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 전 총장은 17일 동작구 사당동의 한 김치찌갯집에서 대학생·워킹맘·창업자 등 청년 대여섯 명과 점심을 함께 먹으며 20∼30대 청년층의 고민을 직접 들었다.
이날 반 전 총장은 "한국의 아주 구체적인 실정과 문제가 아직 파악이 안 돼 있다"며 식당에 모인 시민들의 목소리 듣기를 자청했다.
첫 번째로 고민을 꺼낸 시민은 워킹맘으로 육아와 직장생활을 병행하기 어려워 비상근직으로 일할 수밖에 없는 현실적 고충을 털어놨다.
그러자 반 전 총장은 자신이 유엔을 떠나기 전 관심을 갖고 직원들의 육아센터 운영방식을 살펴본 사실을 언급하며 "육아센터가 1분 늦을 때마다 돈을 물리기 때문에 남자직원이든 여자직원이든 젊은 사람들이 (퇴근 시간이) 땡 하면 나가더라"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가족 이야기도 언급했다. 반 전 총장은 "사실 저의 딸도 직장을 다니다가 결혼을 했는데, 가만히 보니 직장에 가서 받는 봉급보다 아이를 위해 쓰는 돈이 조금 더 많더라"며 "결국 오랜 기간 직장생활을 하다가 그냥 가정주부로 남았다"고 밝혔다.
또 "우리 집사람도 대학을 졸업해 결혼 전까지는 직장을 다녔는데, 저하고 결혼을 하니 직장에서 나가라고 온갖 신호를 보내더라"라며 "그 눈칫밥을 견디다 못해 울고불고 나온 일이 있다"고 소개하기도 했다.
이후에도 대학생 신분으로 창업한 청년, 반 전 총장이 찾은 식당을 운영하는 30대 주인, 취업 준비 대학생 등으로부터 차례로 고민을 들으며 대화를 이어갔다.
청년 창업 문제에 대해서는 "정부가 재정 지원을 하는 건 정책을 어떻게 세우느냐에 따라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다"고 말했고, 가계부채 문제와 관련해서는 "(주택과 교육) 정책을 수립할 때는 약간의 어려움이 있더라도 전반적인 면을 다 검토해야 한다"라고 밝혔다.
또 한국사회의 지나친 경쟁의식을 언급하면서 "자꾸 사회적으로 분열되고 어렵게 되는데 그런 것도 젊었을 때부터 어떻게 교육을 시키느냐가 중요하다"고 했다.
반 전 총장이 귀국 후 이튿날 청년 문제부터 귀를 기울인 데는 야권 대선주자들에 비해 젊은층에게 지지도가 낮다는 점을 인식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이날 여론조사기관인 갤럽 발표(조사기간 지난 10∼12일)에 따르면, 20∼40대에서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를 대선주자로 선호한 응답자는 50∼60%대인 반면에 반 전 총장을 선호하는 응답률은 10%대에 그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