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에 대응하기 위한 우리나라의 첫 번째 과제는 국내 정치의 불안 요인을 제거하는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미국의 외교적 중심추가 이전 정권에 비해 일본으로 쏠리는 것을 대비할 필요도 있다고 제안했다.
최종건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이날 본지와의 통화에서 "국내 정치가 불안하면 미국이 됐든, 중국이 됐든 우리 정부와 진지하게 대화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새 정부를 새우는 게 급선무"라며 "또 국익이란 관점에서 미국과는 상호 호혜적인 동맹을 만들어야 하고 우리와 최대교역국인 중국을 상대로도 우리의 이익을 확대해가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주문했다.
'트럼프 체제'가 주한미군의 방위비분담금 인상과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Free Trade Agreement) 수정을 요구하더라도 국익의 관점에서 당당하게 맞설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균형 외교의 중요성도 어느때보다 절실하게 부각된다.
신율 명지대 정치학과 교수는 "현재는 권력 공백 상태라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에 요구하는 게 없을 것"이라며 "대선 이후 균형 외교로 적절히 대응해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제임스 김 아산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이미 확고한 외교노선을 표방한 트럼프 정부를 ‘상수’로 두고 중국 경제라는 ‘변수’에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위원은 “결국 중국 경제의 상황에 따라 우리나라가 미국과 중국에 어느 정도 양다리를 걸쳐야 할 것인지 결정될 것”이라며 “중국 경제가 나빠질 가능성이 크다면 트럼프 정부에 베팅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다만 우리 입장에서 경제적 의존도가 큰 중국 경제의 전망이 좋다면 초반부터 균형 유지가 관건”이라며 “안보적인 측면은 60년 이상 지속된 동맹 관계를 고려할 때 미국과 행보를 맞추는 게 합리적인 판단”이라고 설명했다.
위안부 합의를 두고 갈등을 빚고 있는 일본과의 관계에 대해선 김 위원은 “냉정하게 보면 미국이 이전 정부에 비해 더 일본 위주의 동아시아 정책을 펼칠 가능성이 크다”라며 “특히 트럼프 정부는 역사나 인권 문제보다는 비즈니스 측면을 중시하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이종훈 정치평론가는 한·미동맹의 중요성을 고려할 때 중국과의 대립으로 인해 초반에 발생하는 손해는 일정부분 감수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이 평론가는 “한·미동맹의 경우, 우리나라에서 어떤 정부가 들어서든 간에 당장의 급격한 변화는 피하는 게 좋을 것”이라며 “누가 정권을 잡든 한미동맹에 있어선 보수적으로 접근할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만일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가 배치된다면 중국과의 관계에서 일정 부분 손해를 감수할 수밖에 없다”며 “일정 시기가 지나고 나서 중국과 관계 개선을 도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국회 차원의 대응 방식을 두고는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분분하다. 정세균 국회의장이나 더불어민주당은 '의원 외교'를 강조하고 있다.
최 교수는 "민주주의 국가에선 입법부와 사법부, 행정부도 나름의 정부"라며 "의원외교를 안 하는 게 오히려 이상한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신 교수는 "의원외교로 성과를 얻는 나라가 없다"면서 "행정부는 행정부끼리 논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