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래픽 = 김효곤 기자 hyogoncap@ ]
특히 은행권 모델 포트폴리오(MP) 상품들의 수익률이 저조한 실정이다. 대부분 마이너스를 기록했고, 0%대에 머물러 있는 것도 수두룩하다. 은행들이 가져가는 수수료를 감안하면 가입자들은 세제 혜택을 받지 못하고 원금만 까먹은 것이다.
이에 은행들이 운용 능력을 제대로 갖추지 못한 채 상품 출시에만 급급해 소비자들만 피해를 봤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5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KB국민·우리·KEB하나·NH농협·기업은행 등 6개 은행이 선보인 일임형 ISA MP 47개 가운데 18개가 지난해 출시 이후 12월 말까지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0%대에 그친 것도 17개에 달했다. 2% 이상 수익을 낸 상품은 단 6개에 불과했다.
은행별로 보면 KB국민은행이 출시한 10개 MP 중 8개가 수익률이 마이너스였다. 나머지 저위험과 초저위험 상품은 각각 0.34%, 0.84% 수익률에 그쳤다. KEB하나은행의 경우 7개 상품 중 4개가 수익률이 마이너스고, 나머지 3개는 0%대에 불과했다. NH농협은행은 고위험과 중위험 상품 등 2개 상품이 마이너스였고, 나머지 4개 상품은 0~1%대에 그쳤다. 기업은행 역시 7개 상품 중 4개가 마이너스였다.
신한은행과 우리은행은 모든 상품이 플러스 수익률을 냈다. 하지만 신한은행 상품 7개 중 4개가 2% 미만이었고, 우리은행은 10개 중 8개가 2%를 넘기지 못했다. 사실상 예·적금 이자보다 낮은 수준이다.
은행권 ISA 가입자는 총 218만명으로 전체 가입자의 90%가 넘는다. 투자금액은 2조6859억원으로 전체의 80% 가깝게 차지하고 있다. 은행들은 상품을 출시하면서 자동차, 금괴, 상품권 등의 경품을 내건 공격적인 마케팅으로 가입자를 모았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은행들의 상품 운용 능력이 떨어진다는 우려가 현실화된 상황이다. 은행들의 경우 일임형 ISA를 운용할 인력과 경험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많았다. 하지만 은행권의 요구로 금융당국이 자본시장법 시행령을 개정해 ISA에 한해 투자일임업을 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
문제는 은행들의 과욕으로 소비자들만 삼중으로 피해를 보게 됐다는 점이다. 마이너스 수익과 수수료로 원금 손실을 입었을 뿐 아니라, 이자 수익이 없기 때문에 세제 혜택 역시 받지 못하게 된 상황이다.
반면 은행들은 가입자를 대거 확보함에 따라 안정적으로 수수료 수익을 챙겼다. 즉, 은행들만 이득은 본 셈이다.
조남희 금융소비자원 대표는 "작년 국내외적으로 금융상품의 수익성이 크게 좋아질 수 있는 환경은 아니었다"면서 "또 상품의 기본적인 수수료 구조나 금융사들의 운용 능력이 갖춰지지 못한 상황에서 이뤄지다 보니 이것들이 겹치면서 기대와는 다른 결과가 나왔다"고 꼬집었다.
상홍이 이렇자 금융당국은 세제 혜택과 가입 대상을 확대한 'ISA 시즌2'를 준비하고 있다. 이자 수익에 대한 비과세 한도를 높이고 가입 대상을 주부, 노령층으로 확대하겠다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하지만 수수료 체계 등 근본적으로 상품 구조를 개선하지 않으면 소비자들만 피해를 보는 상황이 반복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조남희 대표는 "이자 수익이 아닌 투자한 원금에 대해 비과세 혜택을 주는 방향으로 상품을 개선해야 한다"면서 "단순히 이자 수익에만 세제 혜택을 적용하면 지금처럼 수익이 나지 않을 경우 가입자들이 이중으로 손해를 보기 때문에 또 다시 외면 받을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