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석유선·문지훈 기자 =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을 수사 중인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설 연휴 직후 재계로 칼날을 겨누면서 롯데·CJ·SK 등 의혹의 중심에 선 기업 오너들이 안절부절 못하고 있다.
31일 재계에 따르면, 특검 수사를 앞둔 대부분의 오너들이 ‘출국 금지’ 조치로 ‘책임 경영’에 부득이 차질이 예상되면서 불안감이 커지는 상황이다.
앞서 가장 큰 금액을 출연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사전구속영장이 기각되면서 기세가 한풀 꺾였지만, 특검은 이달 28일까지로 예정된 수사기한에 발맞춰 기업대상 수사에 한층 속도를 낼 전망이다.
해당 기업들은 특검의 향후 수사 방향에 따라 오너의 운명이 갈릴 수 있고, 심하면 올해 계획했던 경영에도 지대한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에서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무엇보다 특검에 언제 불려갈지 모르는 상황에서, 사실상 오너들의 발목이 잡혀 있는 점이 향후 경영 행보에 가장 큰 걸림돌이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현재 특검에 의해 ‘출국 금지’ 조치를 당한 터라, 일본행은커녕 국내에서도 대외행보를 최소화하고 있다.
롯데는 지난해 경영비리 혐의에 대한 신 회장의 영장 기각과 롯데면세점 월드타워점 특허사업권 재승인과 관련 대가성 의혹을 받고 있다. 신 회장은 설 명절에도 한국에 계속 머물렀으며 특검의 갑작스런 소환조사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만일을 대비하고 있는 상태다.
이처럼 신 회장 거취가 제한적이다보니 지난해 스스로 공언했던 인사와 투자, 고용 등 경영 쇄신안에도 속도가 붙지 않고 있다. 당장 그룹 정책본부 개편이 답보 상태에 빠졌고, 호텔롯데 상장을 통한 지주사 전환 작업도 조직개편-인사 등이 줄줄이 미뤄지면서 지지부진한 실정이다.
롯데 관계자는 “신동빈 회장이 출국금지 조치로 인해 지난해 공언했던 경영 혁신안이 다소 지연되고 있다”면서 “호텔롯데 상장을 통한 지주사 전환 등 작업도 현재로선 시기와 방법 모두 정해지지 않은 상황”이라고 전했다.
CJ그룹 또한 특검 수사는 예의주시하면서 언제든지 소환될 수 있다는 점에서 다소 불안한 기색이 엿보인다.
CJ는 국정농단 핵심인 최순실 측근 차은택을 통해 K-컬처밸리 사업자로 선정되고 1%의 최저 대부율 이자(1%) 를 받았다는 특혜 의혹과 지난해 이재현 회장의 광복절 특별사면이 대가성이란 의혹을 받고 있다.
이로 인해 이 회장은 올 3월 경영 복귀가 점쳐졌지만, 특검의 수사 칼끝이 다시 겨눠지면서 오너 경영이 다소 지연될 것으로 전망된다.
더구나 이 회장을 대신해 CJ그룹을 경영하고 있는 손경식 회장 또한 최근 조원동 전 청와대 경제수석의 이른바 ‘이미경 부회장 사퇴 압박’ 재판과 관련, 증인으로 채택돼 공판 준비를 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로 인해 재계 일각에서는 이 회장의 복귀로 CJ그룹이 공언한 ‘2020년 매출 100조원 달성 목표’에 차질이 생기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실제 이 회장은 현재 지난 3년간 수감생활로 악화된 희귀 유전병인 샤르코마리투스(CMT) 치료를 위해 자택과 서울대병원을 오가며 요양 중이다.
CJ그룹 관계자는 “이재현 회장이 CMT 치료를 병행하면서 틈틈이 업무보고도 받는 등 경영 복귀를 차분히 준비 중”라며 “특검에서 아직 소환 통보나 연락이 온 것은 없지만 향후 수사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전했다.
2015년 광복절 특사로 풀려난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그나마 올해 총 17조원 규모의 투자와 8200명 채용을 공언하며 의욕적인 경영 행보를 보이고 있다.
올해 SK의 투자 실적은 지난해 14조원 보다 20% 가량 증가한 규모다. 세부적으로는 올해 전체 투자 규모 중 65%에 해당하는 11조원을 국내 시설에 투자키로 했다. 국내 시설 투자 규모가 10조원을 넘어 11조원에 달한 것은 올해가 처음이다.
SK그룹 측은 고용 창출 효과가 큰 국내 시설투자에 적극 나서 국내 경제 활성화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란 기대다.
또한 총수 부재 시 결정하기 쉽지 않은 인수·합병(M&A) 추진 등의 경우, 지난해보다 50% 이상 증가한 4조9000억원을 투입해 전략적 투자도 적극 진행할 방침이다.
재계는 최 회장이 비록 출국 금지 상태이지만 사상 최대 규모의 경영계획을 발표, 특검 수사에 개의치 않고 경영 정상화 의지를 보이며 불확실성 해소에 역점을 두고 있다는 평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