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김아름 기자 = 지난 2014년 ‘우리 집에 왜 왔니’라는 곡으로 앙큼 발랄한 다섯 명의 소녀들은 치열한 가요계에 당당한 출사표를 던졌었다. 당시 귀엽고 깜찍한 모습으로 남성팬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던 걸그룹 밍스의 이야기다. 이들은 발랄하고 유쾌한 음악으로 팬들의 사랑을 받으며 활동을 이어왔지만, 지난 2015년 ‘Love Shake’ 음원을 발표하고 활동을 마무리 한 뒤, 한 동안 이들의 모습을 볼 순 없었다.
오래 활동을 하지 않으면 잊혀지는 가요계 생리가 그러하듯 차츰 기억 속에시 잊혀질 때쯤, 이들이 1년 8개월여만에 완전히 달라져서 돌아왔다. 다섯 명이었던 멤버는 두 명을 충원해 일곱명이 됐고, 깜찍하고 발랄하던 이들은 성숙미를 가득 머금고 강렬한 카리스마를 내뿜고 있었다.
“밍스가 영어로 말괄량이란 뜻이잖아요. 그래서 콘셉트도 옆집 여동생 같은 느낌이었어요. 발랄하고 상큼하고 명량했죠. 이 콘세브도 좋았지만, 두 명의 멤버를 충원하고 새로운 곡을 녹음하면서 더 뚜렷한 이야기를 펼치고 싶었어요. 그래서 ‘드림캐쳐’라는 틀 안에서 꿈 이야기를 풀어나기 위해 바꾸게 됐습니다. 드림캐쳐로 첫 음악 프로그램 녹화 방송에 나섰는데, 예전에 밍스로 가봤던 곳임에도 불구하고 새롭고 긴장되더라고요. 그날 녹화가 저녁 9시 10분쯤이었는데 하루종일 긴장을 했던 것 같아요.(웃음) 너무 떨리고, 잘 할 수 있을까 걱정도 됐어요. 그래도 잘 할 수 있을 거라 믿고 기대하고 있습니다.” (지유)
‘드림캐쳐’는 잠자리 근처에 걸어놓으면 악몽을 쫓아준다는 아메리카 원주민의 주술품이다. 걸그룹 드림캐쳐의 이름의 의미와 같이 ‘꿈’에 대한 이야기를 무한하게 풀어나가기 위해 새롭게 재정비한 이들은 사고의 틀을 깨고 상식을 비틀어 ‘반전 매력’을 선사하겠다는 다부진 각오를 다졌다.
드림캐쳐로 데뷔를 다시 준비하면서 가장 달라진 점은 무엇이었을까.
“무대 위에서 보여지는 이미지가 달라 보일거에요. 사실 밍스라는 뜻은 다양한 모습을 보여드리기에는 괴리감이 있었던 팀 이름이었던 것 같아요. 그래서 분위기에서부터 밍스와는 달라졌고, 앞으로도 스토리텔링이 있는 음악으로 풀어나가면서 탄탄한 앨범을 만들고 싶어요.” (수아)
밍스의 뜻 덕분에 보여줄 수 있는 것이 한정적일 것이라는 생각이 컸던 이들이다. 덕분에 지난 시간들은 과감하게 버리고 새로운 변화를 택한 드림캐쳐. 그렇다면 이들이 노력해서 이뤘을 밍스라는 색깔을 과감히 버리고 보여주고 싶었던 색깔이 궁금했다.
“반전 매력을 보여드리고 싶어요. 장르도 그렇고 콘셉트도 그렇고 어둡고 카리스마 있는 모습을 보여드리고, 무대에서 내려왔을 때는 일상 생활에서는 본래의 성격대로 말괄량이 같고 쾌활한 성격을 보여줌으로 인해서 팬 분들께서 저희의 반전 매력을 느끼실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시연)
드림캐쳐의 이런 바람은 음악에 고스란히 녹아있다. 지난 13일 발표한 ‘악몽’의 타이틀곡 ‘Chase Me’는 록사운드를 기반으로 한 영메탈 넘버다. ‘메탈’이라는 다소 생소한 음악 장르에 도전하는 것 또한 꽤 큰 용기였다.
“데뷔 앨범이기 때문에 밝은 곡이 있을거라고 생각하실 수 있겠지만, 그 역시 반전으로 ‘악몽’을 콘셉트로 스토리텔링이 시작되는 음악이에요. 7명이 한 명씩 맡은 테마들이 있는데, 사실 그 모습을 콘셉트로 변형 시켜서 자켓 촬영을 했어요.”
멤버들 각자 맡은 ‘악몽’의 콘셉트가 있다. 먼저 지유는 낯선 사람을 쫓는 꿈을 맡았고, 다미는 누군가에게 상처를 입히는 꿈. 한동은 누군가를 쳐다보는 꿈을, 유현은 낯선 곳을 헤매게 만드는 꿈. 그리고 가현은 높은 곳에서 떨어지는 꿈을 맡았으며, 수아는 온 몸을 움직이지 못하게 만드는 꿈과 마지막으로 시연은 좁은 공간에 갇히는 꿈을 맡으며 대중들과 만난다.
멤버들이 맡은 악몽의 설명만으로도 여타의 걸그룹과는 확실히 다르다. 자신들만의 확고한 차별점이라고 자신했다.
“장르면에서 굉장한 강점이 있다고 생각해요. 걸그룹이 지금껏 한 번도 시도해보지 않았던 장르기 때문에 너무 새로울 것 같거든요. 노래 자체에도 반전이 있습니다. 처음엔 피아노 선율이 나와서 서정적인데 뒤로 갈수록 메탈 사운드가 나와서 반전이라고 느낄 수 있을 것 같아요. 현재 인기를 끄는 걸그룹 분들을 색깔로 표현하자면 하얗고, 뽀얗고 청순한 느낌이잖아요. 하지만 저희는 브라운 톤에 다크하고 음악 방송에 나오면 굉장히 다르다고 느낄 수 있을 겁니다. 무대를 보실 때도 재미있을 거라고 생각해요.(웃음)” (지유)
현재 가요계 대세 콘셉트로 꼽히는 청순 쾌활. 드림캐쳐는 잘되는 콘셉트와 장르라고 해서 따라가지 않았다. 음악적인 소신이 있는 그룹이라는 것을 방증하는 예다.
“청순이 잘 된다고 해서 청순을 따라가면 우리만의 색깔이 없다고 생각해요. 우리만의 음악을 하기 때문에 어디에서도 저희가 당당하게 말씀을 드릴 수 있는 것 같아요. 잘 될지 안 될지는 모르겠지만 새로운 장르에 도전하는 게 더 즐거운 것 같아요.” (지유)
국내에서는 생소한 장르기 때문에 참고할 수 있었던 뮤지션도 한정적이었던 건 사실. 이들은 일본의 베비메탈 무대를 참고했다고 뀌띔했다.
“베비메탈의 무대를 참고했어요. 거기에 K팝적인 요소를 섞었기 때문에 저희 음악을 들으실 때는 대중적인 느낌이 들거라 생각합니다.” (지유)
천편일률적인 걸그룹이 아닌 음악적인 소신도 뚜렷하고 나아가야 할 길이 어떤지도 잘 알고 있는 이들이다. 섣불리 대박을 꿈꾸지는 않지만 천천히 스며들기를 원했다.
“저희를 보시고 많은 분들의 눈이 휘둥그레해졌으면 좋겠어요. 걸그룹 중에 이런 장르를 하는 걸그룹이 없었잖아요. 그래서 저희 노래가 길거리에서 들으시면서 신선하다고 느끼는 음악이었으면 해요. 저희가 하는 장르에 대한 인식이 생겨서 어떤 노래를 들었을 때 ‘드림캐쳐 같다’라는 생각을 해주시면 좋겠어요. 저희만의 색깔이 있으니까 그렇게 될 수 있겠죠.” (시연)
재데뷔하는 과정에서 분명 지치고 힘든 순간도 많았을 거다. 손꼽아 기다리던 데뷔하는 날들을 뒤로 하고, 다시 새롭게 시작하는 건 결코 쉬운 선택을 아닐터. 그럼에도 한 명의 멤버 이탈 없이, 오히려 두 명의 새 힘을 얻고 지치 시간들을 꿋꿋이 이겨냈다. 그래서 서로가 서로에게 가장 고맙고 가족 같은 존재가 될 수밖에 없다.
“똑같이 힘들었을 건데, 같이 힘을 내주고 다독여주고 그런 게 정말 가족 같았죠. 저희 팀워크는 정말 자랑스럽게 이야기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앞으로도 지치지 않고 꽃길만 걸었으면 좋겠어요.” (수아)
드림캐쳐는 순수하고 사랑스러운 팀이었다. 인터뷰가 이어지는 내내 즐거운 웃음 소리는 끊이질 않았다. 강렬한 카리스마를 내뿜은 앨범 재킷 속 드림캐쳐가 아닌, 10대 후반 20대 초반의 맑은 소녀들이었다.
“밍스로 활동하면서 느낀거였지만, 저희 팀은 어딜 가도 기죽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떳떳하게 자기가 하고 싶은 말도 하면서 지냈으면 좋겠습니다. 그럴 수 있는 기회들이 많이 생겼으면 좋겠고요. 그러면서 활동도 열심히 하고 저희 이름과 얼굴도 알리면서 팬 분들이 저희를 사랑해주시는 것에도 떳떳할 수 있는 그룹이 되고 싶습니다.” (수아)
이들이 걸어가야 할 길은 아직 멀다. 이제 다시 시작한 만큼 어쩌면 마지막이라는 생각으로 이를 악 물었다. 누군가는 꼭 성공해야한다고 하지만, 이들은 성공에 자만하지 않는다. 그저 묵묵하게 자신들만의 색깔을 내뿜는 음악을 할 뿐. 꾸준히 활동하면서 많은 이들을 향해 꿈을 펼쳐보일 것이다.
“저희의 노래가 무대를 보는 것만으로도 즐거운 게 아니라, 눈을 감고 들어도 정말 좋은 노래였으면 해요. 앞으로 저희 팀이 믿고 듣고, 믿고 볼 수 있는 팀이 됐으면 합니다. 저희 오랫동안 기다려주신 팬 분들에게도, 늘 응원 해주셔서 너무 감사합니다.” (다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