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기획-새 시대 뉴 리더 조건] <中> 역대 대선 흔들었던 경제공약

2017-02-07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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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2년 12월 15일, 당시 새누리당 대선 후보였던 박근혜 대통령이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 앞에서 열린 유세에 앞서 시민들과 악수를 하고 있다. [사진=남궁진웅 기자.]


아주경제 이수경 기자 = 시대는 변해도 역대 선거에서 변하지 않는 구호가 있다. 바로 '경제 살리기'다. 민주화를 일군 87년 체제 이후부터 역대 대선의 단골 의제 중 하나가 경제성장이었다. 특히 이는 IMF(국제통화기금) 외환위기 사태를 거치고 양극화 문제가 부각되면서 국민적 요구로 증폭됐다.

이번 19대 대선 역시 경제살리를 놓고 후보간 치열한 경쟁이 벌어질 전망이다. 저성장 국면이 장기화되는 상황에서 경제의 불확실성은 커져가고, 대외적으로는 미국발 '보호무역주의'와 중국발 '무역 보복' 등이 한국 경제를 위협하는 상황이다. 30년간 지속된 87년 체제의 종식을 선언하고 할 새로운 '경제 대통령'이 나와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 대선의 '단골 의제'이자 이행은 어려운 그 공약, '재벌개혁' 

현재까지 출사표를 던진 대선 주자들이 앞다투어 외치는 것은 '재벌개혁'이다.

각론은 달라도 전반적으로 대기업 위주의 기업 생태계를 바꾸고 공정거래를 확립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방안들이 나온다. 야권 뿐 아니라 여권에서도 징벌적 손해배상제 등을 언급하며 이른바 '경제민주화' 공약에 손을 대는 모양새다. 최순실 게이트에 연루된 국내 주요 대기업의 '정경유착'도 이 같은 움직임에 불을 붙였다.

기득권 타파, 분배의 정의를 담은 재벌개혁 방안은 87년 대선 당시부터 꾸준히 등장해 온 공약이다. 특히 외환위기 직후인 지난 1997년 15대 대선 당시에는 재벌 중심의 경제구조를 바꿔야 한다는 요구가 높았다.

이에 따라 계열사 간 상호지급 금지, 결합재무제표 의무화, 소액주주권 보호 등의 공약이 등장했고, 당시 후보였던 김대중 전 대통령이나 이회창 한나라당 후보, 이인제 국민신당 후보 등이 모두 이에 공감했다.

재벌개혁 방안과 더불어 김 전 대통령의 '중소기업경영안정지원 특별기금 설치', '신용보증기금 확충' 공약과 이회창 후보의 '중소기업구조조정 5개년 계획' 등 중소기업 지원에 대한 공약도 함께 제시돼 이목을 끌었다.

그러나 외환위기 극복 후 치러진 2002년 16대 대선에서는 진보진영과 보수진영의 후보의 견해가 명확히 나뉘었다. 민주당의 후보로 나선 노무현 전 대통령은 기업 운영의 투명성을 강조하며 재벌개혁을 강조한 반면, 이회창 한나라당 후보는 '글로벌 스탠더드'를 내세우며 규제 완화 공약을 내걸었다.

당시 노 전 대통령은 '적절한 분배는 지속가능한 성장조건'이라는 전제 하에 계열사 간 상호출자 및 채무보증 금지, 출자총액제한제 유지, 증권분야 집단소송제 도입, 상속세 및 증여세 완전 포괄제 도입 등의 공약을 냈다.

이에 반해 이 후보는 대기업의 순자산 25% 총액출자한도제의 단계적 폐지, 부채비율 200% 적용 자율화, 강제적 사외이사제 폐지, 공기업 및 국유은행 민영화 등의 공약으로 노 전 대통령과 정반대의 공약을 제시해 눈길을 끌었다.  

기업인 출신의 이명박 전 대통령이 당선된 17대 대선에서는 재벌개혁에 대한 요구가 잠잠했지만, 18대 대선에서는 양극화 문제가 불거지면서 다시 화두로 떠올랐다. 박근혜 대통령이 신규 순환출자 금지를 말하고, 문재인 당시 후보가 금산분리 규제 강화 공약을 제시했다. 경제민주화 바람이 불었던 때다.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7일 오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대한민국이 묻는다' 출간기념 기자간담회에서 출간소감을 밝히고 있다.[남궁진웅 기자, timeid@ajunews.com]


◆ '성장 제일주의' 내걸었던 MB, 프레임으로 승부했던 박근혜 

이밖에도 대선 판도를 흔들었던 굵직한 경제공약으로는 이명박 전 대통령의 '747 공약'을 들 수 있다. 7% 성장, 10년 내 1인당 국내총생산(GDP) 4만 달러 달성, 10년 내 세계 7강 달성을 담은 숫자다.

그러나 이 전 대통령이 취임한 이래 경제성장률은 줄곧 2~3%대에 머물렀고, 2010년에 6.5%로 근접하긴 했으나 전년(0.7% 성장)의 기저효과 때문이라는 분석이 있었다. 이어 2010년 이명박 정부는 747공약의 폐기와 국가발전 장기플랜을 담은 '비전 2020'을 선언하기도 했다. 

이후 박근혜 대통령과 문재인 후보가 맞붙었던 2012년 대선에서는 '경제 프레임'의 싸움이 볼 만 했다. 특히 박 대통령이 내건 '창조경제'와 문 후보가 내건 '사람경제'가 두 후보의 차이점을 명확히 드러냈다. 

박 대통령의 창조경제론은 새로운 경제 패러다임을 제시한다는 차원에서 신선함과 일자리 창출에 목말라있던 국민들에게 먹혀들 수 있었다. 아울러 '증세없는 복지'를 내걸며 서민층의 표심을 잡았다. 

그러나 창조경제론은 '실체가 없다'는 비판을 박 대통령 취임 후에도 내내 달고 다녔으며, 최순실 게이트가 터진 후에는 사실상 비리의 온상이 됐다는 비난으로 대체됐다. 

이에 비해 문 후보는 분배 강화 등 노무현 전 대통령의 기조를 이어가며 조세정의 실현, 재벌 지배구조 개선 등의 공약을 내세우며 박 대통령과 대비되는 모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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