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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 = 아주경제 임이슬]
우리나라도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 트럼프 정부가 주요 대미 무역수지 흑자국들을 거세게 압박하고 있어 우리나라도 여기에 포함될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대미 무역흑자 규모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발효 이전인 2011년 116억 달러에서 2015년 258억 달러로 2배 이상 늘었다. 작년에는 233억 달러를 기록했다.
우리나라는 중국·일본·독일과 마찬가지로 이미 작년 10월 환율조작국 평가에서 환율관찰대상국으로 분류돼 있는 상태다.
미국은 환율조작국 지정 요건으로 △대미 무역흑자 200억 달러 초과 △국내총생산(GDP) 대비 경상수지 흑자 3% 초과 △GDP의 2%를 초과한 달러 순매수 등 세 가지를 규정하고 있다. 작년 환율보고서에서 우리나라는 이 기준 가운데 2개에 해당됐다. 하지만 중국은 1개 요건에만 포함됐다.
따라서 중국에 대한 환율 압박이 우리나라로 번질 수 있다는 경고의 목소리가 점점 커지고 있다.
오정근 건국대 특임교수는 "트럼프 정부가 1차적으로 중국, 일본, 독일 등 3개국을 이야기했지만 독일은 아직 남유럽 위기가 해결되지 않았고 일본은 미국의 강력한 우방이라는 점에서 한계가 있다"면서 "결국 중국이 타깃인데 특정국가만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하면 국제적 비난이 불가피하기 때문에 한국을 끼워넣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오 교수는 "과거 1980년대 미국이 일본을 대상으로 환율 압박에 나섰을 때도 한국을 함께 두들겼다"며 "당시 미국이 원화절상(환율 하락) 압력을 가함에 따라 달러당 900원을 넘던 환율이 700원 밑으로 떨어져 1990년 경상수지가 적자로 돌아섰다"고 말했다.
박재하 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당장 주요 대상에서 벗어난 것은 다행이지만 우리나라도 관찰국에 포함돼 있기 때문에 대비해야 한다"며 "우리나라 역시 그동안 무역수지 흑자 규모가 막대했기 때문에 리스크가 있다"고 진단했다.
이필상 서울대 교수 역시 "대한민국의 대미 무역흑자가 200억 달러가 넘기 때문에 미국이 우리나라에 대해서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우려했다.
주현수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환율조작국 지정 요건 중 중국은 1개에 해당되지만 한국은 2개가 해당되기 때문에 중국이 조작국으로 지정되면 한국 또한 포함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하지만 우리나라 입장에서 마땅한 대응책이 없다는 것이 문제다. 이에 전문가들은 미국과의 적극적인 소통을 통해 트럼프 정부를 설득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오정근 교수는 "무역수지는 흑자인 반면 서비스수지는 적자이기 때문에 이 둘을 합친 경상수지는 흑자 규모가 크지 않다"면서 "또 지난 3년간 우리나라 기업이 미국에 투자한 비용이 미국이 우리나라에 투자한 비용보다 많으니 이런 부분들을 설명해 트럼프 진영을 설득하는 것이 가장 현명하다"고 주문했다.
이필상 교수도 "한미 FTA를 통해 교역이 늘어나면서 양국의 경제가 이익을 본다는 차원에서 우리가 얼마만큼 경제외교를 잘 하는지에 따라 환율조작국 지정을 피하고 미국과의 교역을 순조롭게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 교수는 "FTA 체결 이후 우리나라 기업들이 미국에 310억 달러를 투자해 만든 일자리가 1만8500개로 그렇게 치면 미국 경제에 상당히 도움이 된 협정이었다"면서 "반대로 우리 기업이 미국에 투자하면서 산업공동화 현상이 나타나 우리나라도 피해가 있었다는 사실을 알리고 설득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박재하 선임연구위원은 "새로운 트럼프 내각 관계자들과 긴밀하게 소통하고 정책에 대한 설명을 설득력 있게 하는 것이 필요하다"면서 "또 환율조작에 대한 오해를 받지 않도록 정책 투명성도 제고해야 한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