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숫자 9가 포함된 가격표는 과연 매출에 영향을 얼마나 미치는 것일까. 영국의 가격정책 전문가이자 행동경제학 연구자인 리 칼드웰이 쓴 ‘9900원의 심리학’에 따르면, 9로 끝나는 상품 가격표는 심리학에서 ‘패턴 매칭(pattern-matching, 두 패턴이나 특징을 비교하여 양자가 동일한지 여부를 가늠하는 것)의 규칙을 적용한 것이다. 예컨대, 4900원의 샌드위치는 4000원대로 분류되고 5100원짜리는 5000원대로 분류되어 소비자는 거의 무의식적으로 후자를 고려 대상에서 제외시킨다. [사진=홈플러스 온라인몰 캡처 ]
아주경제 석유선 기자 = ‘콤비네이션 피자 한판 4990원·국산 고추장(1㎏) 9900원·돼지앞다리살(100g) 890원…’
흔히 마트에서 볼 수 있는 다채로운 상품 가격표에는 항상 ‘숫자 9’가 포함돼 있다. 제법 비싼 국산 중형 자동차값도 예외는 아니다. 모델별로 차이는 있지만 2900만원부터 시작해 3900만원대로 끝나기 일쑤다.
예컨대, 4900원의 샌드위치는 4000원대로 분류되고 5100원짜리는 5000원대로 분류되어 소비자는 거의 무의식적으로 후자를 고려 대상에서 제외시킨다.
실제 실험에서 2000원과 2500원인 두 상품을 비교하면, 소비자들은 가격 차이를 근소하게 인식했다. 하지만 가격을 10원씩만 인하해 각각 1990원과 2490원으로 책정하면, 그 차이는 훨씬 큰 것으로 인지되고, 사람들은 결국 더 값싼 쪽을 선택하는 경향이 훨씬 더 커졌다.
그러다 보니 백화점, 대형마트 등 유통업계는 왠만하면 90원이나 990원으로 끝나는 가격을 책정하고, 실제 물건을 더 많이 파는 데 이 가격표 전략이 먹혀든다고 한다.
한 마트 관계자는 “1만원이 아닌 9900원을 지불함으로써 소비자는 그 제품을 저가라고 생각하고 이는 심리학에 기반한 마케팅 전략”이라고 설명한다. 한마디로 ‘9900원의 술수’가 먹혀든다는 것이다.
한편 이런 매출 증대 전략과 별개로 직원들의 횡령을 막기 위해 숫자 9를 가격표에 포함시켰다는 설도 있다. 만약 고객이 9900원짜리 물건을 사려고 1만원을 낸다면, 점원은 거스름돈을 주려고 캐셔기를 열어야 하고 이때 ‘띵’하는 소리가 울리면서 매상이 기록되기 때문에, 점원이 잔돈을 슬쩍 할 수 없다는 것이다. 사실 여부와 상관없이 꽤 설득력 있게 들리는 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