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방왕 고라도라"…소박하지만 강건한 제주의 문화

2017-02-27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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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제주박물관, 새단장 마치고 1년 만에 재개관

제주시 한경면 고산리에서 출토된 한반도 최초의 토기 [사진=국립제주박물관 제공]


아주경제 박상훈 기자 =국립제주박물관(관장 김종만)이 새단장을 마치고 오는 3월 1일 재개관한다.

제주의 독특한 역사와 문화를 보존하고 전시하기 위해 지난 2001년 6월 문을 연 제주박물관은 노후화한 전시 시설과 내용을 지난 1년간 전면적으로 개편해 쾌적한 전시환경을 갖추게 됐다. 
재개관 후 마련한 첫 번째 전시는 관람객과 제주의 이야기, 즉 '섬 제주에서 사람들은 어떻게 살았을까?'라는 궁금증을 함께 나누는 데 초점을 맞췄다. 화산섬이라는 거칠고 척박한 자연에 적응하며 해양 교류를 통해 '국'(國)으로 성장해 가는 '탐라'와 고려·조선시대 중앙의 통제를 받았던 '제주'는 어땠는지, 그리고 그 속에서 섬 특유의 문화를 만들어 나간 제주 사람들을 생각해 보자는 취지다. 

전시 주제는 선사시대부터 조선시대에 이르는 시간의 흐름을 따라 △'구석기시대 제주의 시작' △'제주 섬과 신석기시대' △'섬마을의 발전과 변화' △'섬나라 탐라국' △'고려시대 제주' △'조선시대 제주' 등으로 잡았다. 전시장에서는 제주지역의 고고학적 성과를 담은 유물과 제주인의 이야기가 담긴 역사 자료 등 2200여 점의 전시품을 만날 수 있다. 
 

고내리식 토기 [사진=국립제주박물관 제공]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 된 신석기시대 유적인 제주시 한경면 고산리에서 출토된 한반도 최초의 토기를 비롯해 탐라국의 정체성을 보여주는 곽지리식토기와 고내리식토기, 항파두리성 내부 발굴조사에서 확인된 고려시대 철갑옷, 이형상 목사의 '탐라순력도', 지난해 기증받은 장한철의 '표해록' 등 '제주 냄새'가 물씬 나는 문화재를 한자리에서 살펴볼 수 있다는 점이 눈길을 끈다.

특히 이번 전시에서 처음 선보이는 크기 140cm에 달하는 곽지리식 대형항아리(하귀1리 택지개발부지 출토)는 물을 담아두기 위한 참항아리와 용도가 같아 화산섬에 적응하며 살아갔던 제주 사람들의 과거와 현재를 비교할 수 있게 해준다. 

전시품의 역사적 의미를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다양한 영상과 시각자료도 선보인다.

화산섬 제주의 탄생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의 모습을 보여주는 타임 랩스(Time lapse)와 프로젝션 맵핑(Projection Mapping) 영상, 탐라의 삼성설화를 모티브로 한 '탐라국 이야기', 제주목관아를 주제로 한 영상 등은 관람객들의 발길을 붙잡아둘 만하고, 어린이들을 위한 인터랙티브 영상도 설치돼 가족 단위 관람객들의 호응을 얻을 것으로 보인다.

이 밖에 한반도와 제주의 시간을 일목요연하게 비교해 볼 수 있는 연표, 인포그래픽으로 풀이한 제주 유배인, 제주 특산물의 의미를 보여주는 일러스트 등 다채로운 시각 자료도 인상적이다. 또 제주박물관을 찾는 중국인들을 위해 전시설명문에는 중문을 추가했다.
 

장한철의 '표해록' [사진=국립제주박물관 제공]


전시의 마지막 부분은 '제주섬 사람들'을 주제로 자연에서 삶의 기본이 되는 의식주를 해결하고, 곳곳에 깃들어 인간 세상을 다스리는 신을 섬긴 소박하지만 강건한 제주의 문화로 꾸며졌다. 여기에선 그동안 제주박물관에 작품을 기증한 기증자의 면면도 살필 수 있다. 

전시품들을 편안하게 관람할 수 있는 것은 진열장 유리 면적을 확대하고 전체 조명을 LED로 바꾼 탓도 있지만, 출입문과 로비, 체험실 등 편의시설 전반을 관람객 시선에 맞췄기 때문인 듯하다.

제주박물관 측은 "'강방왕 고라도라'(가서 보고 와서 이야기 해달라, 제주 방언)의 의미를 담은 재개관"이라며 "관람객들이 이곳에서 제주의 오랜 시간과 역사적 순간들을 접하고 이를 다른 이들에게 잘 전할 수 있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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