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의 성화에 못 이겨 업계 모든 종사자들이 ISA를 대중들에게 알리고 가입하도록 적극 권유했지만, 막상 뚜껑을 열고 보니 ISA에 대한 회의적인 평가가 쏟아지고 있다. 으레 보여줬던 관치형 금융상품의 모습이다.
3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3월 출시된 ISA가 초기의 열기를 이어가지 못하고, 1년도 채 안 된 시점에서 ISA 무용론마저 고개를 들고 있다.
일단 가입자 수가 줄고 있는 추세다. 증권사 ISA 가입자 수는 지난해 7월 처음 1만12명 순감했다. 같은해 8월(-3945명)과 9월(-2979명), 10월(-5737명)에도 꾸준히 줄었다.
하지만 정작 수익률은 기대에 못 미치고 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말 기준 3개월이 경과된 모델포트폴리오(MP) 201개의 6개월 평균 수익률은 1.73%에 그쳤다. 3개월 동안에는 0.28% 손실이 났다. 다만 판매사별로 보면 증권이 2.07%로, 0.41%인 은행을 1.7%포인트 가까이 앞섰다.
세제 혜택에 대한 평가도 좋지 않다. ISA로 비과세 혜택을 받기 위한 5년 의무가입이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한 시중은행 영업직원은 "변화가 극심한 투자환경에서 5년 간 유지하는 게 쉽지 않고, 5년간 발생한 수익 중 200만원 한도로 비과세 혜택을 준다는 점도 고객 입장에선 불만"이라고 전했다.
ISA 납입 최대한도는 연 2000만원으로, 5년간 총 1억원을 넣을 수 있다. 중도 인출시 15.4%의 세금을 내야 한다는 점도 큰 부담이다.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ISA는 다른 금융상품에 비해 자금 이탈 속도가 빠른 편”이라며 “그만큼 투자자들이 ISA에 매력을 느끼지 못하고 있다는 증거”라고 지적했다.
그는 "시간이 좀 더 지나면 ISA 탈퇴 러시가 생기지 않을까 우려된다"며 "상품 설계 단계부터 서민들의 현실을 정확히 감안하지 못했던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금융당국은 ISA의 흥행을 되살리기 위해 세제 혜택을 한층 강화한 ISA 시즌2를 하반기 중 출시할 계획이지만, ISA에 대한 관심을 다시 끌어올릴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김규림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원은 "재산형성에 도움이 되도록 세제혜택 확대 외에 가입대상 확대, 중도인출 제한 완화 등도 고려해야 한다"며 "금융사는 수수료 부담을 낮추고 차별화된 수익 확보 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