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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김효곤 기자 hyogoncap@]
야권과 재계가 극명하게 대립되는 쟁점으로는 △다중대표소송제 △집중투표제 의무화 △감사위원 분리선출 등 3가지를 꼽았다. 야권은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2012년 대통령 후보 시절 상법 개정안을 공약으로 내걸고도 이행하지 않은 점을 근거로 개정안이 급진적이라는 재계의 비판을 차단하고 나섰다. 재계와 여당은 이에 대해 경제 위기의 가능성이 농후한 가운데 외국 투기자본에 의한 경영권 위협 논리로 맞서고 있다.
개정안의 핵심 쟁점으로 꼽히는 다중대표소송제는 재벌 기업들이 비상장 자회사를 이용한 비자금 조성 등 불법 행위를 차단할 수 있는 수단으로 거론된다. 자회사의 불법행위로 인해 모회사가 손해를 본 경우, 모회사의 주주가 자회사 이사를 상대로 소송을 청구할 수 있는 제도다. 대체로 우리나라에서는 그동안 재벌가들이 비상장 회사인 자회사를 이용해 불법행위를 저지르고도 처벌을 피할 수 있어 입법 흠결로 지적돼 왔다.
개정안을 발의한 야당 측은 이를 통해 순환출자를 이용해 비상장 계열사로 모회사를 지배하면서 손실 발생에 대해선 책임을 지지 않는 관행을 바꿀 수 있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여당과 재계는 미국 등 선진국에서도 현재 개정안처럼 자회사에 대한 지분율이 낮지 않다고 반박했다.
전성인 홍익대 교수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모회사의 주주가 비상장 자회사를 대상으로 소송을 할 수 없기에 지금까지 불법 행위들이 쌓여 대기업의 리스크가 커졌다”며 “재계에서 주장하는 경제위기 등의 우려도 이번 개정안과는 무관하게 지금까지 지속적으로 추진돼왔다”고 말했다.
여의도연구소장을 역임한 김종석 자유한국당 의원은 “모회사가 자회사에 대해 100% 지분을 지니고 있을 경우엔 모르지만, 지금 개정안처럼 50% 혹은 30%에 불과한 상황에서 소송을 허용하는 것은 주주평등권에 어긋난다”고 지적했다. 또 “외국에서도 소유 지분이 100%가 안된 상황에서 자회사를 상대로 소송을 허용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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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김효곤 기자 hyogoncap@]
◆ 대기업 경영권 방어 취약···외국계 자본 위협 과장돼
집중투표제 의무화와 감사위원 분리선출에 대해선 외국계 자본의 경영권 위협 가능성이 주요 쟁점으로 떠올랐다. 집중투표제는 기업 내 이사 선출 시 ‘1주1표’ 원칙을 적용하지 않고, 1주당 선임하는 이사의 수만큼 의결권을 부여하는 방식이다.
이를 적용하면 소액주주들은 분산될 수 있는 표를 한 번에 몰아 투표가 가능하다. 즉, 소액주주들을 대변하는 이사 선출의 가능성이 커지면서 대주주 견제의 문이 넓어지는 셈이다.
감사위원 분리선출은 통상 선출된 이사 중에서 따로 감사위원을 뽑는 방식을 변경해, 처음부터 이사와 감사위원을 분리해 선출하는 방식이다. 감사위원 선출 시 모든 주주들의 의결권을 3%(동일인 기준)로 제한한다. 야당은 이 방식을 통해 거수기로 전락했다는 비난을 받는 이사회의 독립성을 높일 수 있다고 주장한다.
이에 대해 여당과 재계에서는 외국계 투기자본이 합법적인 방식으로 침투해 대기업 경영권을 흔들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감사위원 분리선출제 도입 시, 의결권 제한에서 자유로운 외국계 투기자본이 연합해 감사위원을 대다수 차지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에 대해 전 교수는 “감사위원 분리선출은 지금껏 재벌 총수의 이해 관계자들로 채워진 관행을 타파하는 제도”라며 “외국과 비교를 하기 전에 개정안의 취지를 봐야 한다”고 말했다.
또 “재벌 대기업들이 개혁 법안에 대해 늘 애국심 마케팅을 동원해 무산시키려는 시도를 한다”며 “경영권 방어를 위해 오히려 국민연금이 삼성전자 등의 지분을 늘려 적극적으로 주주권을 행사하는 식의 대안도 있다”고 덧붙였다.
김 의원은 “기업의 이사를 뽑을 때 소액주주의 권리를 대변하는 인사를 넣겠다는 건 좋지만 이런 식으로는 이사회가 건전한 토론장에서 벗어날 우려가 있다”며 “감사위원 분리선출도 우리나라 기업들의 경영 효율성을 저해하는 제도로 전락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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