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자 출신인 그는 1984년 칭다오의 소규모 냉장고 공장에서 시작해 30여년 만에 매출 35조원(2015년 기준)을 달성했으며, 2016년에는 미국 GE 가전 산업 부문을 인수하며 하이얼은 글로벌 프리미엄 가전 업체로 완전히 자리 잡았다.
장 회장이 오기 전 하이얼 재정 상태는 파산 일보 직전이었고, 직원들은 멀쩡한 화장실을 놔두고 공장 아무데서나 대소변을 봤다. 심지어 공장 비품도 도둑질하는 사태가 빈번한 상황이었다. 이듬해 본격적인 조직 쇄신에 착수한 장 회장은 품질보증지침서를 만들어 121개 항의 관리표준과 49개 항의 업무표준, 1008개 항에 달하는 기술 표준을 확립했다. 그는 "원대한 전략도 결국 디테일 싸움이고 혁신은 기업의 모든 디테일한 부분에서 나온다"고 입버릇처럼 되새겼다.
작은 차이가 아주 커다란 결과를 만들어내는 디테일의 힘을 보여준 사례는 많다. 120개국에 3만6000여개 매장을 둔 세계 최대 햄버거 프랜차이즈인 맥도널드는 큰 덩치에 맞지 않게 사소한 규정이 많다. 560쪽에 이르는 작업매뉴얼에는 고기 굽는 하나의 과정에 대한 설명만 20쪽이 넘는다. 빵 두께는 17㎜, 고기 두께는 10㎜로 한다. 총 두께는 인간이 가장 편안해하는 44㎜로 한다. 맥도널드는 초등학생이라도 작업매뉴얼만 있으면 균일한 품질의 맛을 내는 햄버거를 만들 수 있게 했다.
멀리 갈 것도 없이 체질개선을 통해 더욱 단단한 KT를 완성하고 있는 황창규 회장은 최근 승진임원 38명에게 일일히 전화를 걸어 노고를 어루만지고 격려했다. 특히 단순한 립서비스의 통화가 아니라 임원마다 처해있는 구체적인 형편을 파악해 울림의 메시지를 전달하면서 감동은 두 배가 됐다. 최고경영자(CEO)와의 뜻밖의 교감은 신발끈 동여매고 새로운 각오로 뛰겠다는 신규 임원들의 의지를 더욱 충만하게 해준다. 구조적으로 외풍에 약해 말들이 많았지만 황 회장의 연임은 어쩌면 당연한 결과물 일지도 모른다.
하루 꼬박 16시간을 업무에 집중한다고 화제가 된 박정호 SK텔레콤 사장은 쉬는날이나 주중 1~2회는 반드시 현장을 들려 직원들의 고충을 듣고 틈나는 대로 격려와 조언을 아끼지 않는다. 지난 설 연휴에는 분당 네트워크 관리 센터를 방문해 고생하는 직원들을 다독이고 사내 인트라넷에 이에 대한 위로의 글을 직접 남겨 훈훈한 미담이 됐다. 최근에는 직원들에게 '사랑하는 사람들과 소중한 추억을 간직하세요'라는 문구를 담은 64기가 USB를 선물해 눈길을 끌었다. 그룹의 빅픽처(Big Picture·큰 그림)를 그리는데 강했던 박 사장에 디테일까지 더해져 업계 새 바람을 불러 일으키고 있다.
권영수 LG유플러스 부회장도 주변의 시선에 아랑곳하지 않는 마이웨이 행보가 돋보이지만, 자상한 맏형같은 리더십을 보여준다. 그는 회사의 변화와 혁신을 위해 대리, 과장급 직원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블루보드와의 정기적인 만남을 이어가고 있으며, 전국 판매직 직원들이 참여하는 단체카톡방을 통해 현장의 고충이나 애로사항을 청취하고 이를 직접 개선해 주고 있다. 여기서 정해진 것이 '쉬는 날 업무 지시 및 밤 10시 이후 업무 카톡 금지' '수치심 유발 비하발언 않기' 등으로 위반하면 직원에 즉각 인사 조치를 한다. 3월 1일부터 도입되는 야근을 줄이고 정시에 퇴근하는 문화를 정착시키기 위한 'PC오프제'도 이런 과정속에서 출발했다.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The devil is in the details)'는 서양 속담이 있다. 작은 일이 자칫 큰 일을 망칠 수 있으니 세세한 것도 잘 챙겨야 큰 그림을 완성할 수 있다는 의미다.
'디테일 경영'의 대가 왕중추 중국 베이징대 디테일경영연구소장은 '디테일의 힘'이라는 저서에서 성공한 기업과 그렇지 못한 기업은 '한 끗 차이'라고 강조했다. 사소한 차이가 기업의 성패를 좌우한다는 것이다.
사람을 가장 힘들게 하는 것은 보이지 않는 미래의 두려움이 아니라 신발 속에 있는 작은 모래 알맹이다. 경쟁이 치열해지는 기업 환경에서 디테일의 중요성이 더욱 부각되고 있는 이유다.
재계가 삼성발 후폭풍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요즘 같은 때 기업이 한 단계 더 도약하기 위해서도 거창한 구호나 대규모 프로젝트가 아니라 조직 말단에서 이뤄지는 사소한 일부터 완벽하게 하는 것이 앞서 가는 것이 아닌가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