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살리기]사회적 인식으로 굳어진 ‘반재벌정서’···국가적 차원서 해소해야

2017-02-21 1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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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반재벌 정서’ 확산은 경제에도 악영향

아주경제 채명석 기자 =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구속은 ‘반기업정서’를 넘어 ‘반재벌정서’로의 확산이라는 도화선으로 작용하고 있다.

특히, 반기업 정서가 단순한 이념적 취향이나 비논리적 감성을 넘어 한국인의 경제관을 대표하는 ‘인식’으로 굳어지고 있어 개별 기업이 해결해야 할 수준을 넘어섰기 때문에 범국가적 차원에서 해소 노력을 전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황인학 한국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반기업 정서는 이념이나 감성 작용만의 문제가 아니라 지식과 정보의 문제가 결합된 현상이다”면서 “그 결과 반기업 정서가 법치주의를 비롯한 사회 제도에 대한 폭넓은 불신과도 밀접한 관계를 맺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한국의 반기업 정서는 이념, 학력, 연봉 등과 상관이 없었으며 보수·진보의 잣대와 연결지어 설명하는 데도 무리가 있을 정도로 심각하다”면서 “반기업 정서는 어느덧 역사적 경로의존성을 띨 정도로 고착화돼 올바른 경제 교육으로 극복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 사회적 자본을 저해하는 수준까지 높아졌다”고 덧붙였다.

그동안 재계가 사회공헌, 협력사와의 상생경영, 지역 경제권과의 동반성장 등 다양한 활동을 벌였음에도 불구하고 재벌에 대한 국민적 반감은 수그러들지 않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는 것이다.

◆기업을 '악(惡)'으로 치부하는 권력층 생각 바뀌어야
상황을 이렇게 만든 1차 책임은 기업, 재벌에게 있다. 오너 일가의 비도덕적 행동, 하도급, 혹은 협력 업체와의 비리, 중소기업 고유 업종 침투, 기술 개발보다는 부동산 투기, 정권과의 밀월관계를 동원한 이권 챙기기 등은 비판받아야 마땅하다.

하지만, 일부 기업과 기업인들의 부도덕한 행위를 확대해석해 모든 재벌을 마녀사냥식으로 몰아붙이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한다. 특히 재계는 이러한 반재벌정서를 주도한 장본인들이 바로 정치권과 정부라며, 이들 권력층들이 생각을 바꾸지 않으면 재벌에 대한 이미지는 바뀌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재계 관계자는 “정부나 정치권은 자신들의 안위를 위해 기업을 ‘악(惡)’으로 만든 사례는 수없이 되풀이 되어 왔다”면서 “그들은 기업이 너무 많이 먹어서 국민이 못산다는 생각을 하게끔 만들기 위한 이용품으로 매도하고 상처를 주고, 기업인들을 교도소에 들여보냈다가 얼마 지나지 않아서 각서 한 장 받고 교도소에서 내놓고는 했다. 입맛 쓴 이런 되풀이가 몇 차례 있고 난 후 기업인들은 다 같이 범법자로 치부되어 왔다”고 강조했다.

정치권은 반기업정서를 해소하겠다면서 기업 경영에 족쇄와 다름없는 경제민주화법안과 상법 개정안 입법화를 추진하고 있다. 이들 법안이 발효될 경우 기업 활력이 크게 악화되어 국가 경제 위축이라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범 산업계 차원에서 법안 개정을 호소하고 있으나, 이들은 기업들의 목소리를 전혀 듣지 않고 있다.

또 다른 재계 관계자도 “정부가 기업인에게 유착을 유혹하고 강요했던 예도 없지 않았다. 그런 정권과 결탁해서 헐값으로 국영 기업을 불하받고 각종 특혜로 치부한 기업도 물론 없지 않다”면서도 “그러나 사회 전반이 다 같이 혼탁하고 무질서하며 비윤리적인 상황에서 그 사회의 산물이었던 기업과 기업인에게만 독야청청(獨也靑靑) 하지 못했던 죄를 묻는 것은 역시 공정치 못하다”고 전했다.

◆재계, “국민과 소통 방안, 묘수가 없어···”
반재벌정서의 직접적인 피해자는 결국 재벌들이다. 삼성과 현대자동차 등 주요 그룹들은 일련의 사태 확산을 막기 위해 국민과 소통하기 위해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삼성그룹 관계자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구속영장 청구 결과와 상관없이 이번 사태에서 목격한 국내의 ‘반삼성 정서’가 얼마나 큰지를 깨달았다”며 “시간을 갖고 진정으로 국민들에게 다가가는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다각적인 방법을 모색중이다”고 전했다.

재계 2위 현대자동차그룹도 ‘반현대차 정서 해소’를 올해 중점 사업계획으로 추진키로 하고, 고객과의 소통 강화를 위해 이달 초 영업전략실을 신설했다. 기존 국내영업본부 내 커뮤니케이션실과 마케팅실의 기능을 통합한 조직으로, 고객의 의견을 수렴해 이광국 국내영업본부 부사장에게 직접 보고하며, 영업현장에도 곧바로 반영한다.

SK와 LG, 롯데 등 주요 그룹들도 고객 정서에 대응하기 위한 다각적인 방법을 고민중이다. 하지만 생각을 할수록 여론을 반전시킬 수 있는 뾰족한 수가 없다며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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