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리스트 폭로' 유진룡 "김기춘이 주도한 조직적 범죄 행위"

2017-01-23 1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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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검 참고인 출석 "정권 반대 세력에 좌익 누명 씌워…헌법가치 훼손"

유진룡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의혹과 관련해 참고인 신분으로 조사를 받기 위해 23일 오후 서울 강남구 대치동 특검 사무실로 들어서던 중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아주경제 주진 기자 =유진룡(61)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23일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의혹'과 관련해 "김기춘 전 비서실장이 청와대에 들어온 뒤 주도한 범죄 행위"라고 폭로했다.

유 전 장관은 이날 오후 2시 5분께 박영수 특별검사팀에 참고인 신분으로 출석하기 위해 취재진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이후 20분 넘게  블랙리스트 파문과 관련한 의견을 쏟아냈다.

그는 "블랙리스트는 분명히 있었고, 이를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이 청와대에 들어온 뒤 주도했다"고 밝혔다.

그는 "김 전 실장이 청와대 수석비서관회의라든가, 저한테도 그렇고 블랙리스트 관련 지시를 하고 또 실제로 그 리스트 적용을 강요했다. 저는 분명히 김 전 실장이 굉장히 큰 책임을 지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또 "블랙리스트는 정권·체제에 반대하는 사람들에게 '좌익'이라는 누명을 씌워 차별·배제하기 위해 만들어진 것"이라며 "심각한 범죄행위"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국가 예산과 제도를 이용해 비판 세력을 조직적으로 핍박한 것은 민주적 기본 질서와 헌법 가치를 훼손하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유 전 장관은 블랙리스트 등 실행을 위해 정부 사정기관이 대거 동원됐다는 사실도 털어놨다. 경찰과 검찰, 국세청, 관세청, 감사원까지 '생각이 다른' 인사들을 '핍박'하기 위한 수단으로 쓰였다는 것이다.

그는 이어 제도 자체를 개선하지 않으면 다음 정부에서도 똑같은 일이 벌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블랙리스트 존재를 폭로한 이유에 대해선 "제 경험으로는 유신 이후 전두환 시대까지 블랙리스트 명단 관리가 있었다. 이후 민주화되며 없어졌는데 다시 부활했다. 대한민국 역사를 30년 전으로 돌려놨다"며 "관련자를 처벌하고 바로 잡지 않으면 안된다고 생각했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박근혜 정부 초대 문체부 장관을 지낸 유 전 장관은 정권에 비판적인 문화·예술계 인사들을 지원에서 배제할 의도로 작성된 블랙리스트가 실제 존재하고 이를 본 적 있다고 '폭탄선언'을 한 바 있다.

2014년 7월 자리에서 물러난 유 전 장관은 지난달 말 한 언론과 인터뷰에서 "퇴임 한 달 전 블랙리스트를 봤다"고 주장했다. 그해 1월과 7월 두 차례 블랙리스트 문제로 박 대통령과 면담도 했다고 말했다.

작년 10월 또 다른 인터뷰에선 김기춘(78) 전 청와대 비서실장이 블랙리스트 작성·관리에 반대하거나 소극적인 문체부 1급 실·국장 6명으로부터 사표를 받으라고 지시했다고 폭로했다.

청와대 정무수석비서관실에서 작성하고 교육문화수석실을 거쳐 문체부로 전달됐다는 게 특검의 수사 결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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