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순칼럼]한국의 대일 외교정책, 무엇이 문제인가?

2017-02-27 1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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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안부 소녀상.[사진=연합뉴스]



2월 23일, 외교부 정례 브리핑에서 조준혁 대변인의 발언은 한동안 논란거리가 될 것임이 분명하다. 특히 외교부가 지난 2월 14일 부산시에 내려보낸 공문의 내용은 우리 외교부의 현실적 감각이 어느 정도인지를 짐작하게 한다. 외교부는 대일 외교의 본질을 심각하게 재검토해야 한다.

공문에 대한 해명을 하려던 대변인 브리핑은 오히려 역효과를 불러왔다. 이로서 외교부는 한동안 잠잠했던 일본군 위안부 소녀상 문제는 물론이고, 2015년에 체결된 ‘한일 위안부 합의’조차 재 검토되어야 한다는 여론의 화살을 피할 수 없게 되었다. 자업자득이 된 셈이다.

◆부산시에 보낸 외교부 공문 전문

(외교부가 지난 2월 14일 부산시에 보낸 공문은 아래와 같다.)

작년 말 주부산일본총영사관 후문 옆에 설치된 소녀상의 위치가 외교공관의 보호와 관련된 국제예양 및 관행 측면에서 바람직하지 않다는 입장을 알려드립니다. 이러한 점에서 우리부는 위안부 문제를 역사의 교훈으로 오래 기억하기에 보다 적절한 장소로 동 소녀상을 옮기는 방안에 대해 정부, 지자체, 시민단체 등 관련 당사자들이 지혜를 모을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아울러, 최근 부산시의회에서 논의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부산시 일본군위안부 피해자 지원 및 기념사업에 관한 지원 조례안’과 관련하여 우리부로서는 피해자를 지원하고 기념사업을 시행하자는 취지 자체에는 이견이 없으나, 동 조례안 추진·심의 과정에서 위에 언급한 외교공관의 보호와 관련한 국제예양 및 관행을 충분히 반영해 주실 것을 요청드립니다.

◆“도대체 어느 나라 외교부인가”라는 비판에 답해야

2015년 12월 8일 윤병세 대한민국 외교부 장관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외무상은 한일 외교장관 회담에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문제의 해결 방안에 합의하고, 공동기자회견을 통해 ‘한일 위안부 합의사항’을 발표하였다.

그 이후로 윤병세 외교부장관과 박근혜 대통령에 대해 “겨우 10억엔에 국민주권과 국격을 성급하게 팔아 넘겼다”는 국민들의 비판은 계속해서 끊임없이 제기되어 왔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조준혁 외교부 대변인은 2월 23일 정례브리핑에서 부산 주재 일본 총영사관 앞에 설치된 소녀상뿐 아니라 “서울의 일본 대사관 근처의 소녀상에도 이 기준을 적용할 수 있느냐”는 질문에 “그렇다”라고 답했다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우리 외교부가 처한 현 주소이다.

그런데 더욱 가관인 것은 부산시에 보낸 외교부 공문에 대한 일본 관방장관의 발언인데, 필자가 보기에도 국내 여론을 자극하기에 충분하다. 보도에 따르면, 스가 요시히데(菅義偉)는 23일 “계속 한국측에 위안부(소녀)상 문제를 포함한 합의의 착실한 실시를 요구해 가겠다”고 말했다고 한다.

보도는 이어, “한국이 아직 구체적인 행동을 하지 않은 상황에서 외교부가 부산시에 보낸 공문만으로 나가미네 대사의 귀임을 결정하지 않을 것이라는 뜻을 밝힌 것”이라는 분석을 덧붙였다. 이 말은 마치 스가 요시히데가 윤병세 외교부 장관에게 부산시에 보낸 공문과 조준혁 대변인의 브리핑 내용으로는 부족하니 마치 결재 문건을 다시 작성해서 올리라는 것과도 같은 느낌이지 않은가?

만약 외교부의 의도가 역설적으로 위안부 합의의 재검토 여론을 조성하기 위한 것이었다면, 대한민국의 국민이라는 자긍심을 충분히 가질만 하고, 마땅히 칭찬받아야 한다. 그러나, 조 대변인의 발언은 외교부 공문의 목적이 일본의 입장 혹은 한일관계를 우선 고려한다는 점을 분명하게 설명하고 있고, 일본 관방장관을 비롯한 일본의 태도는 안하무인이다.

그렇다면 외교부에 일반인들이 궁금해 하는 몇 가지 점을 필자도 이 자리에서 공개적으로 묻지 않을 수 없다.

첫째, 한일관계가 우선인가, 아니면 자국의 국민정서에 기초한 국격유지와 국익추구가 우선인가?

둘째, 한일관계를 훼손시킨 본질은 ‘소녀상 설치’인가, 아니면 위안부 만행을 저지른 일본의 과거사에 대한 ‘진정한 사과’인가?

셋째, ‘위안부’ 문제에 대한 물타기와, 아베 우경화 정권의 자국내 지지도 하락을 막기위해 끊임없이 독도 문제로 도발하는 일본의 반복되는 교활한 수단에 한국은 왜 ‘대마도’ 문제로 화답하지 못하는가?

외교부는 국민들이 궁금해 하는 가장 기본적인 문제에 대해 분명한 입장 표명을 해야만 한다. “도대체 어느나라 외교부인가?”라는 비판까지 받아야 하는가?

◆외교부는 대일 외교전략을 전면 재 검토해야

현 시점에서 스스로 철수한 주한 일본대사의 귀임이 40일이 넘어간다는것이 그렇게도 중요한가? 오히려 자국 대사 소환이라는 자충수를 둔 아베 정권이 한국정부의 눈치를 보도록 해야 하지 않을까? 스스로 철수한 귀임문제를 일본 스스로 한국에 요청하도록 좀 더 우리 국민정서와 국격유지 및 국익추가가 우선된 대일 외교전략을 펼칠 전략가는 정녕 지금 외교부에 없는가?

한일간에 지금 필요한 외교적 주제는 주한 일본대사의 귀임 문제나 소녀상 문제가 아니다. 공동으로 대적해야 할 북핵문제이고, 특히 한미일 모두 북한 핵무기 인질이 되지 않도록 해야 하는 문제이다. 이 문제는 우리만큼이나 일본도 시급하다.

게다가 일본은 지금도 독도 문제를 계속해서 이슈화 시키고 있다. 내부 문제에 대한 돌파구와 아베 정권의 국내 지지율을 높이기 위한 수단으로 끊임없이 반복되는 독도 도발에 대한 한국 정부와 외교부의 대안이 국내 지자체 압박이라는 점에 대해 분노하지 않을 국민은 없다. 친일 외교부라는 일반 네티즌의 비판에 대해 외교부는 스스로 반성해야 한다.

또한 외교부가 자국의 지자체를 압박하고, 특히 김정남 피살과 같은 시점을 이용하여 슬그머니 소녀상 문제를 해결하려 한다는 의구심에 대해서도 외교부는 반성해야 한다. 외교부의 태도에 대해 국민들이 반발하고 시민단체가 격렬하게 비판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다. 외교부는 문제의 본질부터, 외교부의 외교전략부터, 특히 대일 외교에 대해 재 검토해야 한다.

◆한국의 국격유지는 지자체와 시민단체의 책임인가?

외교부의 공문에 대해 부산 동구청의 거부 입장 표명은 외교부의 위상이 어디에 있는지를 확인시켰다. 보도에 따르면, “구청 공무원이 시민단체가 설치한 소녀상을 철거하고 농성자들을 끌어낸 뒤 국민적 비난을 받아 지금도 큰 후유증을 겪고 있다”며 “구청이 소녀상을 이전하라고 하는 것은 구청 공무원을 두 번 죽이는 일로 지금은 상상할 수 없는 문제”라며 거부 입장을 표명했다는 것이다.

부산 동구청은 지난해 12월 28일 ‘도로법 시행령 위반’ 등을 이유로 소녀상을 강제 철거했다가 호된 비난 여론에 따라 결국 재설치를 승인했다. 그리고, 외교부의 공문에 대해서도 지역 주민 및 시민단체의 의견을 존중하여 외교부의 협조 공문에 대해 분명한 거부의 입장을 표명한 것이다.

외교부 대변인의 말처럼 “(외교부 공문이) 지자체에 어떤 압박이나 강요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정부의 입장을 좀 더 분명하게 지자체에 전달하기 위함”이었다고 하니, 여론과 국민정서를 먼저 고려한 부산 동구청의 거부 역시 정당하고 현명한 결정이 된 것이다.

결국 부산지역 30여개 시민단체로 구성된 ‘소녀상을 지키는 부산시민행동’은 외교부 공문에 대해 명확한 행동으로 비판했다. 보도에 따르면, 이들은 2월 23일 성명을 통해 “국민주권의 상징인 소녀상이 또 한번 시련을 맞았다”며 “친일 외교부가 아니라면 민심에 역행하는 소녀상 이전 요구를 즉각 철회해야 한다”고 성토했다는 것이다.

또한 이들은 내달 1일 동구 초량동 소녀상 인근 정발장군 동상에서 ‘3ㆍ1평화대회’를 열고 윤병세 외교부장관의 즉각 사퇴, 한일 ‘위안부’ 합의 무효, 한일군사협정 폐기 등을 요구할 계획이라고 한다.

결국 국민정서와 국격유지를 배려하지 못한 중앙정부의 성급한 정책 결정을 시민사회와 지방 자치단체가 회복시키는 불편한 모양새가 되었다. 국민정서에 기초한 국격유지와 국익추구는 시민단체나 지방자치단체의 몫이 아니라는 점을 중앙정부와 특히 외교부는 명확히 재 인식해야 한다.

◆외교의 사명은 국민 정세에 기초한 국격유지와 국익추구가 우선이어야

이번 외교부의 공문과 대변인의 브리핑이 주한 일본대사의 귀임 명분을 주기 위한 고육지책으로 이해할 수는 있으나, 반드시 우선되어야 하는 것은 자국 국민의 국가에 대한 자긍심에 상처를 주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국민 정세에 기초하여 국격을 우선 생각해야 하고, 국익추구를 위한 선택이었는지를 외교부는 다시한번 고민해야 한다.

그런 관점에서 이번 외교부의 행위는 분명히 잘못되었다. 왜냐하면, 외교부 공문에 나타난 대로, “위안부 문제를 역사의 교훈으로 오래 기억하기에 보다 적절한 장소로 동 소녀상을 옮기는 방안에 대해 정부, 지자체, 시민단체 등 관련 당사자들이 지혜를 모을 필요가 있다”는 외교부의 발상 자체부터 이미 일본의 입장을 대변하고, 특히 일본대사의 귀임 명분이 목적임을 나타내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소녀상 설치 문제를 두고 일본 측에 지속적으로 끌려 다닌다는 비판과 시민단체의 반발에 대해 외교부의 답변은 궁색하다못해 초라하다.

국민정서에 기초하여 국격유지와 국익추구가 최우선 목표였다면, “위안부 문제를 역사의 교훈으로 오래 기억하기 위하여”가 그 실질적인 목표가 되어야 한다. 이 실질적인 목표를 위해 “외교부는 소녀상 설치와 ‘한일 위안부 합의’를 포함한 모든 관련 문제를 정부, 지자체, 시민단체 등 관련 당사자들과 함께 지혜를 모으려 한다”고 표현해야 하고, 공청회와 토론회 등을 통해 실제로 이를 실행해야 한다.

외교부는 초심으로 돌아가서, 국민의 외교부가 되어야 한다. 국민들은 분명 외교부를 믿고 싶어한다. 어떠한 경우에도 자국 국민에게 돌이킬 수 없는 상처를 주는 외교정책이나 외교전략의 선택은 금해야 한다. 외교의 사명은 국민 정서에 기초한 국격유지와 국익추구가 우선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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