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만수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22일 '중국의 환율 불안 및 외환보유액 감소에 대한 시사점' 보고서에서 이같이 밝혔다.
보고서를 보면 중국이 2015년 8월 국제외환시장의 흐름을 반영하는 방식으로 환율 제도를 변경한 이후 위안화가 강세를 이어가고 있다. 중국 인민은행은 그동안 위안·달러 환율에 개입해왔지만, 새로운 제도에 따라 상하이 외환시장에서 장중 형성된 환율을 당일 매매기준율로 수용키로 했다.
새 환율 제도 도입 이후 위안화 환율은 1년 5개월 동안 명목 환율 기준 약 14% 절하(환율상승)됐다.
지만수 연구위원은 "위안화 약세는 중국 시장에서 수입 제품의 가격 경쟁력을 떨어뜨려 우리 기업의 중국 내수시장 개척에 직접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며 "이에 대한 대응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실제로 한국의 대중 수출은 위축되고 있는 상황이다. 대중수출 증가율은 2001년부터 2013년까지 연평균 17.4%를 기록했지만 2014년 -0.4%, 2015년 -5.6%, 작년 1∼11월 -10.9% 등 3년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지 연구위원은 또 "위안화 약세로 인한 미·중 간 환율분쟁 과정에서 한국이 피해자가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선거운동 당시 위안화 약세를 문제 삼으면서 보복을 공약한 바 있다. 이에 따라 미국 재무부가 환율조작국 지정 기준을 더욱 엄격하게 적용하거나 제재 수위를 높이면 우리나라에게 피해가 돌아올 수 있다는 것이다.
다만 지 연구위원은 중국의 외환보유액 감소가 지나치게 우려할 상황은 아니라고 주장했다. 중국의 외환보유액은 작년 11월 691억 달러 줄어드는 등 최근 감소세가 이어지면서 올해 3조 달러가 무너질 것으로 예상된다.
그는 "중국 정부가 기업의 투기적 달러 수요를 통제하고 있고 외환보유액 감소에도 불구하고 외환건전성이 악화되지 않았다"며 "외환보유액 감소가 중국으로부터 자본 유출에 의한 것으로도 보기 어렵다"고 분석했다.
실제 중국의 외환보유액에서 단기외채 비율은 작년 6월 말 23.9%까지 떨어지는 등 외환건전성 지표가 개선되는 추세다.
최근 외환보유액 감소도 환율 변동에 따른 재평가 비중이 큰 것으로 분석됐다. 보고서를 보면 유로화 및 엔화 가치가 작년 10월 이후 두 달간 달러 대비 각각 6%, 13% 절하됐다. 이에 따라 중국 외환보유액에 포함된 유로화 및 엔화의 달러화 평가액이 790억 달러 줄어든 것으로 추정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