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신약 개발' 한미약품의 과감한 행보

2017-01-22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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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수 생활경제부 기자

지난 19일 한미약품은 지난해 4월부터 신축을 시작한 평택공단 바이오플랜트 제2공장 생산설비에 1133억원을 추가 투자한다고 공시했다.

이 공장은 한미약품의 신약후보물질 개발 기술 중 하나인 ‘랩스커버리(LAPSCOVERY)’를 기반으로 한 바이오신약의 임상시험·허가·상용화 제품을 제조하기 위해 지어지고 있으며, 올해 6월이면 신축을 위한 1차 투자가 종료된다.

1차 투자금 1440억원에 이번 추가 투자까지 합치면 해당 공장에 투자되는 총 금액은 2573억원에 이른다. 이번에 추가로 투입되는 금액만 해도 2015년 기준 한미약품 자기자본인 7448억원의 15.21%에 해당하는 규모다.

이렇듯 생산시설에 대한 한미약품의 적극적인 투자는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다.

한미약품이 수조원에 이르는 신약후보물질 기술이전 계약을 체결하는 데 성공하기 전까지 그간 국내 제약사들의 신약개발 성과는 사회적으로 주목받지 못했다.

그만큼 한미약품은 신약개발 면에 있어서 앞장서고 있는 대표적인 제약사로 평가받고 있는데, 아직까지 신약개발 경험이 부족한 제약업계에서는 한미약품의 행보가 향후 전략을 결정짓는 데 중요한 참고사항이 되고 있다.

이번 바이오플랜트 공장에 대한 새로운 투자 역시 그렇다. 지난해 한미약품은 생산공정 문제로 적잖은 곤혹을 치렀다.

프랑스계 제약사 사노피는 한미약품으로부터 기술이전 받은 에페글리타나이드에 대한 3상 임상시험을 올해 하반기로 연기했고, 미국계 제약사인 얀센도 한미약품이 개발한 신약후보물질에 대한 1상 임상시험 추진 과정에서 환자 모집을 일시적으로 보류했다.

한미약품에 따르면, 두 건 모두 의약품 생산공정에서의 문제가 원인이었다. 신약개발이 후보물질을 찾아내는 데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생산공정까지 갖춰져야 성공적인 해외 의약품 시장 진출이 가능하다는 것을 선례로 남긴 셈이 됐다.

이 상황에서도 한미약품은 위축되지 않고 바이오플랜트 제2공장에 대한 투자를 늘렸다. 다국적사로 넘어간 신약후보물질들의 임상시험 중단 등 불확실성이 남아 있는 상황에서 투자 규모 확대라는 강수로 위기 극복에 나섰다.

불확실성에 또다른 불확실성을 얹는다는 것은 쉽지 않은 선택이다. 1차 투자에 이어 추가 투자가 이뤄졌듯이 투자 기간이 길어지거나 투자 중 경영 여건에 변화가 생기는 등 변수는 얼마든지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이 역시 향후 제약업계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하는 척도가 될 수 있음은 분명하다.

아직 ‘신약개발’ 초보인 국내 제약업계에서 한 발짝 앞서 있는 한미약품의 과감한 행보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굳이 제약업계로 국한하지 않더라도 지금 우리 기업들에는 채찍질보다는 박수가 더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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