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윤세미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불법 체류자에 대한 단속과 추방을 확대하는 새로운 지침을 발표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과 워싱턴포스트(WP) 등 외신에 따르면 미국 국토안보부는 21일 존 켈리 장관의 명의로 미국 내 불법이민자에 대한 법 집행 및 미국-멕시코 국경 단속을 강화하는 내용을 담은 행정각서를 발표했다.
오바마 행정부에서는 불법 체류자는 중죄를 저질러 우선 추방 대상자에 포함되지 않는 한 미국에서 살 수 있었지만, 트럼프 행정부에서는 이제 모든 불법 체류자는 언제든 추방의 대상이 되는 것이라고 WSJ는 전했다.
이번 지침에도 우선 추방 대상자 범위가 정해졌지만 그 범위가 훨씬 넓어졌다. 예를 들어 유죄 판결을 받지 않더라도 범죄 혐의로 기소되거나 사소한 경범죄를 저질렀거나 경찰에 의해 공공 안전에 위험이 된다고 판단될 경우 우선 추방 대상자에 포함된다.
존 켈리 장관은 콘퍼런스콜을 통해 “남부 국경을 넘는 이민자가 연방 당국의 통제가 불능할 지경으로 심각해서 미국에 심각한 위험이 되고 있다”며 이 같은 행정각서를 발표하게 된 배경을 설명했다.
백악관이나 국토안보부는 이번 지침이 대규모 불법 체류자 단속이나 추방을 위한 것이 아니라고 부인하면서 즉시 단속에 나서지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트럼프는 대선 운동 당시부터 1100만명에 이르는 불법 체류자를 모두 미국에서 쫓아내겠다고 거듭 공약한 바 있다.
이민자 사회에서 공포가 커지고 있는 가운데 인권 단체들은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휴먼라이츠와치의 그레이스 멩 연구원은 이번 조치가 “이민자에 대한 법 집행에 있어 기본적인 적법절차가 무시될 수 있게 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