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은행권에 따르면 IBK기업은행은 최근 모뉴엘 사태에 대한 보험금 지급청구 소송 1심 판결에서 일부 승소한 뒤 항소를 준비 중이다. 전체 소송가액 8450만 달러(972억원) 중 23%에 해당하는 금액만 지급받게 됐기 때문이다. 지난해 12월 승소 판결을 받은 NH농협은행, KEB하나은행과 비교하면 사실상 패소에 가깝다.
IBK기업은행 관계자는 "반환 금액이 예상보다 너무 적다"며 "항소를 통해 정당한 손해배상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모뉴엘 사태와 관련한 충당금을 절반가량 쌓아둔 상태여서 추가 손실을 처리할 경우 상당한 부담이 예상된다.
모뉴엘 사태는 가전업체인 모뉴엘이 2014년 해외 수입업체와 공모해 허위 수출 자료를 만든 뒤 무보의 보증을 받아 금융기관 10곳에 수출채권을 매각한 사기 사건이다. 이후 은행들은 모뉴엘의 수출 실적이 가짜로 드러나자 무보에 단기수출보험금(EFF)을 청구했다. 하지만 무보 측에서 지급을 거절했고 6개 은행은 소송을 제기했다.
반면 NH농협은행은 법원으로부터 5216만 달러(622억원)의 보험금을 무보가 지급하라는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받았다. 농협의 소송가액이 5217만 달러였던 점을 감안하면 완승이나 다름 없다. KEB하나은행도 소송가액 8037만 달러(963억원)에 지연이자 17%까지 돌려받게 됐다.
이처럼 동일한 사안에 대해 판결이 각기 다른 이유는 재판부가 상이한 영향도 있지만, 거래 대상과 행태 등이 다르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은행 한 관계자는 "수협이 패소했을 때 우려를 내비쳤던 나머지 은행들이 이후 잇달아 승소하면서 분위기가 좋았다"며 "그러나 승소한 경우에도 얼마나 유리하게 판결이 났는지를 따져보면 마냥 좋지만은 않을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아직 1심 판결이 나지 않은 KDB산업은행과 KB국민은행은 다음 달 최종 변론 등을 거쳐 상반기 내 결과를 알 수 있을 전망이다. 두 은행은 무보를 상대로 각각 460억원, 550억원의 보험금 청구 소송을 진행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