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수완 글로벌 에디터]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출범과 함께 한반도를 둘러싼 국제질서에 가늠하기 힘든 격변이 예상되고 있다. 현재 대한민국은 대통령 탄핵정국으로 '나라의 얼굴‘이 사라지며 정상외교가 '올스톱' 상태다. 주변국 정상들이 저마다 공격적인 외교를 통해 동북아의 새로운 질서 태동에 대비하여 분주히 움직이는 것과 너무 대조적인 모습이다.
트럼프 행정부의 동북아시아 정책에 대한 구체적인 청사진은 아직 나오지 않았다. 그러나 ‘아메리카 퍼스트‘를 내세운 트럼프는 버락 오바마 행정부의 ‘아시아 정책‘을 원점에서 재검토할 것으로 보인다. 기본적으로 트럼프 시대의 외교정책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자처하던 ’세계의 경찰 역할‘에서 벗어나 국제평화란 명분을 위해 지역분쟁에 개입해 국력을 소모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아시아의 최대우방인 한국과 일본까지도 자국의 안보는 각자 알아서 챙기라는 미국의 압력이 커질 것은 분명하다.
미국은 한국과 일본 뿐 아니라 중국과 러시아의 관계 재설정에 나서면서 국제질서 대형이 크게 흔들릴 것으로 보인다. 오바마 대통령은 재임기간 내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시리아 폭격가담 등 반서방적 행보를 보인 러시아를 고립시키고 중국과의 관계개선에 앞장섰다. 이젠 트럼프의 집권으로 러시아와 중국의 위치가 바뀌고 있다.
트럼프는 러시아 중시정책을 통해 중국을 강력히 견제해 동아시아 패권 경쟁에서 우위 확보를 노리고 있다. 트럼프 외교 사령탑의 수장인 국무장관에 낙점받은 엑손모빌 최고경영자 렉스 틸러슨은 2011년 러시아와 에너지협력협정을 맺은 장본인으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친분이 깊은 것으로 알려져있다. 트럼프의 당선으로 냉각되었던 미·러 관계가 풀리면 그동안 러시아와 손잡고 미국에 맞설려던 중국의 계산이 복잡해진다.
이러한 상황에서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미국과 러시아 사이에서 자국의 이익을 최대화하기 위해 발빠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 지난달 트럼프가 대선에서 승리한 당선된 직후 뉴욕 트럼프타워에서 당선인과 깜짝 회담을 가졌다. 이는 일본 정부가 미 대선 기간에 트럼프 측과도 꾸준한 접촉을 이어온 노력의 결과이다. 이달에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갖고 영토분쟁을 벌이고 있는 쿠릴 4개섬에서 공동경제활동을 벌이기로 합의했다.
트럼프 행정부가 출범하기 전부터 중국과의 관계는 심상치 않다. 트럼프는 대만총통 차이잉원과 직접 통화한 데 이어 “하나의 중국‘ 정책을 인정할 수 없다"며 돌직구를 던졌다. 그가 대통령 유세기간 강조했던 중국과의 ’한판승부‘가 빈말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중국은 ’하나의 중국’ 원칙은 중국의 핵심이익에 관한 문제라며 강력 반발했다. 중국이 지난 15일 나포한 미 해군 수중 드론을 닷새만인 20일 미국 측에 반환해 외교적 마찰은 일단 봉합되었지만 이는 양국간 대충돌의 예고편에 불과하다.
우려스럽게도 트럼프의 당선 이후 불거진 미중 간 외교대립이 양국 간 경제 무역으로까지 확산될 조짐이다. 트럼프 당선자가 21일 백악관에 통상정책을 총괄할 국가무역위원회(NTC)에 '대중 강경파'인 피터 나바로 어바인 캘리포니아대 교수를 임명하자 이틀 뒤 중국은 미국 최대 자동차 회사인 제너럴 모터스(GM)의 중국 합작법인에 350억원의 벌금을 매겼다.
트럼프는 중국이 환율을 조작해 수출 경쟁력을 높이는 등 불공정 무역으로 대미 무역에서 큰 이익을 거두며 미국 경제에 타격을 가해왔다고 줄기차게 주장하며 중국 제품에 45%의 관세를 매기겠다고 공약을 했다. 트럼프의 이런 공약이 현실화되면 일본과 한국이 가장 피해를 보게된다. 미국의 보복관세로 중국의 수출이 타격을 받으면, 중국은 역내 최대 무역 파트너인 한국과 일본으로부터 수입도 줄어들고 중국과 더불어 한국과 일본 경제가 침체에 빠질 위험이 크다. 한국에게 트럼프의 대중 무역 정책이 강 건너 불이 아닌 것이다.
지금 대한민국은 동북아의 거대한 변화를 바라만 보고 있다. '탄핵 정국' 때문에 '외교 공백'은 당분간 불가피 할지 모르지만 정부 당국과 정치인들은 하루빨리 국제사회의 흐름을 정확히 간파해 실용적이고 선제적인 정책에 대한 밑그림을 그리고 국론을 모아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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