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천 여행]타임머신 타고 어수선한 세상 벗어나볼까?

2017-01-0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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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만년 前 구석기 시대로 떠나요~

연천 전곡리유적&선사박물관

연천 기수정 기자 =시국이 어수선하다. 해가 바뀌었건만 여전히 탄핵 정국이다. 무르다 못해 잔뜩 썩어버린 양파 같다. 껍질을 벗기니 희고 빛나는 속살이 아닌, 시커먼 속살이 드러나고 또 한 겹을 벗겨내니 안은 아예 곪아 있다. 하루가 멀다 하고 막장 드라마 같은 일들이 벌어지는 이 현실에서 벗어나고 싶어졌을 때 불현듯 '연천'이 떠올랐고 짐을 꾸려 그곳을 향했다. 

연천은 아직 많은 이에게 관광지로 유명세를 치른 곳은 아니다. 연천은 면적의 98%가 군사 보호구역인 것도 그 이유 중 하나일 것이다.

상대적으로 덜 알려졌지만 100만 년 전, 말로만 듣고 글로만 배우던 구석기 시대의 역사와 유적(유물)은 물론 수려한 자연경관, 풍부한 관광자원까지 두루 품은 이곳. 작금의 현실은 생각조차 나지 않을 만큼 '순수'한 지역, '배움'의 폭도 넓히고 '힐링'까지 할 수 있는, 최고의 여행지였다. 

◆구석기 유적 대표주자…연천 전곡리유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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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천 전곡리유적은 우리나라 구석기 유적을 대표하는 곳이다.

연천 전곡리유적은 우리나라 구석기 유적을 대표하는 곳이다.


"이번엔 어느 지역으로 출장 가세요?" "연천이요." "어머, 중국 가세요?"

연천으로 출장을 떠난다고 하니 대뜸 중국에 가느냐고 묻는 지인. 연천이 심천이나 연변처럼 중국의 지역 중 한 곳인 줄 알았던 모양이다. 그녀는 분명 한국인이었지만 이곳이 무척이나 낯설었던 듯하다.

낯설기도 할 것이다. 현대의 생활과는 한참 동떨어진 구석기 대표 유적지를 만날 수 있는 곳이기 때문이다. 

구석기시대의 고인류는 일반적으로 계절과 환경에 따라 이동생활을 했던 터라 정착문화를 상징하는 집터나 무덤처럼 눈에 보이는 '자리'는 찾아볼 수 없다.

이런 이유로 구석기가 발견되는 지층은 상당히 중요한 유구(遺構, 인간의 활동에 의해 만들어진 잔존물로, 주거지, 수전지, 무덤, 저장고 등의 단순한 유구와 건축물, 사원 등을 뜻함)가 된다.

우리나라 구석기 유적을 대표하는 곳은 연천 전곡리유적이다. 지난 1978년, 고고학을 전공한 미군 병사 그렉 보웬이 4점의 석기를 우연히 발견한 후 서울대 김원용 교수에게 알렸고, 드디어 세상에 그 모습을 드러내게 됐다. 

1978년, 아슐리안 주먹도끼(석기의 양면을 가공해 다듬어 찍고 자르는 기능을 모두 갖춘 주먹도끼)가 발견됐다. '동아시아 최초의 발견'이었다.

세계 고고학계는 구석기시대 이전의 유물이 없어 역사가 짧다며 동아시아를 무시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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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슐리안 주먹도끼를 사용한 유럽 및 아프리카 지역과 단순한 형태인 찍개를 사용한 동아시아지역으로 나뉜다는 미국 고고학자 H. 모비우스 교수의 '구석기 이원론'을 뒤집는 결정적 계기가 전곡리에서 발견되면서 고고학계에 큰 파장을 일으켰다.

아슐리안 주먹도끼를 사용한 유럽 및 아프리카 지역과 단순한 형태인 찍개를 사용한 동아시아지역으로 나뉜다는 미국 고고학자 H. 모비우스 교수의 '구석기 이원론'을 뒤집는 결정적 계기가 전곡리에서 발견되면서 고고학계에 큰 파장을 일으켰다.


구석기문화가 인도를 경계로 아슐리안 주먹도끼를 사용한 유럽 및 아프리카 지역과 단순한 형태인 찍개를 사용한 동아시아지역으로 나뉜다는 미국 고고학자 H. 모비우스 교수의 '구석기 이원론'도 한 몫 했다. 

그런데 이를 뒤집는 결정적 계기가 전곡리에서 발견됐고 고고학계에 큰 파장을 불러일으켰으니 실로 대단하고 자랑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주먹도끼 발견 이후부터 현재까지 20여 차례에 걸친 발굴조사를 통해 8000여 점의 구석기유물이 발견됐다.

1981년 4차 발굴조사 당시의 발굴 피트를 복원한 전시시설인 '토층 전시관'에서는 발굴조사 사진과 출토 유물, 발굴조사에 참여한 연구자들의 생생한 기록들을 살펴볼 수 있다.

◆구석기 시대 생활상을 생생하게…전곡 선사박물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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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대한 우주선 모양같기도 하고 고인돌 모양 같기도 한 전곡선사박물관 전경

거대한 우주선 모양같기도 하고 고인돌 모양 같기도 한 전곡선사박물관 전경


구석기 시대의 모습을 간접 경험하기 위해 전곡리를 찾았더니, 구석기와는 좀처럼 어울릴 것 같지 않은, 덩치 큰 건물이 한 채 눈에 띈다. 거대한 우주선 같기도 하고, 타임머신 같기도 하다. 바로 전곡 선사박물관이다.

지난 2011년 4월 개관한 전곡 선사박물관은 전곡리 구석기 유적의 영구적인 보존과 활용을 위해 건립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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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석기시대 생활상을 고스란히 재현해 놓은 선사박물관 내부 [사진=연천군 제공]

구석기시대 생활상을 고스란히 재현해 놓은 선사박물관 내부 [사진=연천군 제공]

안으로 들어서는 순간, 실물 비례의 구석기시대 조형물 덕에 구석기 시대로 타임슬립한 듯 생생한 그 시대의 생활상을 엿볼 수 있다. 

상설전시실과 기획전시실, 야외체험장으로 구성된 이곳에서는 체험 프로그램도 다양하게 진행돼 좀 더 쉽고 즐겁게 선사 문화를 이해할 수 있다.

상설전시관은 관람 동선을 따라 전곡의 주먹도끼, 인류 진화의 위대한 행진, 사바나의 최초 인류, 최초의 아시아 이주인, 추가령 구조대 고인류의 터전, 전곡의 지층, 선사 시대의 문화와 믿음, 극지로 가는 구석기인, 고고학 체험센터, 몰핑 스테이션 등으로 구성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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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석기시대 생활상을 재현해 놓은 전곡선사박물관 내부. 생생한 현장감이 전해진다.[사진=연천군 제공]

구석기시대 생활상을 재현해 놓은 전곡선사박물관 내부. 생생한 현장감이 전해진다.[사진=연천군 제공]


이중 각 진화 단계별 인류들과 자신의 모습을 합성해 자신이 선사시대에 어떤 모습이었을 지를 체험해 볼 수 있는 몰핑 스테이션은 아이들에게 상당한 인기를 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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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굴 속에 들어온 듯 생생한 현장감을 주는 전곡선사박물관[사진=연천군 제공]

동굴 속에 들어온 듯 생생한 현장감을 주는 전곡선사박물관[사진=연천군 제공]

야외 체험장은 사냥 체험장, 지질 체험장, 발굴 체험장, 움집 체험장, 석기 체험장, 고고학 교실, 가죽옷 교실, 석기 체험교실, 인체 과학실 등으로 구성돼 있으며 나만의 동굴벽화 꾸미기, 구석기시대의 하루, 진화의 증거를 찾아라, 구석기시대 패션디자이너, 나도 고고학자 등등의 개별 프로그램과 1박 2일 선사 문화캠프 등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이 운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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