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은 미국에 약 500조원을 투자와 함께 미국 내에서 70만개 이상 일자리를 창출하겠다고 약속했다. 이 과정에서 일각에서는 일본의 ‘조공외교’라는 비난도 제기됐다.
일반적 흐름이라면 조공외교는 일본의 전형적인 협상카드라는 점에서 큰 이슈로 부각되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 탄핵정국으로 어수선한 한국의 상황이 조공외교조차 부러워하는 처지가 된 것이다.
경제부처 내부에서는 이번 미‧일 정상회담을 ‘미국의 파워와 일본의 돈이 만난 통상적 회담’이라고 담담하게 평가하는 분위기다.
다만, 현재 탄핵정국에서 경제외교를 제대로 이끌만한 컨트롤타워가 없다는 부분에 대해서는 일본이나 중국이 부럽다는 반응도 나왔다.
정부에서는 한미 동맹이 흔들리지 않는다는 확신은 있지만, 일본처럼 확실한 자금으로 미국을 움직일만한 힘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정부 한 고위 관계자는 “우리는 미국이 어떤 조치를 하더라도 지금 상황에서 대응을 하기 어렵다. 미국이 여전히 한국을 동맹국가라고 인식한 것 자체에도 안도는 하는 정도”라며 “대통령 부재에 어수선한 국내 상황은 조공외교를 하고 싶어도 할 수 없는 처지”라고 말했다.
이는 정부 스스로 어떤 의사결정조차 내리기 힘든 상황에 내몰렸다는 방증이다. 일본은 미국과 중국의 대립각을 적절히 이용해 확실한 노선을 결정한 반면, 박근혜 정부는 지난 4년간 양국을 대상으로 어정쩡한 중립체제를 고수했다.
그 결과 미국과 중국의 갈등이 심화되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채 새 정부 출범만 바라보는 최악의 상황이 연출됐다.
일본이 미국과 동맹관계를 확인하며 ‘신 밀월시대’를 열어젖히면서 우리 정부가 추구하던 친중국 정책 역시 노선변경이 불가피해질 것으로 보인다. 정부의 중국 진출 전략도 3년째 이렇다 할 움직임이 없다.
그렇다고 마냥 미국과 중국 눈치를 볼 여유가 없다. 전문가들은 일본이 선점한 미국만 하더라도 언제 한국 정부에 영향력을 행사할지 모르는 형국이다.
실제로 이번 미‧일 정상회담에서 나온 일본 오키나와현 센카쿠(중국명 댜오위다오)에 대한 문제도 트럼프 대통령이 아베 총리 손을 들어주면서 중국과 갈등이 본격화될 것이라는 부분을 시사했다.
또 일본은 아베 총리의 조공외교를 통해 미‧일 자유무역협정(FTA)도 탄력을 받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렇게 되면 미국의 우월적 지위를 이용한 한‧미 FTA의 수정도 예측을 할 수 없는 수준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민간경제연구소 한 관계자는 “미국과 돈독한 관계를 맺기 위한 일본의 조공외교를 비난할 일이 아니다”라며 “일본이 트럼트 대통령의 스타일을 파악하고 먼저 움직인 부분에 대해 ‘국익’이 우선이라는 것을 일깨워 준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탄핵‧조기 대선 등 혼란한 한국의 국정공백이 오히려 문제다. 경제외교는 확실한 정책노선보다 미국과 중국의 구두약속에 의존하는 상황”이라며 “상당히 약화된 한국 정부 능력을 미국이나 중국‧일본이 악용하지 않을까 걱정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