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첫 보수정당 '분당', 새누리당의 앞날은

2016-12-21 17: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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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누리당 유승민 의원이 2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비주류의원들과 회동을 마친 뒤 열린 기자회견에서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하고 있다. 앞줄 왼쪽부터 이군현, 유승민 의원, 김무성 전 대표, 정병국 의원. 뒷줄 왼쪽부터 김학용, 황영철, 권성동, 정운천 의원. [사진=연합뉴스]


아주경제 이수경 기자 =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탄핵의 여파는 결국 집권여당의 '분당(分黨)'으로 이어졌다. 매번 임시로 봉합해 오던 상처는 이제 더 이상 맞붙질 않는다. 보수정당이 쪼개지는 것은 헌정사상 처음이다.

비박(비박근혜)계가 탈당 결행을 선언하면서, 이제 관심사는 탈당 규모와 신당의 성공가능성 등이다. 남은 친박(친박근혜)계의 대처방안도 주목된다.
◆ "떳떳한 보수 만들 것" 비박계, 추가 탈당 여부 관건…중도층 포섭 등 '신당' 창당 변수 

21일 비박계 의원들이 탈당에 동참한다고 밝힌 의원 수는 총 35명이다. 회동에 참석한 33명의 현역 의원 중 31명이 동참을 표했고, 회동에 불참했으나 동참 의사를 표한 의원 수를 합한 규모다.

명분은 명확하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유승민 의원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새누리당 안에서는 보수개혁을 통한 정치혁명이 불가능하다는 결론에 도달했다"면서 "국민들께서 다시 마음을 둘 수 있고, 저희들 자식에게도 떳떳할 수 있는 그런 보수를 새로 시작하기 위해 밖으로 나가겠다는 결심을 했다"고 밝혔다.

과거 보수정당에서 이 정도의 규모로 집단 탈당이 이뤄진 적은 없었다.

김종필(JP) 전 국무총리가 측근 9명과 탈당해 지난 1995년 창당한 자유민주연합(자민련), 2008년 친박계가 한나라당을 탈당해 만든 '친박연대' 등은 지방선거와 총선 등에서 돌풍을 일으키며 비교적 성공한 케이스로 꼽힌다.
그러나 자민련은 DJP(김대중+김종필) 공동정권 붕괴로 끝내 몰락했고, 친박연대는 도로 한나라당과 합당했다. 국민신당, 민주국민당 등도 보수정당에서 떨어져나와 창당된 사례지만 실패했다.

이러한 사례들 때문에 비박계 내부에서도 집을 뛰쳐나와 당을 새로 만드는 데 대한 부담감은 크다. 게다가 국민들의 보수정당에 대한 신뢰도 바닥에 떨어진 상태다. 그래서 막상 탈당 결정을 두고 의원들 일부는 고민이 깊어진 상황이다.

신당 창당의 성공 가능성도 변수다. 현재로서는 새롭고 개혁적인 보수정당의 이미지를 내세워야 할 필요가 있다. 기존 정당과는 선을 긋고, 박근혜 정권 창출을 위해 노력했다는 색채를 덜어내야 하는 판국이다.

탈당 후 원내교섭단체 구성 등에 대한 준비위원장을 맡은 정병국 의원은 이날 YTN 라디오에 출연해 "우리가 만드는 당은 기존의 정당 개념과는 차원이 다른, 그야말로 정치를 혁신적으로 변화시키는 모습을 보여줄 수 있는 그런 정당 체계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27일 탈당 후 중도층 포섭 등에 성공해 2차 탈당으로 이어질 경우 탈당파의 세 결집은 한층 탄력을 받을 수 있다. 그렇게 되면 국민의당(38석)을 뛰어넘는 제3당으로 급부상하며, 대선을 앞두고 정계개편의 변수로도 작용할 수 있을 전망이다. 문제는 신당 창당 시 '구심점' 역할을 할 만한 대선주자와 중도층 흡수 전략 부재 등이 꼽힌다. '반박(反朴)'이라는 이념만으로 뭉치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배종찬 리서치앤리서치 본부장은 본지와의 통화에서 "조기 대선 전까지 자리를 잡아야 하는데 현 구도에서 신생정당으로서 지지도를 급격히 올리기가 어렵고, 유력한 차기 대선후보도 보이지 않는다"면서 "새누리당, 국민의당과 정책차별성 등도 찾기 어려운 상황에서 조기 대선 전까지 짧은 시기에 정당의 파괴력을 급속히 확대시켜나가기에는 걸림돌이 많고 제한적"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그는 "장기적으로 중도층까지 외연을 확대할 가능성이 있고, 극단적 보수층보다 중간 지지층이 늘어나는 상황에서 보수정당의 대안으로 자리잡을 여지는 있다"면서 "그 상황까지 유지될 수 있느냐가 관건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새누리당 정우택 원내대표(오른쪽 세번째)가 21일 오후 국회 원내대표실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비주류의 탈당과 관련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왼쪽부터 김선동 원내수석부대표, 이현재 정책위의장, 정 원내대표, 박맹우 사무총장, 정용기 수석대변인. [사진=연합뉴스]


◆ "배신자" 친박계 맹비난…당 재건 작업 '올인'

친박계는 비박계의 탈당 선언을 강하게 비판하고 나섰다. 그러면서 본격적으로 당 쇄신 작업에 박차를 가할 것이라는 방침도 함께 밝혔다. 

정우택 원내대표는 이날 기자간담회를 열고 "소위 친박계에서는 사적 모임 해체, 중진의원 2선 후퇴, 백의종군을 선언했는데 비상대책위원장에 특정인이 안 된다고, 자신과 생각이 다르다고 탈당까지 하는 것은 책임있는 자세가 아니다"라고 꼬집었다.

조원진 전 최고위원은 본회의장 앞에서 기자들과 만나 "대부분 3선 이상이던데 우리 당에서 호가호위하던 사람들이 나가는거 아닌가"라며 "새누리당을 지지하는 세력에 대한 배신"이라고 비난했다. 이장우 전 최고위원 역시 "어차피 같은 당에 있으면서 혼란만 계속 부추겼던 분들이기 때문에 나가서 그분들의 가고자 하는 길을 가는 것이 맞다"면서 차라리 잘됐다는 반응을 보였다.

앞으로 새누리당에 남은 의원들은 비대위 체제로 빠르게 전환해 '박근혜 정당' 이미지 지우기에 나설 예정이다. 정 원내대표는 이날 "조속한 시일 내에 개혁적 비대위원장을 세워 당의 대통합과 근본혁신, 보수정권 창출 기반 마련 등 절체 절명의 과제들을 책임있게 수행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배 본부장은 친박당의 전망과 관련해 "당내에서 일사불란한 운영이 가능해졌기 때문에 오히려 결속력을 더 높일 수 있다"면서 "친박계로서는 이미지 쇄신에 따라 보수정당의 전통을 이어나가면서 보수 대 결집의 전기를 마련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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