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일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4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대외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사진=아주경제 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아주경제 최신형 기자 =바야흐로 정부조직 개편의 계절이 다가왔다. 19대 대선은 박근혜 대통령 탄핵 심판 결정에 따라 치러지는 특수한 선거다. 정권 출범의 통과의례였던 ‘대통령 인수위원회’ 없는 정부가 출범한다. 역대 대선 이후 정권 실세의 맘대로 행해졌던 개혁의 칼질이 예측 불가능한 행태로 치달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조직이란, 어떤 환경에서 특정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체계적 구조를 지닌 사회단위다. 그러나 우리에게 행정조직은 정권 개국 공신에게 주는 일종의 전리품에 지나지 않았다. 백년대계는커녕 5년도 담보하지 못하는 누더기로 전락했다. 이에 본지는 3회 기획을 통해 국가의 시대정신을 담을 수 있는 정부조직 개편 방향을 모색한다. <편집자 주>
역대 정권의 정부조직 개편은 개혁이라는 미명하에 행해진 일종의 ‘전봇대 뽑기’였다. 정권 출범 때마다 ‘유목민’ 부처가 난무했다. 권력의 권좌에 오른 대통령과 측근 실세들은 국민의 부여한 정치권력을 공론화 과정 없이 속도전으로 정부조직 개편을 단행했다. 정권 출범 때마다 ‘유목민’ 부처가 발생하면서 공직사회가 ‘혼비백산’에 빠지는 이유도 이와 무관치 않다.
‘정부 3.0 추진위원회’도 마찬가지다. 제1당인 더불어민주당의 ‘중소기업벤처부 신설’ 추진으로 궁지에 몰린 산업통상자원부는 이미 신정부 출범에 대응하기 위한 분과 1차 회의를 마쳤다. ‘부처 확장=부처 권력’으로 통용되는 한국 사회에서 살아남기 위한 고육지책이다.
◆정부조직개편, 前 정권과의 단절 악순환
13일 국회에 행정전문가들에 따르면 정부조직 개편의 법률적 근거는 헌법과 정부조직법 및 개별 법률, 대통령령, 총리령·부령 등이다. 법률 등에 따른 안정성 장치를 마련했지만, 현실은 정반대다. 87년 체제 이후 정부들은 넓게는 ‘큰 정부와 작은 정부’, 좁게는 자신의 핵심 국정과제 추진을 위한 장치로 정부조직법을 건드렸다.
문민정부는 2원14부5처14청(모두 임기 말 기준, 임기 초는 2원14부6처15청), 국민의정부는 16부4처16청(17부2처16청), 노무현 정부는 18부4처18청(18부4처17청), 이명박 정부는 18부4처18청(15부2처18청) 박근혜 정부는 17부5처16청(17부3처17청) 등이었다.
강황선 건국대 행정학교 교수는 이날 본지와 통화에서 “전 정권과의 차별화에만 중점을 둔 결과”라고 말했다.
실제 문민정부 당시 김영삼(YS) 대통령의 1차 조직 개편 핵심은 상공부와 동력자원부의 통합체인 상공자원부, 문화부와 체육청소년부의 통합체인 문화체육부의 확대·개편이었다. 전자가 국내 산업 경쟁력 강화가 목표였다면, 후자는 노태우 정권과의 단절과 무관치 않다. 6공화국은 당시 체육부를 체육청소년부로 바꿨다.
또한 문민정부는 노태우 정부에서 ‘처’로 격하된 환경처를 1994년 2차 개편 때 ‘부’로 승격했다. YS는 당시 총 세 번의 조직개편을 단행했다.

조기 대선 정국에 휩싸인 20대 국회. 역대 정권의 정부조직 개편은 개혁이라는 미명하에 행해진 일종의 ‘전봇대 뽑기’였다. 정권 출범 때마다 ‘유목민’ 부처가 난무했다. 권력의 권좌에 오른 대통령과 측근 실세들은 국민의 부여한 정치권력을 공론화 과정 없이 속도전으로 정부조직 개편을 단행했다. 정권 출범 때마다 ‘유목민’ 부처가 발생하면서 공직사회가 ‘혼비백산’에 빠지는 이유도 이와 무관치 않다. [아주경제 최신형 기자]
◆지방분권형·민간형 개편, 4차 산업혁명 필수조건
국민의정부에선 1차 때 대통령 직속의 기획예산위원회 신설하더니, 2차 땐 이 위원회와 예산청을 통합, 기획예산처를 신설했다. 참여정부에서는 보건복지부의 기능 중 보육서비스 기능을 여성가족부로 이관했고, 핵심 정책이었던 행정중심복합도시 건설의 총괄을 위한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을 신설했다.
진보정권 10년을 끝내고 출범한 이명박 정부는 헌법상 명시적 근거가 없는 ‘부총리제’를 전격 폐지했다. 대신 독일의 연방특임장관 모델인 국무총리 산하에 특임장관을 신설했지만, 정권 실세들이 자리를 차지하면서 갈등 논란만 빚었다.
반면, 박근혜 정부는 경제부총리를 부활하는 대신, 특임장관은 폐지했다. 공룡 부처인 미래창조과학부도 신설했다. 여기에는 이명박 정권과의 단절을 통한 책임론 회피하는 정치적 셈법이 깔렸다.
전문가들은 대통령 당선인 공약을 중심으로 한 단견적 조직 개편이 문제라고 지적한다. 또한 지방분권형·민간형 조직개편을 통해 4차 산업혁명 시대에 걸맞은 정부조직 개편의 지속 가능성을 만들어야 한다고 주문한다.
이창길 세종대 행정학과 교수는 “미래창조과학부 등의 기능 재조정은 불가피하다고 본다”면서 “정권 출범 이후 보여주기 식의 즉흥적인 조직개편은 부작용만 낳을 뿐”이라고 말했다.
정연정 배재대 공공정책학과 교수는 “중앙부처에는 핵심 기능만 남고 지방자치로 이양하는 게 필요하다”며 “분권형 정부조직 개편에 맞는 국가 기능의 재정립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강 교수는 “정부 조직 중 민간으로 넘길 부분은 이양하는 게 효율성 측면에서 낫다”고 설명했다.

지난 2014년 6월 4일 치러진 지방선거. [사진=아주경제 남궁진웅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