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뇌물공여 등 혐의를 받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조사를 받기 위해 13일 오전 서울 대치동 특별검사 사무실로 향하고 있다. [사진=유대길 기자]
아주경제 유진희 기자 = 14일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를 조사하고 있는 박영수 특별검사팀의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구속영장 재청구하면서 삼성전자가 충격에 빠졌다. 9조원짜리 M&A(인수합병) 등 주요 사업을 진행하고 있는 상황에서 또다시 경영 ‘올스톱’ 위기를 맞았기 때문이다.
애플, 구글 등 글로벌 IT(정보통신)업체들이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IoT) 등 신성장 사업에 적극적인 투자에 나서고 있는 가운데 삼성전자만 ‘경영시계’가 멈춰 있게 된 것이다.
이에 삼성은 지난달 16일 첫 번째 청구 때보다 더 크게 위기감을 느끼고 있다. 지난달 삼성의 경영권 보장을 위해 이 부회장 이외의 경영진들은 불구속 수사를 하겠다던 입장을 바꿔 박 사장에게도 영장을 청구했기 때문이다.
피의자 신분인 최지성 삼성 미래전략실장(부회장), 장충기 차장(사장), 황성수 삼성전자 전무 등도 필요에 따라 추가로 구속영장이 청구될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의미다. 게다가 지난달 19일 법원이 특검의 구속영장 청구 기각으로 ‘최순실 사태’에서 벗어나 다시 경영 체계를 추스르던 상황이라 당혹감도 당시 보다 더 큰 상황이다.
지난 달 16일 특검이 이재용 부회장에 대해 첫 구속영장을 청구한 후 같은 달 19일 기각될 때까지 최지성 부회장 등 그룹 수뇌부는 외부일정도 잡지 않고 잡지 않고 비상 체제를 가동했다. 특히 18일 열릴 예정이었던 ‘수요 삼성사장단 회의’도 취소한 바 있다. 이는 2009년 1월 14일 이후 8년 만에 처음 있었던 일로 그만큼 엄중했던 당시의 분위기를 추측할 수 있다. 현재 삼성 내부의 상황은 당시 못지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삼성그룹 관계자는 “특검이 제기한 대부분 혐의에 대해 해명했는데 다시 구속영장을 청구한다고 하니 이해하기 어렵다”며 “사태가 장기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어 향후 방침에 대한 내부적인 고민이 크다”고 호소했다.
재계 관계자는 “법리로만 따지면 충분히 불구속 수사로 진행될 수 있는데 특검이 무리하게 구속영장을 청구하고 있다”며 “기업에 대한 국민의 반감을 특검이 외면하지 못하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더 큰 문제는 그룹의 컨트롤 타워가 작동하지 않으면서 그동안 추진해왔던 각종 사업들의 진행에 ‘적신호’가 켜졌다는 점이다. 당장 미국 전장기업 하만이 17일 오전 9시(현지시간) 미국 코네티컷주 스탬포드시에서 임시주주총회를 열고 삼성과의 9조원짜리 합병안을 의결한다. 현재 일부 주주들이 '추가제안금지' 조항과 과도한 위약수수료를 문제 삼아 하만 경영진을 상대로 집단소송 제기하는 등 현재 잡음이 끊이지 않은 상태이다.
양사 간 합병을 주도해왔던 이 부회장에게 구속영장이 청구되면서 어떠한 형태로도 적잖은 영향을 줄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특검이 마무리되는 대로 내놓을 예정인 삼성 경영쇄신안 준비 작업, 미전실 해체 등 주요 현안도 차질이 불가피해질 전망이다. 지난해 12월부터 미뤄졌던 사장단 인사와 신입사원 공개채용도 상반기 내에 실시될 수 있을지도 불확실해졌다.
재계 관계자는 “특검의 수사가 ‘최순실의 국정농단’이라는 본질에서 벗어나 ‘삼성의 단죄’라는 대기업 죽이기로 전락했다”며 “특히 구속 영장 청구의 남발로 기업의 경영에 발목까지 잡고 있다”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