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유선준 기자 =대우조선해양에 수조 원대 대출해준 뒤 이를 부실 감독한 의혹을 받는 홍기택 전 KDB산업은행 회장(65)이 27일 검찰에 나와 조사를 받았다.
지난해 6월 부총재로 있던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에 돌연 휴직계를 내고 잠적한 지 8개월 만이다. 자신에게 관심이 쏠릴 것을 우려한 홍 전 회장이 탄핵 정국으로 나라가 혼란스러운 틈을 타 검찰에 기습 출두하는 꼼수를 부렸다는 비판도 일고 있다.
대우조선 경영 비리 의혹을 수사하는 검찰 부패범죄특별수사단(단장 김기동 검사장)은 이날 홍 전 회장을 피고발인 신분으로 소환했다고 밝혔다. 홍 전 회장은 그동안 미국 등 해외에 머물며 사실상 ‘도피 생활’을 해 왔지만 이달 중순 귀국해 검찰 조사를 준비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이날 홍 전 회장이 산업은행에 근무할 당시 대우조선의 회계 부실을 알고서도 거액을 지원했는지 등을 추궁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우조선에 대한 자금 지원이 청와대의 비공개 경제현안회의인 ‘서별관회의’를 통해 이뤄졌는지도 캐물었다. 검찰에 따르면 산업은행은 2015년 10월 제대로 된 조사 없이 이 회의의 일방적 결정에 따라 대우조선에 4조2000억 원을 지원한 의혹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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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각에서는 그동안 외국을 돌며 검찰 조사를 피해 오던 홍 전 회장이 탄핵 정국을 이용해 돌연 조사에 응했다는 비판도 나온다. 이날이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 최종 변론기일이었던 점을 노렸다는 것이다.
홍 전 회장은 잠적 중이던 지난해 12월 AIIB 부총재 자리에서도 해임돼 “국제 금융계에서 한국 위상을 바닥에 떨어뜨렸다”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