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유선준 기자 = 헌법재판소에서 5일 진행된 탄핵심판 2차 변론기일에서 국회와 박근혜 대통령 측이 한 치 양보 없이 치열한 법리공방을 벌였다. 이날 심리에는 당사자인 박 대통령은 출석하지 않았다.
국정농단 사태의 주범인 '비선실세' 최순실씨는 이날 열린 첫 재판에서 혐의를 부인하며 억울하다고 호소했다.
헌법재판소 전원재판부(재판장 박한철 헌재소장) 심리로 이날 헌재 대심판정에서 열린 2차 변론기일에서 국회 법제사법위원장 권성동 소추위원은 "박근혜 대통령의 헌법 위반사항과 법률 위반사항은 대통령에 대한 파면 결정이 정당화될 수 있을 정도의 중요한 법 위반 행위"라고 탄핵 인용 결정을 촉구했다.
권 소추위원은 박 대통령이 대기업에 금품 출연을 강요하고 뇌물을 수수하거나 최씨에게 특혜가 돌아가도록 했다는 의혹이나 세월호 참사 당일 제대로 대응하지 않아 국민의 생명권을 지킬 의무를 위반했다고 강조했다.
박 대통령이 최씨 등 이른바 비선 실세의 국정 개입을 보도한 언론사를 탄압했다는 의혹도 소추 사유로 제시됐다.
박 대통령의 대리인인 이중환 변호사는 탄핵소유 사유로 제시된 개별 의혹이 사실인지 여부가 입증되지 않았으며 박 대통령이 뇌물(또는 제삼자 뇌물) 수수에 연루됐다는 의혹이 사실이 아니라고 각을 세웠다.
이 변호사는 특히 "박 대통령이 삼성그룹 소속 2개 회사의 합병에 대해 어떤 지시도 내린 사실이 없다"며 특검이 수사 중인 혐의도 전면 부인했다.
박 대통령 대리인인 서석구 변호사도 탄핵사유의 토대가 된 검찰 수사나 현재 진행 중인 특검 수사가 정치적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촛불집회를 주동하는 세력은 민주노총으로 김일성 주체사상을 따르고 태극기를 부정하는 이석기의 석방을 요구하며 거리행진을 한다"고 색깔론 공세까지 폈다.
또 헌재가 증인으로 신문하려던 이재만 전 청와대 총무비서관·안봉근 전 청와대 국정홍보비서관에게 '증인출석 요구서'가 송달되지 못했고 이영선 청와대 행정관은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해 증인 신문이 제대로 이뤄지지 못했다.
이날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최씨 등에 대한 첫 정식 재판에선 최씨와, 안 전 수석, 정호성 전 청와대 부속비서관이 출석했다.
앞선 공판준비기일엔 피고인 출석 의무가 없었지만, 정식 재판부터는 법정에 반드시 나와야 한다.
최씨와 안 전 수석은 재작년 10월과 작년 1월 출범한 미르재단과 K스포츠재단에 50여개 대기업이 774억원을 억지로 출연하게 한 혐의(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등으로 기소됐다.
정 전 비서관은 최씨 측에 공무상 비밀 47건을 포함해 180여건의 청와대·정부 문서를 넘긴 혐의(공무상 비밀누설)로 재판에 넘겨졌다. 이날 이들은 모두 관련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특히 최씨는 재판장이 추가로 진술할 기회를 주자 "억울한 부분이 많다"며 "(재판부가) 밝혀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날 최씨 측은 "최씨는 대통령, 안 전 수석과 3자 공모해 미르·K스포츠재단에 모금을 하려고 공모한 일이 없다"고 주장했다.
이어 최씨 측은 최근 그의 딸 정유라씨가 덴마크 경찰에 체포된 상황을 거론하며 "최씨는 자신의 처지는 고사하고 딸마저 새해 벽두부터 덴마크에서 구금돼 어떤 운명에 처할지 모를 험난한 지경에 놓였다"면서 "이를 감수하고 법정에서 공정하고 엄정한 재판을 받기를 바란다"고 호소했다.
한편, 이규철 특검보는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최씨를 조만간 다시 소환하거나 앞서 말씀드린 체포영장 발부나 추가 구속영장과 같은 필요한 절차를 밟을 계획"이라고 밝혔다.
특검팀은 검찰이 기소한 사실 외에 새로운 범죄 사실을 인지해 새로 구속영장을 발부받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