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원회는 올해 업무보고 주요 추진 계획에 금융지주 계열사들이 영업 목적으로 고객 개인정보를 공유할 수 있도록 법 개정을 추진한다는 내용을 포함시켰다.
2년 만의 재추진이다. 지난 2014년 카드사에서 국내 금융권 사상 최대 규모의 고객정보 유출 사건이 발생했다. 개인정보 보호를 강화하기 위해 2015년 법을 개정, 내부 경영관리 목적으로만 고객정보를 공유할 수 있게 제한했다.

[사진=아이클릭아트 제공]
업무보고 당시 김용범 금융위 사무처장은 "빅데이터와 4차 산업혁명을 논하고 있는 상황에서 원천적으로 정보공유를 금지하는 건 금융산업의 경쟁력뿐 아니라 소비자를 위한 다양한 서비스 개발에 차질이 있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대신 정보유출 등 사고발생 시 주요 행위자에 대한 형사처벌을 비롯해 징벌적 과징금, 일정기간 정보공유 제한 등을 통해 유출을 방지한다는 방침이다.
정보 공유가 가능해지면 빅데이터를 통해 개인의 관심 상품과 거래 패턴, 행동 예측 등을 분석해 고객 요구에 맞는 상품을 추천할 수 있게 된다. 하지만 소비자들은 금융사의 상품권유 전화나 광고성 메시지처럼 고객이 원하지 않는 정보의 대상이 될 가능성이 높다.
이번에 금융위가 내놓은 비장의 카드는 '정보공유 거부권'(선택적 비동의·Opt-out) 행사다. 이를 통해 정보공유를 거부할 수 있다. 하지만 이는 개인 정보가 공유되게 한 후 나중에 고객이 금지 요청을 하는 방식이다. 법 개정 전부터 소비자들의 반발이 일고 있다.
직장인 서모(33) 씨는 "개인정보는 공공재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정보유출 때문에 피해를 본 사람이 많은데 금융당국이 나서서 개인정보 이용을 독려하는 이유를 모르겠다"며 "정보유출 사태가 난지 얼마나 됐다고 소비자보다 금융회사 입장에서 정책을 펴려는 것인지 이해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금융위는 의견수렴을 거쳐 금융지주법·지배구조법 개정안을 연내 국회에 제출할 계획이다. 하지만 국회 문턱을 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2014년 정보유출 사태 당시 국회에서는 고객 정보 공유를 원천 차단하자는 입장이었다. 금융위의 설득 끝에 마케팅이 아닌 경영 목적의 정보공유만 허용하는 방안이 허용됐다. 때문에 금융위에서도 마케팅 목적의 개인정보 공유 재추진이 쉽지 않을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국회의원실 한 관계자는 "카드사 정보유출 피해가 마무리되지 않은 상태에서 금융회사를 위한 영업목적의 정보공유를 추진하는 건 시기상조"라면서 "국회는 소비자 보호에 중점을 두겠다"고 말했다.
이시연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 역시 "자회사 간의 고객정보 공유 시 지주회사가 공유 내용과 관련된 위험을 통합적으로 평가·관리하는 체계를 갖춰야 한다"며 "정보활용 책임과 별개로 지주회사에 대해 적정한 관리 책임을 부과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이어 "거부권을 행사하는 데 절차상 불편하거나 장애가 있으면 금융사의 정보활용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퍼질 것"이라며 "거부권 행사 방식을 단순하고 명확하게 설정하고 사전에 충분히 설명해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