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윤세미 기자 = 독일 유력 주간지 슈피겔이 트럼프가 자유의 여신상을 참수한 그림을 실어 큰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4일(현지시간) 슈피겔이 게시한 표지 그림에서 트럼프는 한 손에 피 묻은 칼을, 다른 한 손에는 목에 피를 흘리는 자유의 여신상 쥔 모습을 하고 있다.
이 그림을 그린 작가 쿠바계 미국인 에델 로드리게스는 이 그림이 “민주주의의 참수”를 나타낸다고 주장했다.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1980년에 정치적 난민으로 미국으로 들어온 그는 트럼프가 지난달 27일 서명한 무슬림 입국 금지 행정명령에 분노했다고 말했다. 이 같은 분노는 슈피겔의 표지 그림에 고스란히 반영됐다. 그는 트럼프의 반이민 행정명령을 두고 "민주주의의 참수이자 성스러운 상징(자유의 여신상)의 참수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독일 일부 매체들은 이 그림의 적절성과 미디어의 편향성을 지적하며 비판했다.
독일 대중지 빌트지는 사설에서 “트럼프를 수니파 테러단체 이슬람국가(IS)의 킬러와 비교될 정도냐”고 반문하며 비판 수위의 적절성을 문제 삼았다.
독일 유력 일간지인 프랑크푸르터 알게마이네 차이퉁는 “슈피겔의 표지는 트럼프와 테러리즘을 동일시하는 것은 지나치게 단순한 논리”라며 “이런 이미지야 말로 미디어가 자신을 왜곡한다고 주장하는 트럼프가 필요로 하던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독일의 대표적 일간지인 디벨트는 “이 표지는 주류 언론이 중립적으로 사실을 전달하기보다 편향적인 시각으로 자신들의 세계관을 퍼뜨리려 한다는 선입관을 더 강화시킨다”고 꼬집었다.
그러나 일부는 지난 2015년 12월 뉴욕데일리뉴스의 표지에도 이와 비슷한 그림이 실렸는데 이번에만 유독 문제가 될 이유가 없다고 반박했다.
또한 슈피겔뿐 아니라 수많은 매체들이 이미지를 통해 트럼프를 과격 정책들을 비판하고 있다.
일례로 뉴요커는 자유의 여신상이 든 불꽃이 꺼지고 있는 그림을 게재했고 영국 이코노미스트지는 트럼프의 정책이 여야 모두를 혼돈으로 몰아넣고 있다며 화염병을 던지는 트럼프의 그림을 싣기도 했다.
한편 미국 덴버에서 열린 반이민 행정명령에 항의하는 시위에서 일부 시민들은 슈피겔의 표지를 이용한 피켓을 만들어 나오기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