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무한경쟁에 돌입하면서 면세점들은 연일 과다출혈을 감수하고 있다. 지난해 처음 시장에 진출한 HDC신라, 신세계DF, 한화갤러리아, 두타 등 신규 면세점들의 실적은 대부분 적자다. 그나마 업계 2위인 호텔신라와 합작한 HDC신라면세점만이 지난달 첫 흑자 전환했을 뿐이다. [그래픽=김효곤 기자 hyogoncap@ ]
아주경제 석유선 기자 = 국내 최초 면세점인 동화면세점이 최근 경영권 매각설에 휩싸이면서, 승승장구하던 한국 면세점 산업에 전운이 감돌고 있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동화면세점을 시작으로 조만간 면세점 전반에 구조조정이 본격화될 것이란 우려다. 한류 바람을 타고 대거 유입된 중국인 관광객(유커)들로 인해 최근 수년간 면세 산업은 고속 성장해왔지만, 정부의 잘못된 관광객 수요 예측과 특허권 남발로 시장이 포화 상태에 직면했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정부의 관광객 수요 부풀리기와 오락가락 정책이 현재의 시장 과열을 키웠다는 점이다. 지난 2015년 서울의 외국인 관광객 수는 그 전해인 2014년보다 100만명 이상 줄었다. 현행 규정은 ‘광역자치단체별 외국인 관광객이 30만명 이상 늘어야 면세점을 추가 허용한다’고 돼있다.
관광객이 늘기는커녕 줄어 ‘부풀리기 의혹’이 제기됐음에도, 관세청은 1, 2차 입찰 이후 불과 5개월만에 면세점 추가 입찰을 강행해 논란을 키웠다. 결국 관세청은 지난해 12월 불과 1년 전 특허를 뺏은 롯데면세점(월드타워점)에 다시 특허를 내줘 ‘고무줄 잣대’로 정책을 폈다는 비난을 받았다.
무한경쟁에 돌입하면서 면세점들은 연일 과다출혈을 감수하고 있다. 관세청에 따르면, 전국 22개 시내 면세점 사업자가 지난해 여행사 등에 지급한 송객수수료는 9672억원으로, 1조원에 육박한다. 전체 매출의 60% 이상을 차지하는 유커 확보를 위해 여행사에 지급하는 송객 수수료는 한때 매출의 10% 수준이었지만, 최근 많게는 30%까지 급증해 면세점의 수익성은 악화 일로다.
이로 인해 지난해 처음 시장에 진출한 HDC신라, 신세계DF, 한화갤러리아, 두타 등 신규 면세점들의 실적은 대부분 적자다. 그나마 업계 2위인 호텔신라와 합작한 HDC신라면세점만이 지난달 첫 흑자 전환했을 뿐이다.
올해 전망은 더욱 어둡다. 무엇보다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체계 배치가 최대 악재다. 지난해 7월 93만5000명에 달했던 중국인 관광객 수는 사드 배치 발표 이후인 12월 들어 54만8000명으로 42%나 줄었다.
특허수수료 인상도 업계로선 골칫거리다. 기획재정부는 관세법 시행규칙 개정을 통해 특허수수료를 현행 매출액의 0.05%에서 0.1~1%로, 최대 20배까지 높이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일각에서는 1990년대 면세점 자멸 사태가 곧 재현될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1986년 일본 관광객 급증으로 면세점이 허가제에서 신청제로 바뀌면서 29개까지 급증했던 시내면세점 수는 1990년대 들어서 폐점이 속출했다. 과열경쟁과 글로벌 금융위기 등의 여파로 1995년 한 해에만 10개가 문을 닫았고 1999년 11개로 급격히 줄었다. <관련기사 2017년 02월 13일자 3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