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이재용 부회장을 비롯한 주요 재벌 총수는 미르·K스포츠재단을 통해 박근혜 대통령과 최순실 일가에 뇌물을 공여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런 과정에서 박근혜 대통령과 총수가 독대한 재벌로는 삼성, 현대자동차, LG, SK, 롯데, 한화, 한진, GS, CJ그룹 9곳이 꼽힌다.
특검은 전날 이재용 부회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하면서 "국가 경제보다 정의를 세우는 일이 더 중요하다"고 밝혔다.
같은날 삼성전자 주가는 2.14%(4만원) 하락해 183만3000원까지 밀렸다. 주가는 이재용 부회장에 대한 구속 가능성이 제기된 13일부터 이틀 동안 10만원 넘게 떨어졌다.
특검법상 수사 대상으로 '삼성 등 각 기업'이 최씨 일가를 지원하고 현안을 해결하려고 한 사건이 명시돼 있어 삼성뿐 아니라 다른 재벌도 수사 범위에 들어갈 공산이 크다.
김용구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과거 주요 대기업 오너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를 기점으로 핵심 계열사 주가가 약세를 보였다"며 "특히 최고경영자(CEO)가 구속기소되거나 법리 공방이 장기화하면 주가에 더 큰 영향을 미쳤다"고 말했다.
그는 "특검이 SK와 롯데그룹을 비롯한 주요 재벌에 대해 추가 수사를 예고했다"며 "이를 고려하면 파장이 시장 전반으로 확대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앞서 검찰 특별수사본부는 제3자 뇌물수수 의혹과 관련해 SK·롯데그룹을 압수수색한 바 있다. SK그룹과 롯데그룹이 미르·K스포츠재단에 낸 출연금은 각각 111억원, 45억원에 달한다.
SK하이닉스 주가는 11일 반도체 호황에 대한 기대가 커지면서 5만원대를 돌파하기도 했다. 그러나 주가는 16일까지 3거래일 연속 하락해 5만원대가 다시 무너졌다. 이날도 주가는 보합에 머물렀다.
전날 롯데그룹주도 일제히 약세를 보였다. 롯데쇼핑(-0.93%) 및 롯데손해보험(-1.21%), 롯데케미칼(-0.64%), 롯데제과(-0.29%), 롯데하이마트(-0.24%)를 비롯한 주력사 주가가 모두 뒷걸음질쳤다.
특검 수사 파장을 미리 가늠하기는 어렵지만, 긴 기간에 걸쳐 악재로 작용하지는 않을 전망이다.
김윤서 KTB투자증권 연구원은 "이재용 부회장 리스크는 시장에 상당 부분 반영됐다"며 "리더십 부재는 일시적인 위험 요인으로, 근본적으로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날 코스피는 사흘 만에 강세로 돌아서 0.37%(7.70포인트) 오른 2071.87을 기록했다. 전날만 약 2400억원어치 주식을 팔았던 외국인도 이날에는 매도 규모를 100억원 미만으로 줄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