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최신형 기자 =“이제는 프레임 전쟁이다.” 선거의 핵심 전략인 프레임 전쟁의 막이 올랐다.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 심판으로 조기에 치러지는 19대 대선은 사실상 ‘프레임에 의한’ 선거다.
헌법재판소의 탄핵 심판 결정 직후 ‘60일 이내’ 승부를 결정하는 단기전인 만큼, 정책보다는 상대방을 자신에게 유리한 틀에 가두는 ‘프레임 전쟁’이 판세를 결정할 가능성이 크다. 프레임 전쟁이 ‘포스트 87년 체제’를 가르는 정초선거의 핵심 변수라는 얘기다.
19일 여야와 정치전문가들에 따르면 조기 대선 초반 프레임은 △정권교체 대 정치교체 △국가 대개조 대 국가 대통합 △개헌 대 반(反) 개헌 등 크게 세 축으로 형성됐다. 이 축을 중심으로 이른바 ‘문재인 대세론’과 ‘반기문 대망론’은 물론, 후발 주자들의 9회 말 투아웃 역전 전략이 치열한 수 싸움을 펼치고 있다.
프레임 전쟁은 10여 년 전 인지과학자의 창시자 조지 레이코프(George Lakoff)의 ‘코끼리는 생각하지 마’라는 책을 통해 사회 담론으로 자리매김했다. 예컨대 혹자에게 ‘코끼리는 생각하지 말라’는 말을 듣는 순간, 인간의 뇌는 본능적으로 코끼리만을 생각하게 된다는 것이다. 이는 집토끼는 잡고, 산토끼는 갈라치는 선거 전략의 기본 중 기본이다.
프레임 전쟁의 물꼬는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정권교체’와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의 ‘정치교체’가 텄다. 문 전 대표는 야당 후보의 기본 틀인 정권교체를 앞세워 범야권 지지층 결집에 나섰다.
지난해 5월까지만 해도 친박(친박근혜)계 꽃가마 탑승이 유력했던 반 전 총장은 귀국 직후 ‘정치교체’를 역설했다. 여기에는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로 무너진 친박계와의 거리 두기를 통해 중도층을 포섭하겠다는 전략이 깔렸다.
◆프레임의 성공요건은 ‘대중 소구력’
그러자 문 전 대표는 반 전 총장의 정치교체를 향해 “박근혜 정권의 연장”이라고 비판했고, 반 전 총장이 즉각 “정권교체보다 정치교체가 상위개념”이라고 맞받아치면서 프레임 전쟁이 극에 달했다.
후발주자들은 차별화 시도에 나섰다. 안철수 전 공동대표는 정권교체의 세 가지 기준으로 △박근혜 정권과의 관련성 △기득권 척결 등 개혁 의지 △함께하는 인물의 개혁성 등을 꼽았다. 안희정 충남도지사도 “복수혈전식 정권교체는 안 할 것”이라며 문 전 대표와의 차별성을 꾀했다.
‘국가 대개조 대 국가 대통합’ 경쟁도 프레임 전쟁의 한 축을 담당한다. 문 전 대표는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에서 드러난 적폐 청산을 기치로 들었다. 수천만의 촛불시민의 열망을 대선 민심으로 연결하겠다는 포석으로 분석된다. ‘부패 기득권’ 청산을 기치로 든 안 전 대표 등 타 야권주자들도 적폐 청산을 핵심 프레임 전략을 사용하고 있다.
이에 반 전 총장은 ‘정치 대통합’과 ‘사회·경제적 대통합’을 고리로 갈등과 분열의 시대를 종식해야 한다고 맞서고 있다. 보수층과 중도층에 소구력 있는 ‘통합’ 슬로건으로 문 전 대표의 약점인 외연 확장을 선점하겠다는 의도다.
마지막 프레임 축인 ‘개헌’이다. 반 전 총장의 시너지효과 반감으로 개헌발 정계개편의 위력이 떨어졌지만, ‘호헌파 문재인’과 ‘개헌파 반문(반문재인)’ 구도는 여전히 유효하다. 임기단축 개헌을 비롯해 제7공화국 헌법 개정 논의가 본격화할 경우 대선 막판 승부를 결정짓는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인다.
윤희웅 오피니언라이브 여론분석센터장은 이날 본지와 통화에서 “프레임 전쟁은 각 후보들이 자신의 핵심 메시지를 하나의 표현으로 제시하는 것”이라며 “가장 중요한 것은 대중이 당시 요구하는 바를 자신의 얼마나 실현할 수 있는 적임자인지를 드러내는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