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철 칼럼] ‘트럼프노믹스’출범, 어떻게 대응해야 하나?

2017-01-23 1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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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철 ]

[김상철 前KOTRA 베이징/상하이 관장] 

미국 45대 대통령 트럼프호(號)가 출범했다. 예상대로 취임식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우선주의와 보호무역에 대해서 강력한 소신을 밝혔다. 각국의 반응도 즉각적으로 나오고 있다. 중국은 특히 자국과의 통상마찰을 비롯 당분간 양국 관계가 악화될 것임에 대해 조심스런 반응이다. 일본은 미국과의 협상에 기대를 걸고 있으나, 일본도 일본 우선주의로 대응할 수밖에 없다는 강경한 입장도 나온다. 유럽은 미국의 노선에 우려를 표시하면서도 이견은 타협점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감을 표시한다. 한국은 언제 불똥이 떨어질까 노심초사 하는 모습이 역력하다. 지구촌의 반응들을 종합적으로 평가해보면 트럼프에 대한 불안감이 갈수록 확대되고 있다는 것과 미국과의 한판 협상에 대한 대비책을 강구하고 있는 국가들이 많아지고 있다는 것으로 요약할 수 있다. 미국 내에서도 여론이 분분하다. 40%대의 역대 가장 낮은 지지율로 시작하는 트럼프 대통령에 대해 미국민들도 불안해하기는 마찬가지이다. 과연 미국이 위대하게 재탄생될 것인지 아니면 최악의 분열로 치달을 것인지 글로벌 시험대 위에 올라가고 있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트럼프노믹스의 보호무역이 겨냥하고 있는 일차 표적은 멕시코다. 이는 멕시코에 대한 제재에 그치는 것이 아니고 멕시코를 전진기지로 미국 시장을 정조준하고 있는 글로벌 기업들이 타깃이다. 그리고 이는 중국, 일본, 한국 등 미국에 엄청난 무역흑자를 누리는 국가들에 대한 일종의 경고장으로 해석할 수 있다. 취임사에서 트럼프는 멕시코를 직접 언급하지 않았지만 미국 시장에 팔리는 제품을 생산하고, 회사를 훔쳐서 일자리를 파괴하는 나라로부터 국경을 지켜야 한다고 거침없이 주장했다. 실제로 멕시코에서 생산되는 지동차의 77%가 미국 시장을 향하고 있다. 이를 의식이라도 한 듯 트럼프노믹스가 출범하기도 전에 멕시코 경제가 휘청거리면서 한마디로 쑥대밭이다. 물가가 치솟고, 설상가상으로 현 엔리케 페냐 니에토 대통령의 부패 스캔들로 인한 반(反)정부 시위가 확대되면서 내우외환의 위기로 내몰리고 있다. 중남미에서 최우등생으로 평가를 받는 멕시코 경제가 트럼프라는 복병을 만나 졸지에 최악의 상황에 직면하고 있는 것이다.

일단은 멕시코도 강경하게 맞설 태세이다. 트럼프는 NAFTA(북미자유무역협정)를 폐기시켜 멕시코에서 미국으로 수출하는 상품에 대해 35%의 고관세를 부과하겠다는 의지를 굽히지 않고 있다. 만약에 이러한 조치가 현실화되면 멕시코에 대한 투자 유인이 사라지게 되고, 이는 결국 글로벌 분업체계의 엄청난 변화로 연결된다. 목표시장에서 가까우면서 인건비가 저렴한 곳에 생산기지를 만들고, 무역협정이라는 수단을 활용해 무관세로 시장에 침투한다는 전략이 무용지물화 되는 셈이다. 이는 수십년 동안 선진국과 신흥국이 국가 간의 분업체계를 통해 누려온 윈-윈 구도를 초토화시키겠다는 발상으로 해석된다. 이는 사업가 출신인 트럼프의 전형적인 거래의 기술에서 기인한다. 상대방의 약점을 최대한 이용해 감히 상상할 수 없는 소위‘치킨게임(Chicken Game)'이라는 방식으로 상대가 백기를 들 수밖에 없도록 하는 협상 전략이다. 트럼프노믹스 보호무역의 첫 희생양이 멕시코가 될 것인지 세계가 주목하고 있다. 이 한판 승부가 향후 미국과의 강경한 협상를 대기하고 있는 다른 나라들에게도 좋은 참고가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단기-중기-장기 시나리오 플래닝과 로드맵으로 피해 최소화해야

다음 상대로는 중국, 일본, 한국, 독일 등의 순으로 화살이 옮겨올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에는 이미 ‘하나의 중국’이라는 아킬레스건으로 심기를 건드리고 있다. 자유무역의 최대 수혜자인 중국이 미국에 대해 협조적이지 않으면서 이익만 착취해가고 있다고 비난한다. 중국이 가장 두려워하는 것은 환율조작국 지정이다. 1985년 플라자 합의로 일본 엔화의 가치가 두배로 평가절상되면서 일본에게 치명적인 ‘잃어버린 20년’의 도화선이 된 것을 익히 알고 있기 때문이다. 위안화의 급격한 절하도 문제지만 반대의 경우도 중국 경제의 연착륙에 부담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일본의 고민도 크다. 트럼프 당선 이후 엔저(円低)라는 호재를 만나 수출 확대로 살아날 기미를 보이고 있는 아베노믹스에 찬물을 끼얹게 되는 것을 가장 우려한다. 아베 총리는 2월 초에 워싱턴에 날아가 트럼프와의 정상회담을 통해 일본에 대한 미국의 입장을 누그러뜨리는데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양국간 공조가 중요하며, 이는 미국의 국익에도 중요하다는 것을 개진할 것이 확실하다.

트럼프노믹스의 보호무역은 중국과 일본에 비해 한국에 더 치명적이다. 내수보다는 수출에 대한 의존도가 월등히 높기 때문이다. 미국에 대한 직수출 뿐만 아니고 미·중 무역 갈등이 표면화되면 그 피해는 훨씬 더 커진다. 중국에 대한 수출의존도가 25%나 되고, 중간재 수출은 무려 70%를 넘는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미 TPP(환태평양경제동잔자협정)에 대해 탈퇴 의사를 분명히 하고 있어 NAFTA에 이은 다음 타깃이 한·미 FTA가 튈 가능성이 농후하다. 전면 폐기로 나올지 아니면 한국에 대해 추가 개방이라는 압력을 가할지 아직은 미지수이다. 문제는 트럼프노믹스에 가장 취약한 경제 구조를 갖고 있는 우리의 대응이 경쟁국에 비해 초라하기 그지 없다는 점이다. 탄핵 정국으로 국가 리더십은 실종된 지 오래이고, 정부가 내놓고 있는 정책적 수단도 족탈불급(足脫不及)의 역부족이다. 선제적으로 대응하기도 어렵고, 그렇다고 해서 미국에 줄 당근이 별로 없다는 것이 근본적인 원인이다.

이럴 때일수록 너무 서두르기 보다 차분하면서도 냉정해질 필요가 있다. 트럼프 사단의 속내를 재빨리 읽고, 이들과 실무 핫 라인을 신속하게 구축해야 한다. 그리고 단기, 중기, 장기로 구분하여 대응책을 만들어야 한다. 미국과 맥시코 간의 협상 진행, 의회 다수당인 미국 공화당의 트럼프노믹스에 대한 입장, 중국과 일본의 대응 수위를 면밀히 모니터링 해야 한다. 미국에 선제적으로 줄 수 있는 당근도 준비하고 실행에 옮길 수 있는 것은 미룰 필요가 없다. 세일 오일 수입과 현대차의 31억불 추가 투자 등이 대표적인 사례이다. 한·미 FTA와 관련해서도 우리가 추가로 개방할 수 있는 것들을 미리 준비해야 한다. 물론 이는 내수시장 확대와 일자리 창출에 기초하여 접근해야 할 것이다. 중기적으로는 적정환 환율, 외환보유고 유지 등 금융 시장의 불안을 최소화 할 수 있는 장치들을 강구해야 한다. 장기적으로 수출선 다변화, 국제 분업체계 재구축 등 선진국의 보호무역주의에 대응할 수 있는 다양한 전략들을 수립, 점진적으로 실행에 옮겨야 할 것이다 시시각각으로 변화하는 시나리오에 대비하는 플래닝과 로드맵을 만들어야 한다는 의미이다. 이 와중에도 트럼프노믹스가 가져올 긍정적인 변화들인 미국 인프라 시장의 재개, 산유국 경제의 부활과 이에 따른 플랜트 발주 증가 등에 대한 열매를 수확할 수 있는 채비도 소홀히 하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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