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촛불집회 100일...그동안 수고 많았습니다

2017-02-06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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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일 광화문에서 시국미사와 촛불문화제

[박원식 부국장 겸 정치부장]


최순실 게이트로 사회 전체가 분노와 허탈감의 나락으로 빠져들던 시기. 촛불이 광화문광장에서 조용하게 타올랐다. 박근혜정권 퇴진을 위해 1500개 시민사회단체가 하나의 공동체를 이루고 촛불집회를 시작했다. 지난해 10월 29일이었다.

1차 촛불집회는 ‘모이자!분노하자!내려와라 박근혜 시민 촛불’로 시작했다. 참가인원은 주최 측이 당초 예상했던 것보다 많았지만, 그 뒤에 이어질 대규모 인원에 비하면 작은 출발이었다.
그 작은 출발을 시작으로 2차 촛불집회 때는 10배가 넘어섰다. 기하급수적이라는 말에 걸맞게 주말마다 이어진 촛불집회 참가자들은 거대한 촛불의 바다를 만들었다. 촛불의 바다는 검찰과 국회와 언론을 각성하게끔 했다.

촛불민심은 검찰이 박근혜 대통령을 ‘공범’이라고 발표하게끔 했고 국회는 대통령 탄핵안을 가결시켰다. 국회도 또 최순실 국정농단 국정조사에 들어갔으며 박영수 특검팀을 출범시키기에 이르렀다. 침묵했던 보수언론들까지 나서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와 관련된 의혹들을 파헤쳤다. 일찍이 우리 사회에 이런 적이 있었는가?

그것은 박근혜정권퇴진 비상국민행동, 퇴진행동이 촛불집회 100일을 맞아 내놓은 논평의 제목에서 알 수 있다. ‘100일의 촛불은 우리 사회를 바꾸었습니다’

퇴진행동의 논평을 인용한다.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에 분노한 시민들이 모여 촛불을 밝히기 시작한 지 100일, 그 촛불의 힘으로 우리는 많은 것을 이루어가고 있습니다. 주저하며 눈치 보던 국회는 박근혜대통령 탄핵을 의결했고, 지지부진하던 검찰수사는 특검이 구성된 후 조금씩 진실을 파헤치고 있습니다. 유전무죄 무전유죄를 실천하던 법원이 국정농단의 책임자들을 하나둘 구속하고 있습니다. 또한 ‘형광등 100개 켜진 것 같은 아우라’를 이야기하며 박비어천가를 부르던 언론들이 정권의 비리를 보도하기 시작하고, 백남기농민에게 살인물대포를 쏘아대던 경찰들은 조용히 집회를 지켜보고 있습니다. 사법기관과 언론과 국회가 잠시라도 자기 본분을 다하도록 만든 것은 촛불시민의 힘이었습니다”

논평은 또 이어진다. “촛불을 밝히기 시작한 100일, 우리 시민들에게도 많은 변화가 있었습니다. 광장에서 우리는 연대와 평등을 배웠습니다. 기증 물품들이 넘쳐나고, 자원봉사를 하는 시민들이 늘어났습니다. 떨리는 마음으로 발언하는 시민들과 함께 울고 웃고, 박수로 격려하며 우리 마음이 하나임을 느꼈습니다. 혐오와 배제의 말을 쓰지 않기 위해 노력했고 박근혜정권 아래에서 고통 받으며 싸워온 이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였습니다. 공범자들은 ‘관제데모’를 통해 “군대를 동원하라”거나 “계엄령을 선포하라”고 악다구니하며 민주주의를 부정하고 범죄를 옹호하며 혐오의 말을 쏟아내며 갈등을 부추기지만, 촛불시민들은 의연하게 대처하며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다’는 헌법조항을 살아있는 권리로 만들고 있습니다”

논평을 계속 인용한다. “2월 안에 박근혜가 반드시 탄핵될 수 있도록 우리는 광장에 계속 모일 것입니다. 그런데 탄핵도 되지 않은 지금 정치권은 벌써 선거운동에 나서며 자신들에게 정치를 의탁하라고 합니다. 박근혜정권 적폐를 청산하고 공범자를 제대로 처벌하고 새로운 사회를 만드는 힘은 무능력한 방관자였던 그들에게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촛불을 밝혔던 시민들로부터 나오는 것입니다. 시민들은 정치권에 ‘박근혜 2월 탄핵’을 위해 함께 싸울 것을 명합니다. 박근혜정부의 적폐청산을 위해서 우리는 계속 촛불을 들 것입니다. 우리가 일터에서도 주권자가 될 수 있도록, 우리 사회가 더 평등하고 자유로울 수 있도록 연대의 힘을 키울 것입니다. 더 많은 민주주의를 향한 우리의 촛불은 일터와 사회로 확장될 것입니다”

다소 긴 인용문을 전한 것은, 이 논평이 많은 것을 담고 있기 때문이다. 역사가 우리에게 던진 물음에 대한 답도 그 속에 포함돼 있다. 퇴진행동은 6일에는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시국미사와 촛불문화제를 이어간다.

촛불집회가 시민들을 바꿔 놓았다. 이제 변화에 익숙한 시민들은 촛불집회 전의 시민이 아니다. 태극기 집회에 일부 정치인들이 나서고 있다. 편 가르기는 촛불집회의 정신이 아니다. 촛불집회는 단 한 번도 진영논리를 내세운 적이 없다. 정치인들은 국론을 분열시키는 행위를 삼가야 한다.

우리 모두가 이제 역사와의 대화를 할 시점이다.

[박원식 부국장 겸 정치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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