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정등용 기자 =“요즘 시대에 고전 연극이 많이 나왔으면 좋겠어요. 당연히 손익분기점을 넘기기 쉽지 않고 상업적으로 실패할 가능성도 높지만, 그런걸 두려워하지 않고 좋은 작품을 올려 많은 관객들에게 다양한 연극이 있다는 것을 알려주고 싶어요”
배우 김수로는 14일 서울 종로구 대학로 드림아트센터에서 진행된 연극 ‘밑바닥에서’ 프레스콜 행사에 참석해 이같이 말했다.
연극 ‘밑바닥에서’는 사회주의 리얼리즘의 창시자이자 러시아의 셰익스피어라 불리는 막심 고리키가 1902년 발표한 희곡으로 하수구 같이 더럽고 어두운 싸구려 여인숙을 배경으로 그곳에서 살아가는 여러 인간들의 삶을 그린 작품이다.
‘밑바닥에서’의 앞선 공연에서 페페르, 배우 등 여러 역을 맡으며 작품에 대한 애정을 보였던 김수로는 이번 공연에선 메드베제프 역을 맡았다. 김수로는 “같은 배역보다 돌아가면서 여러 배역을 하고 싶었다. 다음엔 남작 역을 연기하고 싶다”고 소감을 밝혔다.
안톤 체홉의 ‘갈매기’와 함께 러시아 문학계의 양대 산맥으로 손꼽히는 ‘밑바닥에서’는 자칫 고전은 지루하다는 고정관념에서 벗어나지 못할 수 있지만, 김수로는 이 같은 우려에 대해 전혀 괘념치 않았다.
그는 “사실 내가 아는 고전 작품을 올려야 자신감도 있다. 상업적인 색깔보다 공부가 되는, 혹은 어려운 시기에 이런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용기를 가져봤다”면서 “내 행보가 남들과 달라야 하지 않겠냐는 생각을 한다. 적어도 1년에 고전 작품 한 두 편 정도 올리고 싶다”고 말했다.
이에 앞서 김수로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진행됐던 뮤지컬 ‘인터뷰’의 흥행도 김수로가 위험을 무릅쓰고 고전 연극에 도전할 수 있는 원동력이다. 그는 “한 작품이 큰 사랑을 받으면 그 사랑을 다시 어떻게 돌려드릴지 고민한다. 작년의 ‘인터뷰’가 큰 사랑을 받아서 지금 같은 고전 연극을 할 수 있는 것 같다”고 강조했다.
최근 들어 본업인 배우보다 연출가로 왕성한 활동 중인 김수로는 연출가로서의 목표를 밝히기도 했다. 그는 “작품 연출을 하는 가장 큰 이유는 행복하기 때문이다. 남들과 다르게 하고 싶고, 항상 개인보다 사회를 생각하고 있다”면서 “아직 지식과 지혜가 부족해 공부하고 있는 입장이다. 지금의 도전이 혁신과 개혁의 큰 디딤돌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공연은 3월 12일까지 서울 대학로 드림아트센터2관 더블케이씨어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