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기아차 글로벌 생산기지 건설 '신중'…'공급과잉 덫' 걸릴까

2016-12-28 06:01
  • 글자크기 설정

현대·기아차 글로벌 생산 공장 현황.[그래픽=임이슬 기자]


아주경제 윤태구·윤정훈 기자 = 현대차그룹이 출범 이후 지속 추진해온 글로벌 생산 네트워크 확대 전략에 변화의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세계 자동차 시장이 저성장 기조에 들어서면서 자칫 '공급 과잉의 덫'에 걸릴 수도 있다는 판단에서다.
27일 현대차그룹에 따르면 현재 현대·기아차의 연간 글로벌 생산능력은 848만대에 이른다.

여기에 중국 제5 공장인 충칭(重慶) 공장까지 내년에 완공되고 2018년 중국 창저우 공장 생산능력이 10만대 확대되면 현대차그룹의 글로벌 생산능력은 약 880만대 수준이 된다.

이런 가운데 기아차의 인도공장 건설은 현대차그룹에 부담이 될 수도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글로벌 자동차 시장 중 가장 성장 속도가 빠른 곳이 인도 시장이다. 기아차로서는 인도 시장 진출을 통해 현대차에 이어 새로운 이정표를 세울수도 있다. 하지만 공급 과잉의 덫에 걸리지 않도록 신중해야 한다는게 업계의 지적이다.

더구나 현대.기아차는 당장 안방 시장에서마저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박홍재 현대자동차그룹 글로벌경영연구소장(부사장)은 "내년 세계 자동차 시장은 2% 성장도 힘든 1.9% 수준에 머물 것으로 예상된다"고 진단했다.

현대·기아차는 올해 너무도 힘든 한 해를 보냈다.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은 연초 현대·기아차의 올해 판매 목표를 전년(820만대)보다 7만대 적은 813만대로 잡았지만 달성은 사실상 물 건너갔다.

글로벌 경기 침체에 따른 판매부진은 물론 미국 트럼프 신정부 출범에 따른 영향과 환율 등 경영환경이 급변하는 마당에 섣불리 생산량을 수십만 대 늘리기도 부담스러운 상황이다.

현대.기아차의 판매량을 살펴보면 지난 2011년 660만대를 판매한 이후 2012년 712만대, 2013년 755만대, 2014년 800만대, 2015년 801만대, 2016년(11월말 기준) 706만대 수준이다.

무리하게 해외 공장 건설을 감행하는 동안 글로벌 경제 상황이 더 악화될 경우 해외 현지 공장에서는 어쩔 수 없는 감산을 실시하게 될 가능성도 있다. 실제로 지난 2009년 현대차그룹은 해외 판매가 급감하며 신규 해외공장들을 제대로 가동하지 못한 바 있다.

유지수 국민대 경영학과 교수(총장)는 “지금까지 현대차가 굉장히 급속도로 성장했는데, 이제는 세계 주요거점이 완성단계로 들어갔다”면서 “앞으로는 많은 공장을 짓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자동차 시장에서 800만대 생산은 스케일로 충분하다”면서 “기술과 브랜드를 어떻게 결합해서 하이엔드 포지셔닝하느냐가 중요하다. 그래야 중국의 추격을 따돌릴 수 있다”고 덧붙였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0개의 댓글
0 / 300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

이미 신고 접수한 게시물입니다.

닫기
신고사유
0 / 100
닫기

신고접수가 완료되었습니다. 담당자가 확인후 신속히 처리하도록 하겠습니다.

닫기

차단해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사용자 차단 시 현재 사용자의 게시물을 보실 수 없습니다.

닫기
공유하기
닫기
기사 이미지 확대 보기
닫기
언어선택
  • 중국어
  • 영어
  • 일본어
  • 베트남어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