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최신형 기자 =“네오콘(Neocon) 일방주의에 대비하라.” 미국의 새 행정부 도널드 트럼프 시대는 세계의 대격변을 이끄는 분기점이다. 박근혜 대통령 탄핵 심판으로 조기 대통령 선거가 상수가 된 한국 정치도 중대한 갈림길에 섰다. 차기 대선주자들의 외교·안보 정책이 중요한 이유다.
동북아 등 국제질서를 보는 트럼프의 시각은 자신의 저서 ‘불구가 된 미국: 어떻게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만들 것인가(Crippled America: How To Make America Great Again)’에서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한마디로 요약하면, 미국 우선주의에 입각한 ‘신(新)고립주의’다.
박근혜 정부 1년차 때 중국의 방공식별구역 선포와 일본의 집단 자위권 추진, 남중국해 영토분쟁 등으로 형성된 ‘미·일 대 중·러’ 구도는 친러파인 트럼프 행정부의 반중·북핵 압박 전략으로 세계 질서의 새판 짜기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미국이 중국 견제를 위해 한국을 지렛대 삼는 샌드위치 외교가 고착될 수도 있다.
◆ 美외교, 패권에 의한 신고립주의…사드 화약고
17일 여야와 정치·외교 전문가에 따르면 트럼프 행정부의 외교·안보 정책의 기본 축은 ‘초반 실험적 시도→후반 시스템 외교’다. 임기 초에 전 정부와 단절된 정책을 펴더라도 종국적으로는 자국 패권에 입각한 반(反)테러 핵무기 비확산 군사력 증강, 해외 주둔군 재배치, 강대국과의 관계 개선 등 외교·안보정책의 연속성을 무시할 수 없다는 얘기다.
이현우 서강대 정치외교학교 교수는 이날 본지와 통화에서 “트럼프 행정부가 집권 초 시행착오를 겪더라도 결국은 미국 중심으로 나올 것”이라며 “후반기 때에는 관료 중심의 시스템 외교로 갈 가능성이 크다. 우리는 사안마다 ‘명분이냐, 실리냐’로 접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사드·THAAD)와 한·미 동맹 및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인상, 전시작전환수권(전작권), 남북정상회담 및 개성공단 재개 등 대북정책에서 사안별로 복합적 접근을 해야 한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국회 비준 동의 논란에 휩싸인 사드와 관련해선 찬성파·반대파·신중파로 갈린다.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은 “최소한의 방어 장치”라며 찬성 입장이다. 유승민 바른정당 의원과 남경필 경기도지사와 원희룡 제주도지사 등도 같다.
반면 김부겸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박원순 서울시장, 안희정 충남도지사, 이재명 성남시장은 사드의 한반도 배치에 반대한다. 애초 사드 배치에 부정적이었던 문재인 전 민주당 대표와 안철수 전 국민의당 상임 공동대표는 ‘국회 공론화’, ‘국익 우선’ 등의 이유로 신중론으로 선회, 말 바꾸기 논란에 휩싸였다.
◆ 트럼프 ‘안보 무임승차론’…韓외교 시험대
부시 행정부의 일방주의와 일맥상통한 트럼프 행정부의 ‘안보 무임승차론’은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 문제와 직결한다. 이는 전작권 조기 환수, 핵무장 등으로 이어진다.
방위비 분담 문제의 경우 문 전 대표는 2018년 이후 재협상하자는 쪽이다. 반 전 총장은 인상 폭을 최소화하되, 한·미 연합사 전력을 강화하자는 입장이다. 안 전 대표는 주한미군지위협정(SOFA) 개정 등 모든 쟁점의 원샷 협상, 이 시장은 가장 강경한 주한미군 철수를 각각 주장한다.
전작권 조기 환수에서도 문 전 대표를 비롯해 야권 주자와 남 지사 등은 찬성을, 반 전 총장 등 다수의 여권주자들은 반대한다. 미국 패권주의와 주한미군의 북·중 견제 역할론 등으로 전작권 조기 환수는 쉽지 않다는 점에서 차기 대권 승부에 따라 한반도 질서가 요동칠 것으로 보인다. 또한 미국의 일방주의는 군사뿐 아니라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 등 경제 문제로도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불확실성이 높아진 한반도 정세에서 ‘한·미 동맹 강화냐, 한중 관계냐’도 중요한 변수다. 친미파인 반 전 총장과 유 의원, 원 지사 등은 한·미 동맹 강화, 박 시장은 중국 관계 강화다. 문 전 대표 등은 ‘전략적 관계 복원’ 쪽에 가깝다.
이 교수는 “미국이 어떤 입장을 취하느냐에 따라 남·북, 미·북 등의 관계가 달라진다”며 “대선주자들은 케이스 바이 케이스 별로 구체적인 입장을 내놓아야 차별성이 나타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