밝혔다.
지난해 가계부채 잔액은 1344조3000억원으로 사상 최대의 연간 증가액을 기록했다. 특히, 저축은행·상호금융·새마을금고 등 비은행 예금취급기관의 가계대출 잔액은 291조3000억원으로 전년 대비 17.1% 증가했다. 대부업체가 포함된 기타금융중개회사의 가계대출 증가액도 지난해 3분기 5조3000억원에서 4분기 8조5000억원으로 60.4% 급증했다.
이어 "이 같은 풍선효과는 가계부채의 질적인 면의 악화를 불러올 수 있다"면서 "취약계층일수록 대출 규제가 강화된 은행권에서 밀려나 비은행권 대출을 늘리고 있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금융당국은 지난해 가계부채 대책으로 은행과 보험사에 여신심사 가이드라인을 도입했다. 오는 13일부터는 상호금융 및 새마을금고에도 같은 대출 규제가 확대 적용된다. 여신심사 가이드라인은 갚을 수 있을 만큼의 돈을, 대출 초기부터 원금과 이자를 함께 갚는 방식이다.
조 연구위원은 "원금 분할 상환이 원칙화되는 것은 만기 일시 상환 부담을 낮추고 이와 연관된 주택가격 급락 리스크를 낮추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면서 "이로 인해 늘어나는 부채 원리금 상환 부담은 소득이 적거나 증빙이 어려운 계층에 더 큰 부담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또 "가계부채의 총량 또는 증가세를 억제하려는 과정에서 취약계층이 미등록 대부업체, 사채업자 등 비제도권 대출로 밀려나면서 경제 전반, 특히 내수 소비에 악영향을 미칠 위험성이 크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조 연구위원은 "가계부채 증가세를 진정시키기 위해서는 가계부채 수요가 어느 계층에서 왜 늘어나고 있는지 정확한 분석을 바탕으로 원인에 맞는 대응책을 시행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특히 "취약계층이나 한계가구의 경우 부채 상환 능력과 의지를 면밀히 심사해 차별화된 관리와 지원을 제공해야 해야 한다"며 "자체적인 부채 상환이 어려운 경우에는 신속한 개인워크아웃, 개인회생, 개인파산 등 채무재조정 절차를 통해 새 출발 할 수 있는 기회를 조기에 부여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만약 근로 능력이 있거나 부채 상환 의지가 있는 경우에는 일대일 금융 컨설팅, 공공 부문 일자리 제공, 취업과 창업을 돕는 자금 지원과 교육 등을 제공함으로써 이들의 소득 창출 능력을 제고해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