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문지훈 기자 = 우리은행 사외이사진이 차기 행장 선임 시 외부 인사를 배제키로 했다.
또 우리은행 또는 우리금융지주, 계열사 재직 당시 후보자의 주요 업적과 미래 비전, 과점주주 운영체제 하에서 바람직한 지배구조 모델을 확립할 수 있는 인사를 차기 행장으로 뽑겠다고 밝혔다.
우리은행 이사회 의장으로 선임된 노성태 전 한화생명 경제연구원장은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지난 몇 년 간 수익성이 개선됐고 은행이 비상상황에 놓여 있다고 보기 어려운 점 등을 고려하면 외부에서 공모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다"며 "내부 사정에 밝고 경험이 탁월한 사람을 뽑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차기 행장 후보는 우리은행, 우리금융지주 및 계열회사의 5년 이내의 전·현직 임원이 대상이다.
그동안 우리은행 사외이사들은 내부 출신 인사를 중용하겠다는 뜻을 밝혀왔다.
신상훈 사외이사는 지난달 30일 우리은행 임시 주주총회 직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내부 사정을) 잘 아는 분이 해야 할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노성태 의장은 차기 행장 선임 기준에 대해 "우리은행 또는 우리금융지주, 계열사 재직 당시 후보자의 주요 업적을 평가하겠다"며 "기업 가치를 높일 수 있는 미래 비전, 조직 역량을 극대화할 리더십, 시장과 투자자로부터 신뢰를 얻을 수 있는 경영 능력을 갖췄는지에 대해서도 판단하겠다"고 밝혔다.
현재 차기 행장 후보로 꼽히는 인물은 이광구 현 행장과 이동건 우리은행 경영지원그룹장이 꼽힌다. 이밖에 김승규 전 우리금융지주 부사장도 하마평에 오르고 있다.
우리은행 안팎에서는 이광구 현 행장의 연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2014년 말 행장 선임 당시 조속한 민영화를 위해 자신의 임기를 2년으로 줄일 만큼 열의를 보인 데다 실제 우리은행이 다섯 번째 도전 끝에 민영화에 성공하는데 기여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차기 행장 경쟁 구도가 한일·상업은행 간 갈등 양상으로 흐를 가능성에 대한 우려도 내비치고 있다. 현직 행장인 이광구 행장을 비롯해 직전 행장인 이순우 전 행장 모두 상업은행 출신인 만큼 한일은행 출신 인사가 차기 행장으로 선임돼야 한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임추위는 출신에 상관없이 평가 시스템이 작동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신상훈 사외이사는 "양 은행 간 갈등(해결)이 쉬운 문제는 아니다"라며 "평가 시스템만 잘 작동하면 출신 문제는 염려하지 않아도 될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임추위는 오는 11일 정오까지 내부 출신 인사 중에서 공모를 받은 뒤 서류 심사, 평판 조회, 인터뷰 등을 거쳐 최종 후보자를 선정한다는 계획이다.
차기 행장 후보자는 오는 3월 24일 정기 주주총회를 거쳐 행장으로 선임된다. 미국 증시 상장업체인 우리은행은 관련 규정에 따라 정기 주주총회일 3주 전인 오는 3월 3일까지 최종 후보자를 확정해야 한다.
노성태 의장은 "후보 선정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불협화음을 최소화하고 은행 경영 안정화를 위해 가급적 빠른 시일 내에 후보를 확정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임추위는 사내이사와 예금보험공사에서 파견한 비상임이사를 제외한 사외이사 5명으로만 구성됐다. 차기 행장이 오는 3월 정기 주주총회에서 선임될 예정인 만큼 이르면 다음 달 초 행장 후보를 최종 결정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