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강영관, 김충범 기자 = 미국의 금리 인상 및 주택담보대출 규제 강화 여파로 연말 주택시장 숨고르기가 이어지는 가운데 부동산 전문가 2명 중 1명은 새해에도 부동산 경기가 침체를 지속할 것으로 예상했다. 전문가들은 새해 전국 주택 매매가격은 1~3% 하락하고 수도권은 보합세를 보일 것으로 예측했다.
전세시장은 올해와 비슷한 수준의 안정된 모습을 보일 것으로 예측되는 가운데 전셋값은 1~3% 하락할 것이라는 응답이 우세했다. 특히 2017년 하반기 신규 아파트 입주물량이 상당하기 때문에 일부지역에선 국지적 역전세난이 올 수 있다고 예상했다.
새해 주택가격 등락 폭에 대해선 '1~3% 하락'을 택한 전문가가 9명(45%)였으며, 이밖에 '보합'이 6명(30%), '1~3% 상승'은 4명(20%)이었다. 수도권만 한정지었을 경우에는 '1~4% 상승'을 예상한 전문가(8명)와 '1~3% 하락'을 예상한 전문가(9명)이 비슷한 수치로 나타났다.
김규정 NH투자증권 부동산연구위원은 "주택시장 전반의 둔화는 불가피하지만 상대적으로 서울의 아파트 입주량이 부족하고 재건축에 따른 멸실량도 적지않다"면서 "주택시장 노후도가 높아지면서 새 아파트를 중심으로 실수요와 갈아타기 수요가 움직일 것으로 예상된다. 지방에 비해 수도권 주택시장의 가격상승 피로도가 낮다"고 설명했다.
박합수 KB국민은행 도곡스타PB센터 수석 부동산전문위원은 "금리 상승 우려와 대출규제 등으로 서울 주택시장의 경우 연초 관망세가 나타날 것으로 예상되지만 봄 이사철이 지나면서 다소 거래회복을 기대해 볼 수 있겠다"면서 "다만 재개발·재건축 이주수요가 꾸준히 이어질 개연성이 높아 소폭 상승 형태가 나타날 수 있다"고 말했다.
2017년 새해에는 금리인상과 공급과잉 이슈가 주택시장 흐름을 좌우할 최대 변수로 꼽혔다.
이창동 지지옥션 선임연구원은 "금리 인상 행위 자체가 시장의 심리적 위기·불안감을 조정하고 부동산 이탈로 이어지는 시발점이 될 가능성이 있으며 이런 부분이 수도권 주택 매매시장의 가격 하락으로 이를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함영진 부동산114 리서치센터장은 "특히 경기권 주택시장은 과잉공급된 평택과 시흥, 화성, 용인, 김포 등을 중심으로 미분양 증가와 주택시장 조정이 나타날 수 있다"며 "지방은 지역경제 구조조정과 주택공급 과잉 문제가 지속되며 부산 및 강원권, 제주도 일부를 제외하고 조정장세가 이어질 전망"이라고 예상했다.
◇분양시장은 지역별 '양극화' 심화= 전문가 20명 가운데 11명(55%)은 새해 분양시장이 전반적으로 침체될 것으로 예상한 가운데, 지역별 편차가 커질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실수요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서울 강남 재건축과 강북 뉴타운, 수도권 및 지방 택지지구는 나름대로 선방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계약률과 청약률, 웃돈 등 활황 지표는 올해와 비교해 상대적으로 저조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권일 부동산인포 리서치팀장은 "서울과 부산, 세종, 경기 과천 등은 11.3대책에도 불구하고 수요가 탄탄한 지역으로 가수요가 빠져도 실수요 중심으로 청약이 몰릴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장재현 리얼투데이 리서치팀장도 "과거 2008년 이후 주택시장의 거품이 빠질 때에도 신도시나 위성도시들에 비해 주요 도심권역의 중소형 아파트들은 꾸준한 인기를 끌었던 만큼 내년에도 주택시장 양극화는 꾸준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김희정 피데스개발 R&D센터 소장은 "전국의 개통효과가 실제적 주변으로 반영되는 수서역 등 역세권 주변과 그동안 예보만 하던 미군이주(2017년 중반), 삼성전자(새해초 가동)이 실제 실현되는 평택시 등을 주목할 만 하다"고 말했다.
◇전세시장은 '안정적' 흐름 유지= 새해 전셋값 예상 변동률은 '1~3% 하락'을 택한 전문가가 8명(40%)으로 가장 많았다. 또한 '1~3% 상승'과 '보합'을 선택한 전문가도 각각 6명(30%)과 4명(20%)으로 과거와 같은 급격한 변동은 없을 것으로 예상했다.
남영우 나사렛대학교 국제금융부동산학과 교수는 "상반기에는 대규모 입주가 없어 보합세를 유지할 것으로 예상되나 하반기에 입주가 시작되면서 하락세로 접어들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다만 매수세 감소로 인해 전세수요로 전환되는 수요층도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큰 폭의 하락이 나타나지는 않을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고준석 신한은행 부동산투자자문TF 팀장은 "대출규제에 따라 소득증빙을 갖추지 못한 예비 입주자들은 입주를 포기하고 전세로 전환할 가능성이 높고 기존 주택담보대출을 받은 사람들도 이자부담을 견디지 못해 전세를 놓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전세물량이 많이 풀려 가격은 하락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지역별로 국지적 역전세난이 발생할 수 있다는 의견도 나왔다. 박상언 유앤알컨설팅 대표는 "새해 입주를 맞는 아파트 가운데 절반 이상이 몰린 지방이나 택지개발이 활발했던 수도권 신도시에서는 세입자를 구하지 못하는 이른바 역전세난이나 입주포기 사태가 발생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한편 전문가들은 새해 부동산 재테크로 수익형 부동산이 인기를 끌 것으로 예상한 가운데, 세부 상품으로는 소형 아파트(7명)와 상가형 주택(7명), 아파트 단지내 상가(5명) 등이 주목받을 것으로 예상했다.
[설문에 참여한 부동산 전문가(총 20명·가나다순)]
고준석 신한은행 부동산투자자문TF 팀장, 권대중 명지대학교 부동산학과 교수, 권일 부동산인포 리서치팀장, 김규정 NH투자증권 부동산연구위원, 김부성 부동산부테크연구소 대표, 김영곤 강남대학교 부동산학과 교수, 김준환 서울디지털대학교 부동산학과 교수, 김희정 피데스개발 R&D센터 소장, 남영우 나사렛대학교 국제금융부동산학과 교수, 노희순 주택산업연구원 책임연구원, 박상언 유앤알컨설팅 대표, 박원갑 KB국민은행 수석부동산전문위원, 박합수 KB국민은행 수석부동산전문위원, 선종필 상가뉴스레이다 대표, 엄근용 건설산업연구원 책임연구원, 이남수 신한금융투자 부동산팀장, 이창동 지지옥션 선임연구원, 장재현 리얼투데이 리서치팀장, 함영진 부동산114 리서치센터장, 허명 부천대학교 부동산금융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